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JIFF] 카빅 능 감독, "이 영화는 '화이트 빌딩'에 대한 러브레터이며, 내 추억을 위한 작품이다"
[20th JIFF] 카빅 능 감독, "이 영화는 '화이트 빌딩'에 대한 러브레터이며, 내 추억을 위한 작품이다"
  • 오세준
  • 승인 2019.07.08 2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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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지난밤 너의 미소’(Last Night I Saw You Smiling, 2019, Cambodia, France)
사진 ⓒ IMDb
사진 ⓒ IMDb

영화 '지난 밤 너의 미소'(Last Night I Saw You Smiling)는 2019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섹션 작품이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상징적인 건축물 '화이트 빌딩'이 철거될 상황에 놓인다. 철거 직전, 감독인 '카빅 능'은 자신의 가족을 포함해 세 가족의 모습에 주목한다. 철거민들이 짐을 싸고, 추억과 불안을 공유하며 건물이 완전히 허물어지기 전 이사를 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카메라에 담긴다.

카빅 능(Kavich NEANG) 감독은 캄보디아 프놈벤 출생으로, 칸영화제의 영화인 양성프로그램 입주작가로 선발됐다. 또 이번 영화 '지난밤 너의 미소'로 2019 로테르담국제영화제(IFFR, Bright Future Competition) 넷팩상을 받았다.

지난 10일 오후 1시 30분 CGV전주고사 3관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전주국제영화제 문성경 프로그래머와 카빅 능(Kavich NEANG) 감독이 참석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문성경 프로그래머: 먼저 간단하게 축하 소식부터 전한다. 이 작품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 세계 신인 감독들을 발굴하고자 하는 '국가경쟁' 섹션에 상영한 작품이다. 그리고 얼마 전 시상식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바로 영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영화에는 실제 감독님의 가족들이 나온다. 이 건물에 얼마나 사셨는지 실제로 촬영은 어느정도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카빅 능 감독: 저희 가족은 1980년 이 건물로 이사했고, 거의 30년 정도 살았다. 사실 처음에는 이러한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을 계획은 없었다. 그 이전에 픽션 영화를 만들려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중 이 건물이 철거된다고 발표가 났다. 그래서 일단 '철거 과정을 카메라로 찍어둬야겠다'라는 생각을 해 친구에게 카메라를 빌려 이 과정을 촬영했다. 모든 장면을 찍고 나서도 다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이런 장면들을 픽션 영화에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해서 생각했다. 이후에 파리로 작업을 하러 갔다가 담장 편집인을 만났는데 그분과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서 지금의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운이 좋게 그곳에서 펀딩까지 받아서 최종적으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카빅 능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카빅 능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또 실제 촬영 기간은 한 열흘 정도다. 두 가족이 건물에서 나오기 위해 짐을 싸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제가 촬영을 시작했고, 모든 사람들이 다 나간 후에 건물이 조용해지고 아무도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다시 돌아가서 빈 건물을 촬영하기도 했다. 전체 준비 시간은 3개월 정도이며, 포스트 프로덕션 기간은 한 반년 정도 걸렸다.

 

문성경 프로그래머: 영화를 보면 초반부에 어릴 때 쓰던 노트나 영어책을 찾는, 구체적인 삶의 물건들이 발견된다. 이 장면으로 보면서 관객에게 개인적인 경험을 선사할 정도로 가깝게 다가왔다. 또 동시에 노래가 나오는데 대개 사랑노래와 같은, 마치 집이 사람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이같은 노래를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아니면 실제 살았던 사람들이 불렀던 노래인지.

└카빅 능 감독: 먼저 이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 어떤 아이디어도 하나도 없었다. 정말 우연히 인터뷰하던 도중에서 한 여성분께 '노래를 할 수 있으면 해주세요'라고 부탁을 했더니 그분이 아름다운 사랑 노래를 불러줬다. 어떻게 보면 저 자신과 이 화이트 빌딩에 대한 감정을 노래들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전에 없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이렇게 흘러가는 데로 영화에 다 담는 것이 본능적으로 맞다고 생각했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그리고 엔딩에 나오는 노래는 일부러 선택해서 넣은 곡이다. 철거 후에 약간의 퍼즈(pause)가 생기는데 노래를 넣을지 말지 고민을 했다. 영화의 감정을 멈춰진 순간에 끝내지 않고 노래를 통해서 더 감정을 전달하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선정된 곡은 60년대 나왔던 노래인데 '화이트 빌딩'이 지어졌을 당시 나왔다. 나름 일맥상통하다 생각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철거 전에 이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히 담고 있다. 혹시 촬영 중에 저항하는 사람들 이를테면 시위하거나 집에서 나가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있었는지. 혹시 있었다면 왜 영화에는 담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카빅 능 감독: 영화 상영 후 이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그래서 저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봤다. 영화를 이미 보셨다시피 이런 정부 정책에 대해서 격렬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여기 영화에 등장했던, 인터뷰 내내 핸드폰만 보고 있던 한 여성분은 "우리가 너무 늙어서 정부에 대항하여 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라고 말을 했다. 그녀의 답이 질문의 답일 수 있지만, 사실 '화이트 빌딩'은 캄포디아(정부)에서는 꽤 골치 아픈 문젯거리다.

카빅 능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카빅 능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빨리 거주하는 사람들을 내보내고 건물을 철거하고 싶어 한다. 이 빌딩 이전에 다른 빌딩을 철거했던 케이스의 경우, 보상도 없이 거주민들을 다 내쫓아 버렸다. 심지어 보상금이 적다는 반항이 있었음에도 정부 쪽에서는 듣지도 않은 채 강제로 쳐들어와 밀어버리고 쫓아냈다. 이런 소식을 들은 화이트 빌딩의 사람들은 분명 어느 정도 정부에 대한 공포감이 있었고, 조금 더 버티면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걱정도 있었다. 실제로 캄보디아 역사상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렇게 보상까지 주면서 나가라고 하는 것은 거의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거라도 받는 게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인터뷰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부에 대한 불만 같은 것을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다. 나중에 자신의 인터뷰가 영화로 나오면 정부 쪽에서 이 영상을 보고 자신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았고, 불만은 더욱더 꺼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이 영화에는 철거하는 사람들의 진실한 이야기나 보상금에 대한 생각 같은 것이 들어있지 않다. 또 애초에 이 영화를 어떤 정치적인 메시지를 주려고 제작하려고 하지 않았다. 단지 저만의 방식으로 이 화이트 빌딩에 전하는 러브레터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의 웃는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다. 영화 제목을 '지난밤 너의 미소'라고 지으신 이유가 궁금하다.

카빅 능 감독: 이 영화에 대한 계획이 없었던 것처럼 제목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저는 밤마다 이 건물관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랐다. 또 친구들과 놀고 여러 주민들이 주변에서 시간을 보낸 행복했던 순간들에 대해서 꿈을 꾸었다. 그러나 꿈에서 깨고 나면 현실은 전혀 다르다. 이 다른 현실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그래서 제가 예전에 느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제목을 지었다. 또 이 제목은 캄보디아에서 유명한 60년대 노래의 제목이다. 그 이유도 60년대 지어진 이 건물과 맞을 것 같아서 가져왔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로 찍을 목적이 아니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렇다면 영화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주된 기획과 중점적인 생각을 염두하여 작업을 하셨을 것 같다. 어떻게 보이도록 생각하셨는지.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카빅 능 감독 감독: 고민되는 지점들이 많았다. 이 프로젝트 자체 내용이 저 자신이 너무 가깝게 느끼고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영상들을 보고 편집하는 과정에 있어서 일정 부분 이상의 주관성이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제삼자의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과 함께 계속해서 편집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멈췄다 진행했다 반복했다. 이런 과정에서도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명확히 서지 못했다. 또 거기서 만난 프랑스 편집자분께서 내 영상을 지켜보고, '복도'가 중심이 되고, 영화 전체가 기억에 대한 중심이 된다는 말을 해줬다. 그러나 정작 난 왜 복도에 집착하는지 되려 자문자답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촬영 마지막 날, 건물을 철거하기 전 사람들이 다 나가버린 텅 빈 건물에서 눈을 감고 서서 소리만 느꼈던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고, 오직 철거를 위한 기계음만 들리는 상황이었지만 눈을 감았을 때는 아이들이 뛰어놀았던 소리, 사람들이 음악을 하던 소리, 왔다 갔다 하는 소리까지 겹쳐서 들렸다. 그 순간 제가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 저 자신의 추억에 대한 작업이구나 깨달았다.

참고로 현재 전 세계를 돌면서 이 영화를 많이 상영했는데 그때마다 관객분들이 화이트 빌딩에 처한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를 공감해주셔서 기쁘고 감동했다. 정작 아직 캄보디아에서는 개봉하지 않았다. 9월 개봉예정이다. 같은 정부 아래에 생활하는 캄보디아인들에게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 '왜 캄보디아 사람들은 함께 단합할 수 없을까'와 같은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바라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캄보디아 국민 스스로가 무엇을 더 해 나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불합리한 게 있으며 더 함께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되기를 바란다. 겉으로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듯하지만 어떤 정치적 주제를 가진 영화는 아니다. 나의 추억에 대한 영화다. 캄보디아 내에서도 어떤 한 측면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세준
오세준
《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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