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BIFF] '아이들을 주의해라‘, 소통과 올바름에 대한 고민
[24th BIFF] '아이들을 주의해라‘, 소통과 올바름에 대한 고민
  • 오세준
  • 승인 2019.10.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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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들을 주의해라'(Beware of Children, 2019, 157분)
사진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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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주의해라>는 노르웨이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 '다그 요한 하우거루드'(Dag Johan HAUGERUD)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지난 2019 베니스 국제영화제(Giornate degli Autori)에서 처음 소개된 이 작품은 분명 영화 제목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아이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정작 그러한 아이들과 소통하고 함께 사는 성인들에 더 집중한다. 하우거루드 감독은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와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부모 그리고 그들과 관계된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아간다. 특히, 극 중 대화는 인물, 이뤄지는 공간과 상황, 말하는 방식, 나이, 성별, 직업, 직위, 종교, 정치적 성향 등에 따른 차이에 따라서 다양하게 그려지며, 이런 유동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진실에 도달하고, 균형을 회복하려 한다.

영화는 학교 운동장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13살 소녀 '리케'(Ella Øverbye)가 친구인 제이미를 가방으로 밀쳐 사망하게 된다. 또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각 아빠의 직업인 정치인, 그들의 소속 좌익 노동당과 우익 자유당의 구조로 이어진다. 그러나 영화는 이 두 사람의 정치적 대립보다는 그들이 '아이들의 어떤 부모였는지'에 더 집중한다. 더 나아가 학교의 교장 '리브'(Henriette Steenstrup)와 그녀의 동생이자 같은 학교 교사인 '아르네스'(Jan Gunnar Røise)를 중심으로 사건에 대한 학교 관계자들의 반응과 문제 해결에 대한 과정 그리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식까지, <아이들을 주의해라>는 2시간 40분 동안 아이들의 교육의 주축인 '집'과 '학교'에 속한 여러 인물들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감독은 관객들이 숙고할 것과 같은 질문을 진지하게 논의하면서 캐릭터들을 관찰하고, '소통과 올바름'에 대해 탐구한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인상적인 점은 이 영화가 가진 '균형을 맞추기 위한 태도'이다. 격정적인 멜로나 드라마틱한 한 장면이 없으며, 특정 한 사람이 사건의 핵심이 되거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복잡한 관계로 이뤄진 인물들이 펼치는 대화, 논쟁, 반론, 협상 등으로 이뤄진 시퀀스의 앙상블을 형성시킨다. 분명 감독의 이러한 전략적인 구성은 '전형성'을 탈피하는 동시에 관찰자인 관객을 스크린 안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일으킨다. 이를테면 영화 후반부 '아이들의 성적인 낙서'에 대한 인물들의 대화 같은 경우, 아르네스와 같이 가벼운 장난으로 받아치면서 희석해야 할지, 당연히 엄격한 훈계와 규제를 통해 해결해 나아갈지 등 그들과 함께 대화할 수 없지만, 적어도 영화가 던진 질문에 나름의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학교는 사회 형성에 가장 중요한 곳으로, 결국 감독 역시 '리케와 제이미의 사건'의 해결에 관한, 부모나 교사를 포함한 성인들의 개인적, 정치적 성향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대화와 토론을 더욱더 중요하게 다룬다.

물론, 문제를 복잡하게 하기 위해 학교 교장 '리브'와 피해자(이자 우익 정치인)인 제이미의 아빠와 연인 관계는 우익 정치인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가족과 학교 관계자들과 사건의 해결에 대한 공정성의 여부의 혼란을 만든다. 또 자신이 가장 높은 위치에 머물고 있지만, 동료이자 가장 친한 친구 그리고 동생까지 사건의 중요한 진실을 은폐하고 알리지 않은, 그들만의 부조리한 시스템도 발생한다. 분명한 건 "리케가 고의로 제이미를 죽였는가", "그들은 왜 싸웠는가", "리케와 제이미 둘 중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리케에 대한 처벌'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점이다. '과실치사(무죄)이냐? 아동이기 때문에 형벌이 없는(유죄) 처벌이냐?'에 대해서 영화는 분명히 신중하고 엄격히 진행한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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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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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주의해라>는 '아이들'이 아닌 '인간의 모순'으로 가득 찬 <어른들을 주의해라>처럼 느껴진다. 마치 "나는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네가 이러면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는 극 중 인물의 말처럼 어떤 상황을 차지하는 대사들이 가득하다. 특히, 제이미의 아빠는 영화 초반 큰 상실감과 슬픔을 가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남성의 육아 휴직을 반대하는 자신의 정책과 대비하는 "아이와 더 많이 놀아줄 것 그랬어"라는 말을 한다. 또 그는 아르네스와 리케의 만남에서 상대방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우등생인 자신의 아들이 50개국이 넘는 지금의 학교와 맞지 않았다거나(소통과 이해에 대한 이유) 성급했던 아이의 성격과는 별개로 학업 동기를 채워주지 못한 교사를 책망한다. 하지만 비단 이 인물만 오로지 '악역'으로 볼 수 없는 건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인물들이 이러한 모순된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우리는 나쁜 사람이 됐어

위에서 언급한 제이미의 아빠가 뱉는 대사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말이다. (어쩌면 이 대사를 그가 말하는 것 역시 감독의 명백한 의도로 느껴지는) 주로 카메라가 약간만 움직이는 고정된 내부의 롱테이크와 야외에서 촬영된 전환으로 구성된 영화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통해서 더욱더 실감 나게 그려지며. 또 수많은 대화를 만든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의 의사소통 방식과 단어의 선택, 변주는 배우들의 어조가 더해져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거의 같은 장면으로 시작하고 끝나는 영화는 교사의 관점에서 보는 학교의 모습이 순환적으로 느껴진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사고가 발생한)을 보여주는 이유도 분명 매년 새로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물론 그렇지 않을 수 있는)에 대한, 그 안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잘 인도할 수 있는, 교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엿보인다. <아이들을 주의해라>는 어른들이 그들의 말하는 방식과 그들의 삶과 또 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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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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