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무너지고, 무너뜨리는 한 남자 (전편)
[조커] 무너지고, 무너뜨리는 한 남자 (전편)
  • 오세준
  • 승인 2019.10.02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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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토드 필립스, 2019, 123분)

 

Intro

최근 우연한 계기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2012)를 봤다. 프레디 퀠(호아킨 피닉스)과 마스터 랭커스터(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잠시 뒤로 미루고, 영화 초반부터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무기력하고, 술과 약에 취하면 동물처럼 들판을 뛰어다니는 '퀠'의 모습, 다시 말하면 호아킨 피닉스의 동물 같은 연기를 보고 정말 감탄했다. 분명 몇 번 본 작품이지만, 볼 때마다 놀란다. 그리고 그가 '조커'로 다시 돌아왔다. 영양실조 상태의 늑대처럼 보이길 바랬던 그는 무려 하루에 사과 하나만 먹으면서 23kg을 감량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그의 모습은 어떤 이미지도 겹치거나 생각나지 않는, '조커' 그 자체이며 지독히도 슬픈 또 광적인 모습을 맘껏 분출한다. 과연 어느 누가 이처럼 연기할 수 있을까.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넘치는 쓰레기와 온갖 질병 그리고 쥐 떼들로 가득한 고담시.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장애를 가진 '아서'(호아킨 피닉스)는 병든 엄마 '페니 플렉'을 모시고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이 즐겨보는 TV쇼 주인공 '머레이 프랭클링'(로버트 드 니로)처럼 유명한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그는 이따금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 일을 그르치기 일쑤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을 좋게 보지 않는다. 그나마 광대 분장을 하며 나름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던 직장에서 잘렸고, 또 정부를 통해 지원 받던 약도 끊겼다. 엎친 데 덮친 격. 그는 찰나에 감정에 휘둘려 지하철에서 자신에게 시비를 건 남성 3명을 총으로 쏴 죽이고 만다. 심지어 엄마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알지 못했던 과거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더욱 혼란스러워 진다. 이 와중에 자신이 코미디언으로서 처음 선보인 스탠딩 쇼의 영상은 우상으로 여겼던 머레이에게 조롱까지 받으면서 모든 게 산산이 조각나고 만다.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범죄 도시가 아닌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 고담시. 영화 시작 '뉴스'는 쓰레기를 해결하지 못해 장티푸스와 같은 질병이 나돌고, 쥐 떼들이 돌아다니며 심지어 슈퍼 쥐까지 출몰하는 사태까지 그야말로 국가가 방관 수준에 머무는, 공권력이 그야말로 풍비박산 난 도시의 상황을 알려준다. 즉, 조커의 탄생은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디스토피아적인 공간인 '고담' 안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아서가 조커로 변하는 결정적인 것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토드 필립스의 <조커>는 '웃는 남자', '킬링 조커' 등 여러 DC코믹스 원작이나 팀 버튼, 크리스토퍼 놀란 등 여러 배트맨 시리즈를 다룬 영화들처럼 '그'만의 생각을 명확하고 잘 풀어낸 조커라는 캐릭터의 기원을 이야기한다.

이 영화에서는 총 두 번 아서가 멀레이를 만난다. 눈치 빠른 관객은 이미 알다시피 영화 초반 퇴근 후 집에서 엄마와 함께 멀레이쇼를 보는 순간 펼쳐지는 첫 번째 멀레이와의 만남은 아서의 상상이다. 이 시퀀스에서 아서는 자신이 엄마에게 불리는 애칭인 '해피'에 대한 언급과 함께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시퀀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아서의 꿈'과 '아서를 대한 사람들의 태도'다. 이 시퀀스가 당연히 진짜 만남이 아니라는 점은 후반부에 실제 멀레이쇼에 출연하는 장면과 비교하면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환상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멀레이는 아서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처지도 비슷했다며 공감을 한다. (사람들이 아서를 대하는 태도가 유일하게 따뜻한 장면) 그리고 사람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 이 장면은 아서가 이뤄질 수 없다는 꿈을 펼치는 기회를 주는 동시에 관객에게 '사실과 같은 거짓'을 전달한다. 심지어 이 상상을 펼치는 화자인 '아서' 자신마저도 속고 있는.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먼저 언급할 것은 '아서'라는 인물이다. 그는 야속하게도 코미디언으로서 재능이 1도 없다. 남들과 전혀 다른 웃음 포인트, 그의 조크 노트에 적힌 “야한 농담은 언제나 먹힌다”라는 말을 보듯 전혀 감을 못 잡는 그. 아뿔싸 모처럼 얻은 코미디 클럽에서의 기회는 긴장한 탓인지 또 웃음병이 도지고 만다. 이처럼 영화가 흐를수록 아서의 상상이 흐려지는 것, 그것은 꿈과의 괴리감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모른다. 절대 알지 못한다. 그가 남들을 웃길 수 없다는 것을. 영화 속 아서는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인물로, 이러한 자신의 상상과 더불어 현재의 위치나 상황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는 '진실'을 향해 꿋꿋이 걸어간다. 물론 여전히 자신이 코미디언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과 함께.

[조커] 무너지고, 무너뜨리는 한 남자 (후편) 에서 계속.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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