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To Infinity, and Beyond!
'토이 스토리' To Infinity, and Beyond!
  • 배명현
  • 승인 2019.08.31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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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는 우리에게 영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배급 ⓒ브에나비스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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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는 어느덧 24년이라는 시간을 견디며 4편까지 탄생하게 되었다. 95년도 실시간 극장 개봉으로 이 영화를 본 어린이들 중 몇몇은 이제 본인의 자녀와 함께 4탄을 보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랜 시간을 견딘 영화인 만큼 많은 이들이 이 영화와 함께 성장했다. 그리고 그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3탄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다. 2탄 3탄의 사이엔 11년이라는 머나먼 시간의 공백이 있었고 이 시간 동안 잊고 있던 '장난감 친구들'과의 재회와 작별은 장난감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떼를 쓰던 우리의 어린 날을 회상시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토이스토리 시리즈 중 단 한 편 만을 뽑아보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1탄을 뽑을 것이다. 사실 이 생각이 오래된 생각은 아니다. 얼마 전 4탄 개봉을 기념하며 정주행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에 가질 수 있는 생각이었다. 지금의 나는 어린 나와는 다른 눈으로 장난감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1탄의 주인공은 우디가 아닌 버즈라이트 이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약간은 느끼해 보여 어린 나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던 그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버즈는 자신을 우주 보안관이라 소개한다. 다른 장난감들이 가지지 못한 최신 기능을 가진 그는 리더인 우디를 제치고 장난감들의 인기를 차지한다. 이를 시샘한 우디는 버즈에게 너는 우주 보안관이 아닌 장난감일 뿐이라 말하지만 버즈는 무시한다. 이때 버즈는 자신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날 수 있다며 침대에서 뛰어내린다. 그리고 아주 영화적인 우연으로 그는 방을 이리저리 활보(?)하게 된다. 버즈는 이를 통해 자신이 우주 보안관이라는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하며 우디에게 고구마 백만 개급의 답답함을 선물한다. 역시 물러설 장난감이 아닌 우디는 한 마디의 일침을 날린다. “그건 난 게 아니라 멋지게 추락한 거야”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늘 그렇듯, 우디와 버즈는 둘의 주인인 앤디와 장난감 친구들과 떨어지게 된다. 그런 와중, 버즈는 자신이 우주 보안관이 아닌 한낱 평범한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믿고 있던 세계가 무너진 것이다. 그 옆에서 우디는 그런 버즈를 위로하고 앤디에게 돌아가기 위해 약간의 반칙(?)까지 서슴지 않는다. 아픔을 뒤로한 버즈는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되자 다시한번 하늘을 날아오르는 용기를 보여준다. 이때 우디는 말한다. “버즈, 날고 있잖아”. 하지만 버즈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건 나는 게 아니야 멋있게 추락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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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멋지게 인정한다. 나는 이 순간 버즈라이트 이어야말로 그 어떤 영화에서 나온 우주 보안관보다 가장 멋진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어렸을 적 한 번쯤,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어릴수록 오로지 '나'의 시각으로밖에 살 수 없는 우리는 '혹시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은 아닐까'와 같은 착각 속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착각은 버즈 처럼 사건을 경험하며 성장하게 되면 점차 깨어지기 마련이다.

버즈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님에도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멋지게 이야기한다. 나의 세계가 부서진 순간의 공허를 뒤로하고 추락을 받아들인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 추락이 자신의 운명임을 인정하고 앞으로도 추락하는 삶을 살 것이지만 이를 긍정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버즈 혼자 이루어 낸 것은 아니다. 자신을 살게 한 우주 보안관이라는 소명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삶의 목적을 이야기해준 우디가 있었다. 이들의 삶은 장난감으로서, 그러니까 특별한 우주 보안관이 아닌 한낱 장난감에 불과한 존재지만 그 한계 안에도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그들은 이야기한다.

그렇게 <토이 스토리>와 우리는 24년 동안 이어져 왔다. 나는 얼마 전 <토이 스토리4>를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섰다. 주위 몇 명의 어린이와 대비되는 수많은 어른들을 보았다. 장난감들은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그들과는 다르게 모습도 조금 더 세련되게 변했고  그래픽까지 훌륭하게 변해있었다. 영화가 끝이 나자 영화가 주는 감동과 함께 이 영화와 함께 자란 이들과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어떤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느낌이 혼자만의 것은 아닐것이다. 그리고 나의 주위에 있던 몇몇 어린이들도 각자의 성장을 이 영화와 함께하길 바란다, 1탄과 4탄만큼의 시간보다 더.

[글 배명현, rhfemdnjf@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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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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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며 밥을 먹었고 영화를 보다 잠에 들었다. 영화로 심정의 크기를 키웠고 살을 불렸다. 그렇기에 내 몸의 일부에는 영화가 속해있다. 이것은 체감되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다 문득 '아.' 하고 내뱉게 되는 영화. 나는 그런 영화를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영화를 온몸으로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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