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 괴기하고 낯선 전경
'미드소마' 괴기하고 낯선 전경
  • 오세준
  • 승인 2019.07.1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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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주)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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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를 듯이 비추는 태양 빛은 비로소 스크린을 통해 '공포'로 바뀌어 관객에게 전이한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신작 '미드소마'는 스웨덴 한여름, 낮이 가장 긴 날 열리는 미드소마에 참석한 '대니', '크리스티안'과 그의 친구들에게 들이닥친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사실 이 영화가 주는 '공포'에 대해서 과연 이것이 정말 '공포'라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 분명 147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잠시도 쉴 수 없는 긴장감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으로 느껴지는 '무언가'에 대해서 공포와 비슷하지만 다른 '낯섦'이 느껴졌다. 다시 말하면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오는 혹은 예측하거나 그렇지 않은, 그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끈적하게 움직이는 질척거림과 같은 미스터리한 움직임이 감정적으로 다가왔다.

 

사진 ⓒ (주)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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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카메라가 여러 각도에서 가깝고 길게 마치 뱀처럼 유연한 몸짓으로 인물을 담아내거나 위에서 높게 또는 아래에서 넓게 공간을 포착하는, 먼 거리에서 촬영한 마스터 샷을 구조적으로 배치한 탓일 수 있다. 이런 촬영 방식은 분명 관객의 입장에서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순간과 상황 전체를 전지적 시점으로 볼 수 있는 순간을 충돌 시켜 서스펜스적인 효과를 발생시킨다. 위에서 언급한 예상 가능한 지점의 안과 밖을 교묘하게 이동하는, 귀신이나 사이코패스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통해 '화들짝' 놀라게 하기보단 천천히 깊숙이 인지 가능한 상태에서 '억!'한 놀람을 경험한다. 그러나 '연출적인 부분'은 이 영화를 받쳐주는 도구에 불과할 뿐 반대로 감독이 설계한 여러 설정에 더 주목할만하다.

아펙트(Affekt)라고 하는 가상의 언어와 룬이라는 가상의 문자 등 호르가만의 신화를 창조, 그에 따른 각 캐릭터의 의상과 내부의 벽에 룬 문자와 아펙트 문자의 조합의 사용과 이중 마을의 소수의 사람만 이해하는 예언으로 영화의 중요한 플롯 포인트가 되는 '루비 라드르'라고 알려진 경전 또 3층짜리 벽면에 난해하게 그려진 벽화와 상징들, 모계 사회의 대변인과 같은 인물로서 호르가의 역사와 믿음을 설명해 주는 시브가 사는 곳을 비롯한 세트의 정교한 인테리어까지. 영화가 만들어내는 공포는 호르마 마을 사람들의 행위를 기반하는 익숙지 않은, '미스터리한 이들의 문화'에서 비롯한 낯섦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사진 ⓒ (주)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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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에 한 번, 9일 동안 하는 특별한 축제 '미드소마'를 큰 테마로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 '대니'를 주축으로 가족의 죽음, 연인 크리스티안과의 사랑, 슬픔과 상실을 극복하는 성장까지 이 영화는 다양한 소개를 다룬다. 그러나 큰 맥락으로 보자면 작품은 분명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관계'를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공동체의 사전적 정의는 '운명이나 생활, 목적 등을 같이하는 두 사람 이상의 조직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는 '대니의 가족', '대니와 남자친구 크리스티안', '크리스티안의 친구들', '미드소마를 개최하는 스웨덴 한 마을 사람들'(호르가) 네 개의 공동체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것들은 '대니'를 중심으로 묘하게 엉켜있다. 큰 플롯으로 보자면 대니와 크리스티안, 그의 친구들이 스웨덴의 한 축제에 참여하는 단순한 구조로 이뤄졌지만, 그 안에는 그들끼리 서로 다른 목적을 가졌고, 이 목적은 공동체를 분열하는 계기이며, 그 계기들이 쌓여 결국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보여주는 큰불처럼 발화한다. 분명 제물을 바치는 장면으로 비추는 이 장면은 단순히 축제의 클라이맥스를 보여주는 상징 이상으로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사진 ⓒ (주)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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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스 퓨가 연기한 대니는 시작부터 극심한 불안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Goodbye'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되지 않는 동생 때문이다. 심지어 부모님마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가족 모두가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다. 이 지점에서 그녀가 '가족'이라는 공동체로부터 버림을 받았거나 '실패'를 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것이 사고이든 동생의 고의와 상관없이 한 개인이 '가족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그녀의 연인 크리스티안은 그녀의 불안과 우울 증세를 감당할 수 없어 '이별'에 대해서 고민 중이며, 그의 친구들은 그녀를 그다지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축제를 초대한 '펠레'를 제외하면) 또 그녀의 통화를 통해 목소리로 등장하지만, 영화 속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점에서 그녀 주변에 썩 괜찮은 친구가 없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대니'는 어떤 공동체에도 끼지 못하는, 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별의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다.

영화의 결말부터 미리 이야기하자면, 결국 그녀가 축제를 통해 새로운 공동체(미드소마를 행하는 사람들)에 '합류'하는 것은 그 마을 사람들로부터 '포섭 내지는 유혹'을 당했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들의 초대에 응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지막 시퀀스에서 보여준 '그녀의 웃음'에 더 가깝다.

과연 세상에 '완벽한 공동체'란 존재할까? '완벽한 공동체'는 무엇을 의미할까?

서브플롯으로 존재하는 대니와 친구들 사이에는 그들만의 목적이 존재한다. 크리스티안과 조쉬는 이 축제를 조사해 자신들의 논문을 쓸 계획이며 서로 경쟁한다. 또 마크는 단순히 스웨덴에 여행 목적, 정확히 말하면 여자들과 즐길 생각으로 왔으며, 펠레는 이 축제에 모든 인물들을 초대한 장본인이다. 그리고 대니는 연인인 크리스티안을 따라 여행의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는 그녀가 이 호르가 마을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을 제거한다. 여기서 영화가 제거했다고 말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그녀'가 중심인 이 영화에서 '개연성'을 위해 주변 인물들이 필요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이 마을이 끔찍한 제사를 지낸다는 사실은 영화 마지막에서 말해주듯 '펠레'라는 인물이 제사에 받칠 인간들을 구해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과연 '펠레'가 의도적으로 자신과 같이 가족을 잃은 사고를 겪은 대니를 직접적으로 데려왔다고 볼 수 없고, 또 '5월의 여왕'이라는 마을의 퀸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계획이라고 볼 수 없다. 단순하게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마을에 축제에 빠져든 사이에 마을의 룰을 위반하거나 도망치려는 사람들을 잡아 몰래 죽였다고 보는 편이 맞다. 축제가 고작 9일이기 때문에 그 안에 서둘러 제물을 받칠 인간이 필요했다고 보는 것이다.

끝 그리고 마지막. 그녀가 선택한 '호르가 마을'은 완전한 공동체로, 그녀가 가진 상실과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충분한 관계로 말할 수 있을까. 글쎄. 축제 첫날 대니를 포함한 초대받은 외부인들은 믿지 못할 충격적인 이 마을 사람들의 의식을 목격한다. 한 노부부가 절벽에서 스스로 떨어져 자살하는 행위. 또 한번에 숨을 거둔 노부인과 달리 잘못 떨어져 죽지 못한 노인을 보며 마을 사람들은 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큰 망치로 그 노인의 얼굴을 가격해 죽게한다.

 

사진 ⓒ (주)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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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이한 의식은 마을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계절로 생각하는 데 있다. 18세까지는 봄, 순례를 떠나는 18세에서 36세까지는 여름, 일하는 나이인 36세에서 54세까지는 가을, 삶의 멘토가 되는 54세에서 72세까지는 겨울이라고 정하고 살아간다. 72세 이후의 사람은 호르가 마을의 전통에 따라 반드시 특별한 의식을 치러야 한다. 이 의식은 일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이들에게는 성스러운 받아들임이 된다

꽃이 피고 지는 것과 같이, 이 마을 사람들은 '순환적'이면서 '일정한' 삶을 유지한다. 이 두 사람의 죽음으로 마을 전체 인구에서 두 사람이 빠졌다. 후반부에서 크리스티안이 자신에게 관심을 표하던 여자와 관계를 맺는 장면은 일종의 생명 탄생을 치르는 의식과 같이 묘사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임신을 사실상 확정을 지은 것이다. 이와 동시에 대니의 마을의 합류로 두 명의 사람이 다시 마을로 채워진 격이다. 모든 것이 다 계획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대니가 합류하지 못했다면 크리스티안 외의 다른 인물이 아이를 낳기 위해 마을 여성과 관계를 맺었을 것이다.

 

사진 ⓒ (주)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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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적으로 대니가 이 호르가 마을에 대한 호감과 5월의 여왕으로 뽑이고, 권력을 얻으며 신성시되는 과정과 외부적으로 마을에서 일어나는 수상하고 미스터리한 일들, 즉 이 공동체의 규율과 생활 방식을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서 기존의 시스템에서 적응하지 못한 한 인물이 이상적인(이상적으로 보이는) 공동체를 만남으로써 '가족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실현하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문학에 대해 "내 소설의 주인공 대부분은 혼란이나 고독, 상실을 헤쳐가고 있지만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그들이 구원받기 위해서는, 홀로 어둠의 가장 깊은 부분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게임의 룰이다"라고 말했다.

<당신이 진정 구원받으려면 홀로 어둠의 끈까지 가 봐야> 조선일보 인터뷰, 2006.07.29

"이건 비뚤어진 소망이 실현되는 이야기이다"라고 말한 아리 에스터 감독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니가 자신의 욕망을 이뤘음에는 사실이지만, 그 공동체도 결국에는 '완전한' 혹은 '이상적인' 형태가 아닌 유지하기 위해서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있으며, 첫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부부처럼 어느 시점에서는 공동체 밖으로 나가야 하는 숙명을 가진 집단인 것이다. 감독이 말한 '비뚤어진 소망'이란 것은 대니가 현재 자신이 실패한 공동체를 대체할 무언가가 있음을 바라고 기대하는 측면이 아닐까.

영화 마지막 '웃는 듯 우는 묘한 표정을 짓는 '대니'를 다시 떠올려본다. 미소 섞인 울임. 호르가 마을은 그녀의 마지막 종착지일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녀의 표정이 끊임없이 내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과 오버랩되어 아른거린다.

[글 오세준, yey12345@ccoart.com]

사진 ⓒ (주)팝엔터테인먼트
사진 ⓒ (주)팝엔터테인먼트

미드소마
Midsommar
감독
아리 에스터
Ari Aster

 

출연
플로렌스 퓨
Florence Pugh
잭 레이너Jack Reynor
윌 폴터Will Poulter
윌리엄 잭슨 하퍼William Jackson Harper
빌헬름 브롬그렌Vilhelm Blomgren
율리아 랑나르손Julia Ragnarsson
아치 매더퀴Archie Madekwe
엘로라 토르치아Ellora Torchia

 

수입 찬란
배급 (주)팝엔터테인먼트
제작연도 2019
상영시간 147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 2019.07.11

오세준
오세준
《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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