[24th BIFF] '나는 집에 있었지만', 흐트러진 퍼즐 조각들
[24th BIFF] '나는 집에 있었지만', 흐트러진 퍼즐 조각들
  • 오세준
  • 승인 2019.10.17 2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나는 집에 있었지만...'(I Was at Home, But, Germany/Serbia, 2019, 105분)
사진 ⓒ IMDb
사진 ⓒ IMDb

 

영화 <나는 집에 있었지만…>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작품으로, 앙겔라 샤넬렉(Angela SCHANELEC) 감독이 연출했다.

토끼를 쫓는 개의 모습, 이어서 허름한 집에서 토끼를 먹는 개의 모습. 그 순간 당나귀가 들어온다. 창문을 보는 당나귀 옆에서 그 개는 잠을 자고 있다. 그리고 영화는 독일 베를린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대체 토끼, 개와 당나귀는 어떤 의미일까. 아니. 필자는 묻는다. "당신은 영화에서 어떤 방식으로 의미를 찾고 있는가". '앙겔라 샤넬렉'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나는 집에 있었지만>에서 일반적인 서사 방식을 과감히 지워낸다. 감독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감히 추측하기 어렵지만, 분명 그녀는 애초에 고전적 내러티브, 이미지의 상징, 사건의 인과관계와 같은 '영화적 장치'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것처럼 구는, 도전적인 태도가 이 작품을 통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끝난 후, 처음 토끼를 쫓는 개는 과연 허름한 집에 있었던 그 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두 번 이상의 관람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사진 ⓒ IMDb
사진 ⓒ IMDb

<나는 집에 있었지만>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송곳니>와 <랍스터>에서 볼법한 딱딱하고 정적인 인물들의 움직임과 여러 사건들의 뒤섞인 복잡하고 매끄럽지 않은 전개를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의 플롯은 비교적 단순하다. 13일 동안 실종된 아들 필립이 돌아온 직후 펼쳐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로, 필립과 그의 여동생 플로를 키우는 아스트리드를 따라 진행된다. 필립의 학교에서 펼쳐지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연극, 인공 후드를 통해 말을 하는 한 남성으로부터 자전거를 구매, 영화감독과의 만남, 딸의 테니스 강사와의 관계, 필립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닌지 학교를 찾아가 항의를 하거나 미술관이나 수영장에 놀러 가는 등 작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영화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열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구성을 통해서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슬픔과 소외'라는 감정이다. 이것은 한 교실 안에서 이뤄지는 햄릿의 연극이나 남편을 잃은 아스트리드의 모습이 전달하는 일종의 '불안감'으로 힘껏 분위기를 쌓아 올린다.

 

사진 ⓒ IMDb
사진 ⓒ IMDb
사진 ⓒ IMDb
사진 ⓒ IMDb

나름의 엄격한 스타일로 보여지는 앙겔라 샤넬렉 감독의 <나는 집에 있었지만>은 관객이 더욱더 직관적인 해석(생각)을 하게끔 유도한다. 특히, 이 영화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적어도 이 영화 안에서 가장 감정적인 장면으로 느껴지는 '한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서 연극과 영화 안에서 배우의 연기가 지니는 진실과 거짓, 그에 따른 차이점을 이야기한다. 그 감독의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남성의 얼굴과 함께 보여져 자칫 블랙코미디로 다가오지만, 흥분된 아스트리드의 모습은 감독이 접근한 예술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대화로써 상호작용을(관계 맺음) 무시하려는 듯 다가온다. "의견은 나눌 수 있지만, 진실은 다르다"라는 묘한 대사는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남편'에 대한 변함없는 사실을 향한 말이 아닐까. (이 역시 아이들의 <햄릿> 연극을 지속해서 보여줌으로써, 부왕의 죽음, 망령이나 비극적인 결말 등을 통해서 영화가 보여주는 이미지와 아스트리드의 모습들이 중첩된다)

 

그녀는 영화의 연기에 대해

"언제나 거짓말이다. 자연스럽지 않다. 얼마나 공허하고 비어 있는지!"라며,

"진실은 통제력이 상실해야 할 때만 드러난다"라고 흥분된 상태로 이야기한다.

'오즈 야스지로'나 '로버트 브레송'의 영화들이 떠오르는 것도, 가족의 드라마이면서 한 인간의 내면을 집중하도록 짜여진 것도 모두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만들어진 의견이고 생각일 수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과 중요한 것을 구분하지 않은 감독의 연출은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는 영화의 한 조각을 시작으로 완성할 관객의 반응과 더불어 인내심을 요구하는 관객의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나름의 해석을 완성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영화 속 원활하지 않은 의사소통의 모습은 상실의 슬픔을 겪고 있는 아스트리드를 둘러싼 관계의 불확실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동시에 '좌절과 슬픔'을 비워내고자 한다는 점이다. <나는 집에 있었지만>은 복잡한 방식으로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을 사용한 감독의 예리함이 돋보이는 매우 시적인 작품이다.

 

사진 ⓒ IMDb
사진 ⓒ IMDb
사진 ⓒ IMDb
사진 ⓒ IMDb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