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 불가능을 통한 성취
태생적 불가능을 통한 성취
  • 배명현
  • 승인 2019.10.0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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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의 존재에 대한 고찰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는 아서의 웃음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을 웃음이라고 하기에는 역시 이상하다. 그는 자신의 입을 손가락으로 찢으며 거울을 본다. 이건 웃음이라기보다 확인이지 않을까. 자신에게 웃음이란 이런 것이라고 확인 혹은 주입시키는 행위. 자신의 몸을 뒤틀고 눈으로 그 뒤틀림을 바라보며 확인, 주입, 강제, 인식, 혹은 교육하는 행위. 이 압제적인 행위를 뒤로하고 영화는 시작한다.

 아서는 사회, 그러니까 고담에서 살 수 없는 자이다. ‘약골’이기 때문에. 그는 어린 소년들에게까지 무시당하고 처참하게 짓밟힐 정도로 위태롭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약골이란 단어가 신체에 국한된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 그에겐 ‘병’이 있다. 웃을 수밖에 없는 병. 의지와 상관없이 터져 나오는 그 웃음. 원래 웃음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지 않으냐고 반문 할 수 있지만 ‘아서’는 우리와 전혀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다. 그는 웃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웃는 동시에 웃는 방법을 몰라 입을 찢으며 웃음을 배우는 자이다.

 병이 그를 웃게 만들지만 정말 웃기기 때문에 웃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 웃음이란 무엇인가. 전혀 다른 상황에서 웃고, 웃어야 할 때 웃지 않는 사람은 이 사회에서 존재할 수 없다. 사회는 그가 다른 상황에서 웃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는 곳의 경계 밖으로 내 보내져 버렸다. 그러나 그것을 모르고 아서는 불가능한 것을 소망한다. 슬프게도 그는 코미디언이 되기를 원한다. 이 슬픈 갈망은 애초에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의 존재는 시작부터 ‘조커’가 되기 위해 달려간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그렇다면 이 전까지 사회에서 배제된 인물이었던 아서가 어떻게 고담시의 악마가 될 수 있었을까. 그가 티브이에 나와 자신의 우상이었던 머레이를 티브이에서 죽였기 때문에? 물론 고담시 전체를 열광시킬 순 있었지만 영화의 맥락은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그가 이룬 성취가 아닌 우연히 얻은 것인 마냥 보여준다. 그러니까 조커였기 때문에 대표가 된 것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될 수 있던 가리에 ‘하필’ 조커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조커는 이 자리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피로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바로 여기가 조커가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다. 이전까지 그가 받은 고통은 관객에게 ‘공감’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는 자기의 이해받을 수 없는 행동으로 인해 상처마저 공감받지 못한 채 배제된다. 그리고 그 순간의 절정에 이르는 순간 그는 조커가 된다. 영화로 삶과 고통의 역사 그리고 맥락을 2시간 가까이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아서’는 관객이 감정 이입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고담과 현실의 극장 어디에서도 그를 이해할 사람 수 있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다. 영화 전반에 보여준 공상, 망상, 허상의 결과는 캐릭터의 완성에 어떤 거취를 얻을 수 있게 한 것이 아니다. 우연히 얻은 ‘조커’라는 타이틀과 그 안에서 즐거워하는 아서를 보며 우리는 공허함과 애상을 느낄 뿐이다.

영화에서 시위대는 조커를 숭상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정당화할 수단인 동시에 대표할 대상이 필요했다. 조커가 이것을 인지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조커는 관심 그 자체를 즐긴다. 그는 이 상황을 이용해 머릿속에서 또 어떤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걸까. 이 무용한 나르시스는 비극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부서진 택시 위에서 보여준 조커의 미소가 비장미적 카타르시스의 절정을 느끼게 해준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조커는 여전히 어떤 곳으로도 포함될 수 없으며 대표성만을 가진 ‘마스크’이자 텍스트이다. 조크와 조커의 차이. 그 차이가 아서와 조커를 가르는 차이일 것이다.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코아르CoAR 배명현 에디터, rhfemdnjf@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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