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해철이 보여준 태도
'봉오동 전투' 해철이 보여준 태도
  • 오세준
  • 승인 2019.08.10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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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오동 전투'(The Battle: Roar to Victory, 한국, 2019, 135분)
감독 '원신연'
사진 ⓒ (주)쇼박스
사진 ⓒ (주)쇼박스

'해철'이 '칼'을 고집했던 이유가 있을까? 사실 '해철'(유해진)과 같은 인물이 신선하거나 그동안 사실을 기반으로 한 역사물에서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이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영화(세계관) 안에서 더욱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여러모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만한 능력이 있는 자가 농부도 학생도 충분히 총을 들고 싸울 수 있었던 상황에서, 전투에 더 유리한 '총'을 버리고, '칼'을 잡는다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 있지 않고서야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또 '봉오동'과 같은 평지가 아닌 가파른 산 안에서 적군과 싸울 때, 정말 '칼'이 효과적인지는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어쩌면 '해철'은 그가 가진 나름의 '고집' 또는 '자신만의 약속'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극 중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사이에서 '명확히 차별을 두려는 자'이다. 그가 끊임없이 '타인과의 약속'에 대해서 강한 책임감, 또는 집착을 하는 경향은 단순하게 '지키고자 하는 의지'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좀 더 확장하면 그의 입장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나름의 태도를 가지고 당연하게 이 영화 안을 움직이는 인물인 것이다.

 

오프닝 시퀀스가 관객에게 '분노'라는 감정을 유발하는 장면임은 분명하나(심지어 슬로우 모션을 통해서 명확하고 자세히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가 분명히 깔린) 이 영화를 통틀어서 '해철'은 자신의 동생을 잃은 분노로 일본군과 싸우려하지 않는다. 그가 주변 인물들을 대하는 태도는, 이를테면 함께 싸우는 동료들을 비롯해 심지어 어린 일본군인한테까지 결코 '자신'에게 머물러있지 않고 '타인'에게 손을 뻗는 '환대함'을 보여준다.

동굴에 모여 '감자 한 알'을 쪼개고 쪼개 나눠 먹거나 지방마다 다른 말로 부르는 장면과 같이 '그만의 연대 방식' 역시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지만, '터지지 않는 수류탄' 즉, 사람을 죽이는 도구가 사람을 죽이지 않는 '그것'은 밥을 위장한 폭탄을 썼던 일본군과는 다른, 옳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해철'은 그 캐릭터 자체로서 의미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관계 사이에서 '환기'를 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이장하'(류준열)와 '추격대장 야스카와 지로'(키타무라 카즈키)는 '독립군과 일본군', '한국과 일본', '유인하는 자와 쫓는 자' 등 여러 의미로 대립하는 관계이면서 나름 '최대한의 지점'이라는 목적이 있는 인물들이다. 꽤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영화의 진행, 또 긴 호흡의 영화 구성을 뜯어보면 두 인물의 행동은 숏과 숏, 시퀀스의 이어짐 양옆 또는 위아래 대비를 보여준다.

이러한 명확히 구분된 구조 사이에서 '해철'은 장하를 돕는 형의 역할 뿐만 아니라 철저히 응징해야할 대상을 처단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이를테면 작전을 위해서 '당연한 희생'을 고집하는 장하를 붙잡는(포기하지 않는 어쩌면 '설득'의 의미에 더 가깝다) 모습과 자신의 행위, 즉 일본에 대한 충성심과 명예가 전쟁을 통해서 증명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또 침략의 정당함에 대한 '지로'에게는 그에 걸맞은 나름의 정당한 결투와 그릇된 가치관에 대해 일침을 놓는다.

해철은 결국 '국가를 위한 자기희생', '국가 침탈을 위한 학살' 사이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사이에서 생(生)의 무게를 판단하는 '그의 칼'은 누군가를 지켜야 할 때, 또 국민인 동시에 인간이 가진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자들을 향해 처벌을 가하는 중요한 도구다.

'해철의 칼부림'이 그토록 외롭고 고독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지켜내야 하는 것들의 무거움, 나라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과 나라를 빼앗겨 슬퍼하고, 가족을 잃은 아픔까지 버텨내고자 하는 '절규의 몸부림'이다. 하늘과 땅이 갈라진, 수평선 대지 위에 우뚝 선 그의 모습은 '수평과 수직', 즉 한 개인과 수많은 타자와 조우를 보여주는 교차점처럼 느껴진다.

 

'Altitude와 Attitude'

영어로 '고도와 태도'는 한 글자 차이이다.

'봉오동'(고도)까지 가야했던 역사적 사실에서 좀 더 확장해 해철의 '태도'를 통해서 어떠한 이유로든 설령 국가를 위해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한들 목숨의 가치, 자신의 생(生)에 대한, 그 넘어 타자에게까지 가치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그의 칼에 새겨진 말처럼 '목숨의 무게', 그 균형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진 ⓒ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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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세준, yey12345@ccoart.com]

오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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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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