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와 '지점' - 시류(時流)편
'시류'와 '지점' - 시류(時流)편
  • 오세준
  • 승인 2019.08.20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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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9년 8월 19일' 기준으로 쓴 글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지금까지 '거대한 파도 내지는 큰바람'

여러 차례 영화판에 찾아왔다고 느낀다.

사진 ⓒ 영화 '기생충'
사진 ⓒ 영화 '기생충'

예를 들어 '천만 관객 돌파 영화'라는 흐름을 보자면 올 초 '극한직업'을 시작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이 있다. 또 '디즈니'라는 흐름에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시작으로 '알라딘', '토이 스토리4',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라이온 킹'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작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식의 분류'가 아닌 '이런 식으로 분류가 될 수 있는 작품들'에 있다. 예시로 든 작품들은 충분히 흑자를 남긴, 흥행에 성공한,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대중들에게 다분히 사랑받은 영화들이다. 특히, 디즈니의 두 작품(어벤져스와 알라딘)이 큰 흐름에 동시에 포함된 점은, 디즈니가 2019년이 '고작 절반 지난 시점'에서 76억 7,000만 달러(한화 약 9조 850억, 7월 28일 기준)의 글로벌 흥행 수익을 올리며 한 해 동안 가장 높은 누적 흥행 수익을 기록한 스튜디오로 새롭게 등극했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그다지 놀랍지 않다.

 

사진 ⓒ 영화 '주전장'
사진 ⓒ 영화 '주전장'
사진 ⓒ 영화 '김복동'
사진 ⓒ 영화 '김복동'

 

그러나 이런 흐름이 결코 2019년에만 도드라지고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릴 때, 더 특별해 보이는 법. '일본의 경제 보복'(무역 규제), 이것은 뜻밖에 영화 시장 안에서, '일본 불매운동'과 마찬가지로 한 흐름을 형성시켰다. '주전장'(3만)과 '김복동'(6만)이 대표적인 예다. 두 작품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위안부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이례적인 약진을 보여주고 있다. 즉, 극장 안에도 '항일' 기운이 맴도는 것이다. 또 독립군의 이야기를 담은 '봉오동 전투' 역시 이 흐름 안에 충분히 포함된 작품이다. 8월 15일 광복절을 맞이해 이 흐름의 세기가 더욱 거세진 만큼, 개인적으로 이런 현상은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더욱더 많은 관객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또 다른 흐름이 있다. '나랏말싸미'를 시작으로 '사자', '엑시트', '봉오동 전투'까지 일각에선 이들을 '한국영화 Top 4'라고 지칭해 나름의 경쟁 구도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미 결과는 나왔다.(현재, 엑시트가 750만을 넘어서면서 올여름 '흥행킹'으로 등극) 아니. 이 작품들이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미리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그에 따른 판정도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나와버렸다.

 

사진 ⓒ 영화 '나랏말싸미'
사진 ⓒ 영화 '나랏말싸미'

 

나랏말싸미는 '역사 왜곡' 논란이, 사자는 '완성도'에 대한 혹평, 봉오동 전투는 '국뽕' 논란, 이러한 비판들이 꼬리표처럼 달리면서 아직 박스오피스 3위에 위치한 봉오동 전투를 제외하면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점은 이 작품들의 흥행 실패가 오로지 저 '논란' 때문은 아니다. (이 부분은 '지점'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볼 예정) 한편, 엑시트가 꽤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작품성'이 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재난 영화 '클리셰'를 피한 엑시트'가 승리를 했다기보단 앞서 얘기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들이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관객으로부터 외면 받은) '운'이 좋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신기하게도 '의주와 용남'이 생존하기 끝없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 모습과 '엑시트' 역시 영화 시장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박스오피스 순위에 올라야 하는 모습은 매우 흡사하다)

 

사진 ⓒ 영화 '엑시트'
사진 ⓒ 영화 '엑시트'

 

그리고 다시, 4편의 한국 영화가 추석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타짜: 원 아이드 잭',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나쁜녀석들: 더 무비'가 9월 11일 개봉하고, '양자물리학'이 9월 19일 개봉한다. 이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명당'과 '협상' '안시성' '물괴'가 나란히 개봉했던 점과 비슷하다. 500만 관객을 돌파한 '안시성'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협상'은 190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으며, '명당'은 200만을 겨우 넘겼다. '물괴'는 최종 스코어 72만으로, 100만 관객도 동원하지 못했다. 추석이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점을 고려해도 결국 제 살 깎아 먹는 경쟁에 불과했던 작년. 벌써부터 '장르의 유사성'만큼이나 우려가 되는 건 사실이지만, 네 작품들이 과연 관객들에게 얼마큼 매력을 선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 글에서 '시류'라는 것, 어쩌면 단순한 정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유은정 감독의 '밤의 문이 열린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 김보라 감독의 '벌새' 같은 경우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며, '여성 감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에 한 흐름으로 묶어서 또 이야기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 영화 '벌새'
사진 ⓒ 영화 '벌새'

 

하지만 이 글에서 '시류'를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반대로 '이러한 흐름'에 소외된 작품들은 어떤 작품이었는지 되짚어 보기 위한 의미이기도 하다. '비주류'(非主流), 즉 시류라는 어떤 경향에서 벗어난, 더 확장할 수 있거나 많은 이야기를 해 볼 수 있는 작품은 없었는지 되돌아보는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몫일 터.

극장이 아닌 어디서든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에 사는 요즘, AI가 자동으로 취향에 맞게 추천해주거나 비슷한 느낌에 영화를 찾아주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어떤 시류에 속해 영화를 보고 있었는지 또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흥미로운 작품은 없었는지 한 번쯤은 시류를 거슬러 '역행'하는 것도 재미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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