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BIFF] '비가 그친 후', 나카가와 류타가 펼쳐낸 '반복'의 비틀거림
[24th BIFF] '비가 그친 후', 나카가와 류타가 펼쳐낸 '반복'의 비틀거림
  • 오세준
  • 승인 2019.10.08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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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가 그친 후'(it’s stopped Raining, 2019, 99분)

 

영화 '비가 그친 후'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된 작품으로, '나카가와 류타로' 감독이 연출했다.

생명고고학자인 유키스케, 그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매일 학교로 출근한다. 반복적인 일상에 그의 유일한 낙은 길거리 노점상에서 골동품을 사는 것과 코요미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붕어빵을 사 먹는 것이다. 그는 취객의 난동으로 엉망이 된 붕어빵 가게를 도와주면서 그녀와 친해진다. 그리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주면서 용기 있게 자신의 번호를 알려준 날 밤 안타깝게도 코요미는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 다행히도 의식을 되찾은 그녀, 그러나 사고 이후 일시적으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후유증을 앓는다. 유키스케는 아픈 그녀를 돌봐줄 것을 결심하고,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기를 제안한다. 그러나 매일 아침 기억을 잃는 코요미에게 사고 이후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유키스케. 아는 것은 오로지 '이름'뿐인 유키스케와 코요미의 관계는 반복되는 기억의 상실로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비가 그친 후>는 '반복의 메타포, 즉 반복되는 움직임을 통해 영화를 전개해 나아간다. 다리를 절며 사람들 사이로 걸어가는 유키스케와 매일 붕어빵을 파는 코요미. 단순하게는 '노동'으로 볼 수 있는 이들의 반복적인 일상은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전부라 봐도 무방하다. 매일 아침 코요미에게 사고 직후의 일들을 이야기하는 유키스케, 그 이야기를 듣고 잃어버린 과거를 받아들이는 코요미. 결국, 사고 이전과 이후 반복되는 일상에 또 다른 반복이 더해진 것일 뿐이다. '나카가와 류타'감독은 이러한 반복에서 조금씩 일어나는 변화, 무수한 반복 사이에 일어나는 균열을 세심하고 예리하게 관찰하여 보여준다.

'치유와 회복'이라는 나름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영화는 흥미롭게도 영화 속 인물과 영화를 보는 관객 사이를 교묘하게 비튼다. 이를테면 '어기적어기적'한 움직임은 단순히 그의 걷는 모습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 움직임은 관객에게 분명 연민과 동정을 이끌지만, <비가 그친 후>는 이런 관객의 반응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린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 연인으로써 발전 가능성, 즉 '유키스케와 코요미가 완벽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그럴듯한 고백도 없이 두 사람의 동거 생활은 극 중 여러 인물들이 유키스케에게 “여자친구야?'라고 묻는 것과 같이 '관계에 대한 정의'를 통해서 '기대와 관심'을 유발하고 마구 부풀린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그러나 여전히 '동정과 연민'을 해소하지 않는 영화의 태도. 이것은 극 중 주인공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관객도 감내해야할 부분으로 느껴진다. 사고 이전과 이후의 구분이 무색해지는 것도, 두 사람의 관계는 함께 사는 정도의 변화를 제외하면 전혀 발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일까. 표면적으로는 분명 '기억의 상실'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하면 반복되는 일상이 보여주는 '안일함', 관계의 발전 가능성이 '현재'라는 하루에 머물러있도록 전개하는 구성 때문이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걷는 신체적인 동작으로 시작해 타인에게 다가가는 과정까지 계속되는 유키스케의 불편한 반복은 마치 끝나지 않을 것처럼 구는, 매일 반복되는 돌을 굴려야 하는 신의 형벌을 감내하는 시시포스의 모습과도 같다.

 

유키스케를 지도하는 교수는 '60년 동안 쓴 일기를 태운 한 노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60년의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것, 기록되지 않는 인간의 기억에 대한 '고민'.

흥미롭게도 이것은 사고 이후 코요미와 지내면서 '그가 겪어야 할 고민'으로 이어진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두 사람, 아니 유키스케는 자신이 왜 발을 저는지 혹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분명 그에게 아픈 상처이고, 말하기 힘든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코요미에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왜 자신은 기억해주지 못하면서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잘 기억하고 있는지 화를 낸다. 코요미가 사고 이전에 있었던 기억들이 그녀 주변을 맴돌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유키스케로 전달되는 과정은, 매일 기억을 잃어버리는 현재와의 대조뿐만 아니라 고통스러운 반복을 견디는 유키스케를 분출하도록 만드는 계기인 셈이다. 또 동시에 "너는 어떤 사람인지", 코요미에게 던진 질문이 다시 자신에게 향하는 일종의 거울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두 사람은 자신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서로 사랑하고 있는지 대화를 나누고 교감을 나눌 일만 남았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아사코>(2018)가 보여준 사건 이전 이후의 구성과 그에 따른 '반복과 차이'는 신기하게도 <비가 그친 후>에서도 흡사하게 보여진다. 또 '유키스케와 코요미의 묘한 관계'는 분명 두 남자와 한 여자를 통해서 '정의할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는 시도를 보여준 '미야케 쇼' 감독의 <너의 새는 날 수 있어>가 떠오른다.

프랑스 영화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가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이라고 칭송한 청년 감독 '나카가와 류타'로 감독, <비가 그친 후>는 반복을 통해 변화하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한편,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유키스케와 코요미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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