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BIFF] '종말', 진심보다 빠른 '주먹'
[24th BIFF] '종말', 진심보다 빠른 '주먹'
  • 오세준
  • 승인 2019.10.10 0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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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종말'(Calm with horse, 2019, 101분)
사진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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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종말>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작품으로, 닉 로우랜드(Nick ROWLAND)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다.

<종말>은 가족과 조직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한 남성의 처절한 비애를 다룬 작품이다. 은퇴한 권투선수인 '암'(Cosmo Jarvis)은 자신을 쓸모있는 사람으로 대하는 '뎀프나'와 형제처럼 지내며, 그가 속한, 일종의 '가족'이라 여기는 조직(실제 뎀프나의 삼촌들이 운영하는)에 속한다. 중요한 점은 그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유무보다 '돈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점이다. 자신의 가족인 아내 어설라와 아들 잭에게 멋진 가장이 되고 싶은 목적, 그러나 생각보다 언제나 몸이 먼저 반응하는 '암'은 쉽게 망각한다. 결국, 영화는 '암'이 조직으로부터 믿을 만한 인물인지에 대한 '충성'과 가족을 책임질 가장으로서 '능력'을 가졌는지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리면서 갈등을 발생시킨다.

 

사진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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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느껴지는 건 '암'이 가족을 형성하거나 조직에 들어가는 과정이 한편으로 쉽고 간단했지만(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가졌는지 또는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췄는지 그가 직면하는 사건을 통해 확인된다는 점이다. 특히, 조직의 경우에는 조직의 명예를 더럽힌 자를 '살인'하라는 지시와 가족의 경우에는 가족의 경제력(돈)과 아내와 아들 각각의 관계의 형성이 대표적인 예다. “그때의 당신이 그립다”라고 말하는 어설라의 말과 “충성을 찾기 힘들다”는 조직 보스의 말의 대조는 양쪽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는 '암'의 능력적 한계를 보여준다. 마치 아일랜드의 광활한 풍경과는 반대로 '암'이 사는 폐쇄적이고 갇힌 동네처럼.

어쩌면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불러도 무방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디어>에서 '마틴'을 통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배리 케오간'(Barry Keoghan), 그는 <종말>에서 '암'에게 형제로서 의리를 강조하는 한편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그를 이용하는 '딤프라'를 통해 표정이 풍부하고, 한층 더 멋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그의 무표정으로 가득한 스크린은 긴장감과 섬뜩함을 동시에 전달하며, 우정을 빌미로 친구를 이용하는 비열한 악역을 그만의 스타일로 소화한다. 또 형제이자 친구인 '딤프라'의 위치는 '암'에게 있어 아내와 아들에 대적하는 강력한 존재로서, '배리 케오간'을 통해서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사진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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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과 가족,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는 '암'

'죽음'은 결국 그가 자신의 궤도를 빠져나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영화 중반 '암'은 아들 잭을 보기 위해 승마장을 찾는다. 그리고 우연히 처음 말을 타보게 되며, 어설라와 잭은 그런 긴장한 암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 순간 처음으로 따뜻하고 안정적인 가족의 모습이 연출된다. <종말>의 영어 제목인 'Calm with horse', 이상하게도 한글 제목인 '종말'은 암이 처한 비극적인 삶을 끝낼 수 있는 '죽음'을 뜻하는 것 같아 영어 제목과 전혀 다른 느낌이다. 닉 로우랜드 감독의 데뷔작 <종말>은 콜린 베넛의 작품을 원작으로, 아일랜드 독립영화로써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완성도 있는 성취를 이뤄냈다. 또 두 가족(조직을 가족이라 부르는)으로부터 확고한 '믿음'을 보여줘야 했던 '암'의 이야기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가족과 형제 등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드라마로써 관객을 충분히 설득한다.

 

사진 ⓒ IMDb
닉 로우랜드 감독, 사진 ⓒ IMDb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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