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BIFF] '올렉' 이주 노동자의 비극
[24th BIFF] '올렉' 이주 노동자의 비극
  • 오세준
  • 승인 2019.10.0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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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렉'(Latvia, Latvia, 2019, 108분)
감독 '유리스 쿠르시에티스'(Juris KURSIETIS)
사진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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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렉>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작품으로, 유리스 쿠르시에티스(Juris KURSIETIS) 감독이 연출했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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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업자 '올렉'(Valentin Novopolskij)은 하루빨리 빚을 갚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고향인 라트비아를 떠난다. 그러나 정육을 하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하지만, 동료의 모함으로 일자리를 잃는다. 그런 그에게 폴란드인 '안드레이'(Dawid Ogrodnik)는 자신이 일과 쉴 곳을 주겠다며 친근하게 접근한다. 설사가상. 안드레이는 올렉의 휴대폰과 여권을 빼앗고, 도망칠 수 없도록 감금하며, 여러 불법 행위를 저지르도록 부추기고 충동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그의 노예가 된 ‘올렉’, 그는 ‘경찰’의 도움받기 위해 물건을 훔치거나 할머니에게 연락을 취하지만, 되려 자신이 감금당하고 만다. 경찰이 ‘감옥’에서 풀어주는 순간에도 밖보다는 ‘이곳’이 안전하다고 말을 하는 지경에 이르는 올렉, 그는 그야말로 안드레이로부터 피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궁지에 몰리고 만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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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렉>은 오늘날 유럽 사회의 이주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폭로하는 영화로, 유리스 쿠르시에티스(Juris KURSIETIS) 감독은 실제 사례를 취재해서 시나리오를 썼고 저널리스트의 집요함으로 영화의 디테일을 만들어냈다. 특히, 자신의 고향이 라트비아에서조차 시민임을 인정받지 못한 ‘비시민권자’, 자신의 나라 안에서 이방인인 올렉. 마치 그은 소비에트 시대에 자란 유럽의 초상처럼 다가온다. (올렉은 라트비아가 독립하기 이전 시민권을 받지 못한 사람들, 구 소비에트 시대의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래서일까. 유럽 사회에서 여권은 말 그대로 자신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아돌프 엘 아살(Adolf El Assal) 감독의 <이집트 DJ 사와>(Sawah) 역시 ‘여권’을 잃어버리면서 룩셈부르크에 갇히는 이야기를 다룬다. 올렉이 도망칠 수 없었던 이유처럼.

이러한 올렉의 정체성에 대한 결핍은 결국, 자신이 어떤 국가에도 소속될 수 없는 운명에 처하며, 범죄자 ‘안드레이’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는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영화는 올렉의 몸과 얼굴을 매우 가깝게 찍으면서 사실적이고, 또 주인공의 소외되는 모습을 지속해서 카메라에 담는다. 이러한 연출적인 스타일은 다르덴 형제의 <약속>, <로제타>, <언노운 걸>이 떠오르기도 한다. 부당하게 해고된 한 노동자의 현실, 더 나아가 안드레이와 같이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려는 추악한 사람까지. 감독은 올렉의 이야기를 통해 이주 노동자들이 처한 유럽 사회의 부조리를 명확히 보여준다. 심지어 올렉과 똑같은 상황에 부닥친, 몸을 팔 수밖에 없는, 어떠한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여성 캐릭터 'Malgosia'(Anna Próchniak)까지, 유럽 내 길을 잃고 보이지 않는 세대에 대한 모습처럼 느껴진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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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한 사람들은 고통을 받는가?

얼어붙은 호수 속에 빠진 ‘올렉’의 모습은 마치 구약성서 속 '욥'(Job)이 떠오른다. (영화는 분명 욥의 이야기와 어느 정도 유사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길을 잃은 어린 양처럼 흰 눈이 쌓인 알 수 없는 곳에 누워 있는 올렉의 모습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찾아가는 비극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끝에는 종교를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구원과 위안을 받는 희망적인 모습을 <올렉>은 보여준다. 1시간 50분 동안 그를 지켜본 관객들을 위함일 수도.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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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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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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