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 아스트라] '아버지'라는 망령 (후편)
[애드 아스트라] '아버지'라는 망령 (후편)
  • 오세준
  • 승인 2019.09.20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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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드 아스트라' (제임스 그레이 감독, 2019, 123분)

 

Intro. PLAN B (2)

'셰프'(스티브 카렐)는 약물 중독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들 '닉'(티모시 샬라메)이 다시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작 자신의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닉은 도망친다. 그러나 셰프는 그런 '자신의 아름다운 아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마주하는 두 사람, 영화 <뷰티풀 보이>의 이야기. 이와 정반대로 미지의 생명체를 만나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로이'(브래드 피트)의 여정을 그린 <애드 아스트라>, 신기하게도 '부자(父子) 관계' 그리는 동시에 개봉하는 두 영화는 모두 'PLAN B', 즉 '브래드 피트'가 운영하는 제작사의 작품이라는 점. 재밌는 우연이다.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아무도 없었다

'헬렌'(루스 네가)은 우주사령부 기밀 정보를 몰래 ‘로이’(브래드 피트)에게 준다. 화면에는 그의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토미 리 존스)가 녹화한 영상이 나온다. 곧 이어 자신의 아버지가 ‘리마 프로젝트’를 위해서 함께한 동료들을 죽였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말한다. 심지어 그 죽은 동료 중에는 헬렌의 부모가 포함되어 있다. 그 순간 카메라는 로이의 얼굴과 화면 속 아버지의 얼굴을 중첩해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로이의 얼굴을 잡는다. 분명 로이는 ‘아버지처럼’ 산 인물이다. 또 아버지가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떠났던 것처럼 그 역시 ‘이브’에게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다. 그의 정체성에는 오로지 ‘아버지’(영웅이라 믿었던)로 가득 채워졌다.

‘탐험이 탈출이 될 수 있다’는 프루이트의 묘한 말은 로이와 그의 아버지, 두 사람에게 다 해당되는 말이다. 로이는 아버지를 만나러 떠나는 탐험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는, 아버지의 그림자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한 탐험은, 아내와 아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의무로부터, 그리고 리마 프로젝트를 통해 영웅이 된 자신이 실패자로 남고 싶지 않은 현실로부터 탈출하는 셈이다. 아버지의 추악한 밑 낯은 로이 자신이 더는 아버지의 영향력 아래에 머물지 않게 하는 동시에 반대로 그의 아버지가 자신과 함께 지구로 돌아가지 않고 자살을 택하는 이유이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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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버지의 죽음(자살)은 자신이 패배자나 실패자임을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과 가족이 아닌 지적 생물체를 만나고자 하는 이상의 충돌인 셈이다. 다시 말하면 이 우주에는 인간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버틸 수 없는 인물인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런 아버지의 자살을 바라보는 것, ‘그의 우주선을 파괴’하는 로이의 선택은 외적으로는 지구를 위협하는 재앙을 해결하는 의미를 가지며, 내적으로는 아버지에 대한 숭배, 억압 더 나아가 그의 이상까지 소멸한다고 볼 수 있다. 분명 두 사람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자기파괴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탐험을 통해 진정한 ‘자기 파괴’를 이룬 것은 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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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을 가기 위해 차를 타고 달의 뒷면으로 이동하던 중,

로이는 갑자기 허공에 손을 올린다.

공기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 무엇을 느끼려(만지고 싶어) 했을까.

아니면 저 먼 지구에 닿기를 원했던 것일까.

영화 제목인 ‘애드 아스트라 Ad Astra'는 라틴어로 ’별을 향하여‘라는 뜻이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우주라는 추상의 공간이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드는,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공간으로 그려냈다. 또 “인간이 곧 별이다”라는 말처럼 주인공 ’로이‘가 다시 지구로 회귀하는 것은 ’지구라는 별‘ 그리고 언제나 함께 살아야 할 인간, 즉 연인인 ’이브‘에게 향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애드 아스트라>가 보여주는 우주의 웅장함은 인간이 견뎌야 할 고독, 외로움, 슬픔 등 삶의 무게로 다가와 더욱더 무겁게 느껴진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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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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