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모두의 싸움, 모두의 승리", 영화 '봉오동 전투' 언론 시사회
[현장] "모두의 싸움, 모두의 승리", 영화 '봉오동 전투' 언론 시사회
  • 오세준
  • 승인 2019.07.3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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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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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원신연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이 참석했다.

 

현재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불매 운동 등 반일 감정이 고조된 시기다. 이 영화는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쟁취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시기가 적절하다'는 반응이 많다. 감독님께서 이런 반응을 어떻게 보시는지.

└ 원신연 감독: 부담이 많다. 그리고 조심스럽다. 영화가 시나리오부터 기획된 게 벌써 5~6년이 넘어간다. 그 당시에는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 '피해 역사'가 아닌 '저항의 승리한 역사'를 기억하고 싶었고,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를 유심히 봐주셨으면 한다.

 

사진 ⓒ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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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경우, 산을 뛰어 올라가거나 전투를 치르는 등 힘든 장면들이 많다. 촬영하는 동안 힘들었거나 기억나는 장면이 있는지.

└ 유해진 배우: 정말 많이 뛰었다. 그리고 '어떻게 진정성 있게 담아낼까' 고민하며 다가가는 면이 숙제였다.

└ 조우진 매우: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역사 속에 잊힌 이름들이 가진 진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정말 노력밖에 없구나'라는 현장이 아니었나. 어느 한 장면이 아닌 스텝과 배우 모두가 높은 곳에 올라가서 함께 뛰고 땀 흘리는 현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류준열 배우: 지금 돌아보니 '덥다, 춥다'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독립군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는 마음, 반에 반도 안 되는 마음을 느꼈다. 그리고 숙연해지는 순간들 많았던 촬영이었다.

 

사진 ⓒ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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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봉오동 전투에 대한 역사적인 자료가 적다. 어느 정도 상상력을 더했는지. 또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는 없었는지.

└ 원신연 감독: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영화를 만드는 것은 보통 영화를 기획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며, 자료를 수집해야 하고, 그런 자료들이 채워졌을 때 비로소 영화로 내놓을 수 있다. 봉오동 전투에 경우,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 고증하는 과정에서 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많은 벽에 봉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 이전 시대, 고려나 조선시대 자료가 훨씬 자료가 많이 남아있을 정도로, 일제 강점기 때 특히, '봉오동 전투'는 독립전쟁에 도화선이 될 수 있는 감정을 촉발했던 일이기 때문에 일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축소하고 왜곡시키고 숨겨야 했던 전투다.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들의 입에 기록되어선 안 된다”라는 대사처럼 철저하게 숨기고 왜곡시켜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

그래도 독립신문에 보면 정확히 기록되어있는 게 봉오동 전투의 승리와 과정들이 기록되어 있다. 이 작품은 독립신문 제88호에 나와 있는 기록을 근거로 만들어진 영화다. 제가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승리의 순간보다 봉오동 골짜기까지 유인해가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생각했다. 그래서 봉오동 골짜기까지 일본군을 유인해가는 독립군의 이야기 집중해서 만들게 됐다.

사진 ⓒ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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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은 늘 조심스럽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에서 다룬 '봉오동 전투'에서는 역사 왜곡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 만큼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어야 했다. 많은 양의 자료를 검토하고, 고증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특히, 남아있는 역사적 자료가 많지 않아서 그런 부분들은 시대정신, 즉 당시 시대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도로 채워 넣었다. 오히려 이 사실에 대해서 더 아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이 봉오동 전투에 참여한 독립군들의 후손이든 더 밖으로 드러나서 많은 사실들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사진 ⓒ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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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온 인물들이 강렬하고 액션이 상당하다. 이를테면 유해진 배우는 '칼'을 주로 사용하거나 조우진, 류준열 배우는 '총'을 사용한다. 각자 이런 액션 장면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 류준열 배우: 이 인물을 준비하면서 즉, 소총을 잘 다루기 위해 사격 훈련을 긴 시간 동안 연습했다. 그리고 캐릭터를 그리는 과정에서 '장하'라는 인물이 훈련된 군인이기 때문에 다른 인물들보다 더 바른 독립군의 모습, 이를테면 우직하거나 말수가 적은 또 목숨을 바치는 모습을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 유해진 배우: 여러 등장인물들과 달리 총이 아닌 '칼'을 사용한다. 또 엄청 무겁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칼을 사용하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닌, 기교나 테크닉보다 '어떻게 더 감정을 담을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 조우진 배우: 보통 칼이든 총이든 배역을 맡은 인물이 가지고 다니는 소품은 기본적으로 익숙해지기 위해 몸에 붙이고 다닌다. 류준열 배우가 연기한 '장하'의 총이 정직하게 군사훈련을 받은 군인의 무기라면 제가 맡은 '병구'의 총은 생존을 위해서 어깨너머로 배운, 스스로 잘 터득한, 어떻게 보면 껄렁해 보일 수 있는 소총 자세를 연기하려 했다. 학생 시절 공부를 잘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책상에 잘 앉아있으려 했다. 이런 기억과 되살려 촬영을 할 때나 안 할 때 되도록 잘 가지고 있으려고 노력했다.

 

한국 배우가 아닌 '실제 일본 배우들'이 참여해 일본 군인을 연기했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 원신연 감독: 실제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리얼리티나 좀 더 숨결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 '일본군' 캐릭터는 진짜 '일본인'이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같은 역사적인 실화를 근거한 영화에 일본 캐릭터 연기를 일본인 배우가 한다는 것, 출연한다는 것은 복잡한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출연 부탁을 드렸다. 그런데도 많은 일본 배우들이 출연 의사를 보내서 상당히 놀랐다. 한 배우의 이슈보다는 작품과 영화에 출연한 의미로 보셨으면 좋겠다.

 

배우분들의 경우, 일본군과 힘들게 싸우는 '독립군'을 연기했다. 촬영하는 과정이나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 울컥했던 순간은 없었는지.

사진 ⓒ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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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해진 배우: “어제 농사짓던 인물이 오늘 독립군이 될 수 있다, 이 말이야”라는 대사를 할 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정말 함께했던 모두가 독립군이었던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와닿았다.

└ 류준열 배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독립군분들이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생각하며, 특히 우리가 지금 보내는 일상적인 생활과 달리 너무 고된 상황에서 본인의 이익이 아닌 나라를 위해 노력했다는 부분들이 울컥했다.

└ 조우진 배우: 매회 차가 감동이었다. 촬영하면서 많이 느꼈다. 이 영화를 가지는 '진정성'을 위해서 한마음 한뜻으로 열심히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 극 중에 나온 언덕은 올라가는데 한 40분 정도 걸린다. 그곳을 모두가 땀 흘리며 올라갔다. 특히, 장비를 가지고 가는 스텝, 또 제작부의 경우에는 1번도 힘든데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는 순간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서로가 파이팅하고 다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눈물이 핑 돌았던 적이 있었다. 이런 노력들이 스크린에 잘 담겼으면 좋겠다. 정말 모두가 마주하고 지켜보며 완주했다.

 

조우진 배우는 캐릭터 분석을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병구'는 마적 출신에 일본어도 능통하고 총도 잘 다룬다. 어떻게 이해하려 했는지.

사진 ⓒ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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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진 배우: 마적 출신인 병구는 단순하게 도둑질만 했던 인물이 아닌 의협심과 강한 남성미가 있는 인물이다. 물론 옳지 않은 행동들도 했겠지만, 중요한 건 유해진 배우가 연기한 '황해철'을 만나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서 이해하려 했다. '해철'이 가진 인간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과 강한 독립심을 보며 분명 성장했을 것이다. 이게 큰 베이스다. 이 인물의 스타일만 보더라도 튀지 않나. 이를테면 당시에도 '트랜드 세터'(trend setter)같은 인물이 있지 않았을까, 심장 속에 프리덤(자유)이 있지 않았을까.(웃음) 그래서 의상 분장팀에게 '날라리' 같은 인물이 있을면 어떨까. 그러면 팀 안에서 영화적 재미도 있지 않을까 말을 하곤 했다. 이런 식으로 나름 설정을 했지만 보시기 어땠는지.

 

유해진 배우는 전작 '말모이'에 이어 '봉오동 전투'까지, 항일에 대한 작품을 연달아 출연하고 있다. 마치 '항일 전문 배우'가 아닌가 할 정도로 잘 소화해 주셨다. 혹시 나름의 이유가 있는지.

└ 유해진 배우: 어쩌다 보니 전 작품이 '말모이'다. 큰 이유는 없다. 개인적으로 배우는 눈에 보이는 시나리오를 따라간다. 어떤 순간에는 '말모이'에 대한 끌림이 있었고, 또 다른 순간에는 이렇게 '봉오동 전투'가 있었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끌렸을 뿐이다.

 

사진 ⓒ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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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 부탁한다.

└ 조우진 배우: 어제 연필을 들고, 어제 곡괭이를 들었고, 어제 옥수수밭을 일궜고, 어제 총을 들었고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총을 들었는지, 어떻게 '다시' 총을 들었는지 그 각오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 여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분명 뜻깊은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들의 각오와 기개를 꼭 목격해주셨으면 좋겠다.

└ 류준열 배우: 이 영화를 통해 일제 강점기의 아픔과 상처 슬픈 기억들보다 '첫 승리'에 대한 기분을 극장에서 만끽하셨으면 좋겠다.

└ 유해진 배우: 긴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시작됐다.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란다.

└ 원신연 감독: 제가 학교 다닐 때 유난히 역사 국사 공부를 못했다. 봉오동 전투를 만들면서 정말 진심으로 역사는 암기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일본군을 무찌른 무명의 독립군의 뜨거움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오세준
《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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