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돈 다이' 짐 자무쉬의 모노그램
'데드 돈 다이' 짐 자무쉬의 모노그램
  • 배명현
  • 승인 2019.08.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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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은 누구인가"
ⓒ 유니버설 픽쳐스

좀비 영화를 대표하는 두 가지 영화 있다. <새벽의 저주>와 <새벽의 황당한 저주>. 이 영화의 공통점은 좀비의 증식, 그리고 인물들의 도주이다. 이는 좀비 서사에서 절대불변에 가까운 법칙이다. 반면 차이점이라고 하면 전자의 인물들은 참혹해야 하고 비참해져야 한다. 후자는 관객을 웃겨야 한다. 좀비 영화에서 관객이 기대하는 건 앞서 말한 좀비의 법칙이 아니다. 뒤의 '차이'이다. 잔인하거나 웃겨야 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짐 자무시는 그 길로 가지 않는다.

만약 <데드 돈 다이>를 보고 실망했다면 앞서 말한 두 영화를 기대하고 갔을 확률이 높다. 그 때문인 걸까. 현재(2019.08.08) <데드 돈 다이>는 로튼 토마토 지수 54%, IMDB6.0점으로 짐 자무시의 영화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관객들의 실망만으로 낮은 별점을 만들어 냈다고는 이르다. 이건 좀비영화이기 전에 '짐 자무시'의 영화이다.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중 대다수는 짐 자무시에 대해 알았을 것이다. 또한 <패터슨>(2016)의 '다음'을 기대하고 갔을 확률이 높다. 물론 '패터슨'은 좀비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이전에 보여주었던 영상의 리듬감과 반복 그리고  후반부의 변주를 통해 만들어낸 강력한 한 방을  <데드 돈 다이>에서도 기대했을 것이다.

관객들에게만 논란이 된 건 아니다. 칸 영화제 개막 당시 수많은 평론가는 찬반을 벌였다. 여전히 감독을 지지하는 말들과 실패작이라는 평. 당시에 나는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잠시 기다렸고 부천에서 영화를 만난 후 결론 내렸다. 여전히 그를 지지해야겠다고. <데드 돈 다이>는 밥(톰 웨이츠)의 독백으로 끝난다. 그것도 꽤 길게. 이 정치적인 대사는 관객을 혼란하게 한다. 그러나 이 대사로 영화를 마무리 짓는다면 뻔한 트럼프 비판 영화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많은 관객이 사회비판과 관련지어 후기를 남겼고 나 또한 혼란스러웠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짐 자무시가 표면으로 보여지는 글자 아래 숨어있는 문자를 하나 더 찍어 영화적 모노그램을 만들어 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이를 더 큰 그림을 그려냈다. 때문에 나는 이 영화에 실망한 관객에게 다른 각도로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몇 가지 던지려 한다. 하지만 글 서두에 언급한 좀비 영화의 차이를 기대하고 간 관객이라면 자신이 없다. 이들에게  짐 자무시 영화라면 <고스트 독>(1999)을 추천해주고 싶다. '데드 돈 다이'는 영화는 좀비물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방출하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다.

 

ⓒ 유니버설 픽쳐스

먼저 주제곡으로 쓰인 스터질 심슨의 'dead don't die'는 다른 영화가 아닌 오직 이 영화를 위한 주제곡이다. 그렇다면 초반 클리프(빌 머레이)와 피터슨(아담 드라이버)의 대화는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까. "귀에 익은 곳인데?", "영화 주제곡이라 그래요" 이와 연결해, 결말 지점에서 둘의 대화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서로 대본을 보았다고 말하며, 영화 밖의 감독 짐 자무시를 언급한다. 또한 둘은 젤다의 존재를 목격한뒤 대본에서 보지 못했다고 능청을 떤다. 그렇다면 이들은 '미완성된 대본을 들고 영화의 안과 밖을 자유로이 움직이는 존재'들이 아닐까. 그렇다면 미완성 대본은 언제 완성될 수 있을까.

의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소년원의 세 아이는 마치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그들 앞에는 좀비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은 소년원을 빠져나오고 어떤 좀비도 그들을 쫓아가지 않는다. 셋 중 한 명이 '숨어야 할 곳을 알아'라며 자신들의 몸을 숨길 곳을 찾아갈 뿐이다.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영화 내 방송을 통해 유추한다면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좀비들이 있을 것이다. 정말 셋을 '약속의 땅'이라도 찾아간 것일까. 그렇다면 짐 자무시는 왜 유일한 남자아이를 소녀가 되고 싶어 한다는 뉘앙스를 가지게 설정한 것일까.

이 영화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누구인가. 세 명의 아이들(최소한 영화에선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젤다.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영화 내의 인물이 다른 세상으로 '도피'한다. 짐자무시는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좀비 영화의 법칙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살아남은 또 한 사람이 있다. 밥이라는 인물. 그는 살아남지만 감독은 그를 긍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정적인 기운마저 돌게 만든다. 살아남았지만 부정적인 인물. 현실을 바라보면서 온갖 비판을 내뱉지만 정작 그는 현실과 거리를 둔다. 그는 현실에서 누구일까.

여기서 마지막 질문을 하고 싶다. 짐 자무시의 좀비에 대한 견해는 완고하다. 배금주의나 세속에 대한 비판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결국 좀비가 되어버리는 피터슨과 클리프는 어떠한가. 그들은 영화 시작부터 '처음' 나온 곡임에도 귀에 익은 노래라고 말한다. 둘은 영화의 안팎을 반복해서 오가며 '끝이 안 좋을 것'을 알면서도 싸운다. 자신들이 좀비가 될 것을 알지만 도망가지 않은 인물들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결말이 안 좋을 것을 알고도 싸우는 미련한 자들인가? 살아남는 밥과 좀비가 되어버리는 피터슨과 클리프. 나는 이 셋의 간극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데드 돈 다이>의 깊이가 결정될 것이라 믿는다.

[글 배명현, rhfemdnjf@ccoart.com]

 

ⓒ 유니버설 픽쳐스

데드 돈 다이
The Dead Don't Die
감독
짐 자무쉬
Jim Jarmusch

 

출연
아담 드라이버
Adam Driver
클로에 세비니Chloe Sevigny
빌 머레이Bill Murray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
스티브 부세미Steve Buscemi
대니 글로버Danny Glover
케일럽 랜드리 존스Caleb Landry Jones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
로지 페레즈Rosie Perez
이기 팝Iggy Pop
사라 드라이버Sara Driver
톰 웨이츠Tom Waits
르자RZA
오스틴 버틀러Austin Butler
캐롤 케인Carol Kane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제작연도 2019
상영시간 104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19.07.31

배명현
배명현
 영화를 보며 밥을 먹었고 영화를 보다 잠에 들었다. 영화로 심정의 크기를 키웠고 살을 불렸다. 그렇기에 내 몸의 일부에는 영화가 속해있다. 이것은 체감되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다 문득 '아.' 하고 내뱉게 되는 영화. 나는 그런 영화를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영화를 온몸으로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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