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BIFF] '자매 관계', 인정이 필요한 사정들
[24th BIFF] '자매 관계', 인정이 필요한 사정들
  • 오세준
  • 승인 2019.10.10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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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매 관계'(Sisterhood, 2019, 88분)
예고편 스틸, 사진 ⓒ 유튜브
예고편 스틸, 사진 ⓒ YouTube

영화 <자매 관계>(Sisterhood)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된 작품으로, 니시하라 다카시(NISHIHARA Takashi) 감독이 연출했다. 

<자매 관계>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흑백 영화로, 도쿄에 사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가수 '보미', 누드모델 '우사마루 미나미', 여러 대학생 등 각각 인물들이 소제목을 통해 소개되고, 단편적으로 그들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지만, 마치 감독 본인인 듯한 '한 남성 감독'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해 나아간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나아가는 영화의 분위기는 마치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 <북촌방향>, <풀잎들>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관객들로 하여금 마구 뿌려 놓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맞춰가며 영화를 따라가도록 설계된 영화는, '여성'에 대한 관찰을 고정된 관점으로 볼 수 없도록 시간과 사건의 인과관계를 뒤흔드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예고편 스틸, 사진 ⓒ YoTube

3~4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제작된 <자매 관계>는 다큐멘터리로 기획된 형태에서 극영화를 결합한 결과를 가진 작품이다. 분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초기작인 <원더풀 라이프>가 보여준 많은 사람들의 실제 인터뷰로 채워진 구성 방식이 느껴지지만, <자매 관계>는 가수나 누드모델, 대학생 등 그들이 가진 직업적인, 전문적인 위치에서 모습과 그렇지않은 일상을 깊게 관찰한 모습으로 채운다. 이런 흐름은 '동전의 양면'처럼 작용해 그들을 보고 있는 관객이 한 인물을 단편적으로 한 쪽만 보고 판단할 수 없도록 만든다. 위에서 언급한 불규칙한 인과관계에 따른 효과는 이런 다양한 모습을 포착한 카메라와 구성을 통해 발현된 것이다.

어쩌면 감독은 자신이 촬영한 많은 사람들 중에서 꿈과 사랑을 좇는 학생들과 더불어 가수와 누드모델과 같은 특별한 직업을 가진 인물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일까. 아티스트이면서 대중들 앞에 서야 하는 직업, 또 분명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정하지 못한 계약을 쓰거나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가 성공뿐만 아니라 예술의 표현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 등 감독의 예리한 관찰은 창작을 해야 하는 예술가의 고뇌와 더불어 그들이 일본 사회 안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 보여준다. 사실적인 사실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다큐멘터리적 시선, 이 영화의 성취는 분명 도쿄에 사는 모든 여성을 아우르려는, 감독의 성실한 카메라의 움직임에 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편집', 즉 영화적 구성을 통해 점층적으로 쌓아 올리는 '여성의 신체적 움직임'이다. 이 영화의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 카페와 대학교'라는 장소를 공유한다. 이들의 우연한 마주침은 단순히 '도쿄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이라는 사실보다는 불규칙인 시간 전개에 따른 각 인물의 내러티브를 완성시키려는(회수하는) 의미, 다시 말하면 '이 장소에서 그들은 함께 있었구나'와 같은 반응을 통해서 이전에 전개됐던 이야기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교차점'으로 활용된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더 나아가 이들이 보여준 '움직임'이 압축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하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모습은 그녀가 무대에 오른 모습과 더불어 클로즈업을 통한 '목소리를 내는 여성의 얼굴' 또는 '그녀의 행위'를 긴 시간 보여줌으로써 이것이 그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닌 조금씩 더 나아가고자 발돋움을 한다. 마찬가지로 누드모델이 보여주는 '사진기 앞에 모습'은 그녀가 나체로 자유롭게 자신의 신체적 움직임을 카메라, 또 '감독의 카메라'를 통해서 꾸준히 포착해 나아간다. 이것이 영화 후반부 여성들의 여러 인터뷰와 여성 캐릭터들의 좋지 않은 상황들이 더해지면서, 축적된 움직임과 억압된 현실 속에 위치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충돌하고 섞이면서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학자금 대출, 부당한 계약, 쉽지 않은 성공, 취업, 가족간의 갈등 등 여러 곳에 포진된 영화 속 인물들만큼 다양한 '그들의 사정', 영화가 담아낸 인터뷰 장면은 픽션이 아닌 실제 도쿄에 사는 사람들의 인터뷰라는 점. 니시하라 다카시 감독은 자신이 짜놓은 픽션 속에 '사실'을 집어넣으면서 관객들의 현실적인 감각을 깨우고자 한다. 마치 누드모델이 자신에게 “왜 누드모델이 됐을까”라고 묻는 것처럼 “여성으로 사는데 고충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라는 인터뷰의 질문은 스크린을 빠져나와 관객에게 도달한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니시하라 다카시 감독의 개인적 논제, 즉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다큐와 픽션이 교묘하게 결합된 그의 실험적 시도를 통해 관객의 설득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자매 관계>가 흑백 영화인 이유는 감독의 의도와는 별개로 관객인 우리가 그 여성들에게 닿는 '시선', 특히 색을 통한 구별과 차이의 발생을 무력하게 만듦으로써 '편견'을 지워내고자 하는 의미로 다가온다. “누군가 내 목을 조르는 느낌을 들어요”라는 한 여성의 말은 도쿄(일본)를 벌어날 수 없는, 당연하게 감내하고 살아야 하는, 자유롭지만 자유롭지 않은, 마치 카프카의 억압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 말과 더불어 이 영화 속 인물들이 도쿄를 떠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려는 모습들은 '살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로 바뀌어 희망적으로 비춰진다. 감독은 여성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현대 젊은이의 모습 같은 논제들을 언급한다. 그리고 영화 속 인물들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까지 현대 사회에 대한 전망을 각자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커다란 질문'을 던져준다. 오랜 시간 기록한 그의 카메라가 마치 미래에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로써 다가오는 것처럼.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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