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JIFF] 주성져 감독, "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렸다'고 느꼈다"
[20th JIFF] 주성져 감독, "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렸다'고 느꼈다"
  • 오세준
  • 승인 2019.06.17 0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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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레젠트.페펙트'(Present.Perfect., 2019, Hong Kong, USA)
포스터 ⓒ IMDb
포스터 ⓒ IMDb

영화 '프레젠트.페펙트'(Present.Perfect., 2019, Hong Kong, USA)는 2019 전주국제영화제 프로트라인 섹션 작품이다.

프론트라인은 질문과 논쟁을 촉진하는 제제, 논란을 야기하는 세계관, 혁신적인 영화 스타일을 가지고 영화 지형의 전위에 선 작품들을 소개하는, 가장 기이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제작들을 모아 놓은 섹션이다.

영화는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진 않은 중국 개인방송 진행자들의 자료화면이 차례로 편집되어 담긴 작품이다. 정체성, 장애 그리고 사회 경제적 지위 등의 이슈를 가진 이들은 오프라인에서는 면대면 관계를 형성하는 데 난항을 겪으며 온라인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는다. 이들을 탐색해가는 영화적 콜라주는, 개별적 존재들이 가상공간 속에서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열망을 충족하는 양상을 드러낸다.

지난 4일 오후 8시 30분 전주고사CGV 5관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장병원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주셩저'(ZHU Shengze) 감독이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사진 ⓒ International Film Festival Rotterdam
왼쪽부터: Susanna Nicchiarelli(타이거 심사 위원장), Zhu Shengze(감독), Yang Zhengfang Yang(제작자) / 사진 ⓒ International Film Festival Rotterdam

장병원 프로그래머: 주셩저 감독님의 전작인 '새로운 해'가 2017년도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됐었다. 그리고 올해 완성하신 '프레센트.퍼펙트.'로 다시 영화제에 선보이게 됐다. 그리고 영화제를 방문하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지금 선보인 이 작품은 올해 제48회 로테르담 영화제 메인 경쟁 섹션 타이거 컴페티션에서 타이거 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전작인 '새로운 해'와 많은 차이가 있다. 영화 '새로운 해'는 새해로 넘어가기 전 한 중국 가족의 일상을 관찰한 작품으로 13개의 쇼트로 묘사한 아주 특별한 형식의 영화다. 이번 작품은 파운드 푸티지 형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사실 형식이 특별하다는 점은 전작과 이번 작품에서 공통으로 느껴진다. 두 편의 작품이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 다른 양식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영화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는지, 또 두 편은 어떤 차이를 가졌는지.

└ 주셩저 감독: 형태로 보면 두 작품은 전혀 다르다. 전작의 경우에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영화에 출연하는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만든 구조적인 작품이다. 고정적인 장소에서 13개의 롱테이크로 촬영한 방식으로 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프로젝트 퍼펙트는 롱테이크라는 공통적인 촬영 방식을 취한 부분이 있지만, 영상 클립을 직접 촬영하거나 전문 촬영가를 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그러나 두 작품에는 분명 유사한 부분이 있고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줄곧 사회에서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형태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사회 변두리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전작 '새로운 해'는 한 가정 안에 6명의 가족 구성원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만들어낸 작품인 반명에 이번에 선보인 '프레젠트.퍼펙트.'는 인터넷 영상에서 활약하는 비제이들을 관찰했다. 다양한 사회 계층에 위치한, 극심한 압박과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비제이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형태에서 두 작품이 '유사하다'고 느낄 수 있다. 두 작품의 촬영 방식이 롱테이크라는 점이다. 나는 롱테이크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삶의 가장 진실한, 그 자체만의 고유한 리듬을 담아내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개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두 작품을 보면 롱테이크를 많이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왼쪽부터: 통역사, 주셩저 감독, 장병원 프로그래머 / 사진 ⓒ 오세준 기자
왼쪽부터: 통역사, 주셩저 감독, 장병원 프로그래머 / 사진 ⓒ 오세준 기자

장병원 프로그래머: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지만, 상당히 기괴한 구성원들. 이 조합을 위해서 상당히 많은 조사를 하고 라이브 방송을 많이 보셨을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영상을 모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성격의 인물을 선택하고자 했는지. 그들의 촬영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는지. 완전하게 자율성을 주고 촬영을 한 것인지.

└ 주셩저 감독: 먼저 이 작품을 만들기 전, 나는 라이브 방송에 대해 생소했다. 단 한 번도 라이브 방송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뉴스를 통해서 '라이브 방송란 것이 있구나', '이런 방식이 유행이구나' 정도였다. 처음 이 영화를 만들기 전, 3~4개월 동안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 정말 수십수백 개의 다양한 라이브 방송을 보는 작업을 거쳤다. 이렇게 몇 개월 동안 관찰하면서 얻은 결론은 대부분 비제이들은 게임을 하거나, 노래하거나, 춤을 추는 엔터테인먼트 방식을 선택했지만 일부 소수 비제이들은 정말 자신의 삶을 공개하는, 타인에게 공개하기 어려운 비밀스러운 부분들도 생전 처음 보는 낯선 관객들에게 공유하는 특징을 발견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의 포커스도 어떤 라이브 스트리밍화 된 현상과 산업에서 바뀌어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비제이들에게 중점을 두게 됐다. 고정적으로 백 명의 비제이들의 각기 다른 방송을 보다가 후에는 삼십 명으로 줄였고 마지막에는 10명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이 경우, 나는 비제이들에게 녹화의 어떤 가이드라인을 일절 주지 않았고,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방송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병원 프로그래머: 이 영화의 제작을 설명할 때, '촬영'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모호하다. 그들의 방송을 받아서(라이브 방송이 끝난 후) 만든 것인지 혹은 그들의 방송을 촬영한 것인지 아니면 이 두 가지 방식을 다 사용한 것인지 궁금하다.

└ 주셩저 감독: 촬영이라는 단어에 혼란이 있었다. 나는 비제이들이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할 때 그들을 촬영했다기보다는 그들이 스스로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방송이 끝난 영상을 그대로 가져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쓴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언급하자면 난 이 작품을 만들기로 결정한 처음 그 순간부터 어떠한 전문 촬영가를 고용하지도 비제이들의 방송에 개입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 이유는 나는 항상 감독이나 촬영가 입장에서 무언가를 찍는다고 했을 때 그 감독과 촬영하는 사람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어쩔 수 없이 개입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이 배우라는 역할이 있는 분들이 스스로 카메라를 들고 자기 자신을 촬영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이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해서 항상 궁금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은 어떻게 보면 나와 그 비제이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주셩저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주셩저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만들 때, 내가 주로 담당했던 역할은 어떻게 보면 영화의 소재와 등장인물들을 선택하고, 편집하는 작업이 주를 이뤘다. 특히 이 편집 작업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주로 현실을 최대한 기록하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감독과 제작사를 거쳐서 필터링 된 현실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 외부적인 아이디어와 함께 결합이 됐을 때 나타난 산물이 이번 영화가 아닌가 싶다. 또 인물을 선택하는 기준은 '비제들이 개성이 있냐 없냐'로 축약할 수 있다. 내가 판단하는 기준은 이 비제이들이 흥미로운 사람들인지 끌리는 면이 있는지를 보고 선택을 했다. 또 그 비제이들이 방송을 단순히 돈을 버는 도구로만 생각하지 않았는지, 인기만을 노린 것이 아닌지 등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선택했다.

인물 선택에 관한 나의 기준은 '비제이들이 개성이 있냐 없냐'로 축약할 수 있다. 즉, 내가 판단하는 기준은 '이 비제이들이 흥미로운 사람들인지 끌리는 면이 있는지'를 보고 선택을 했고, '그 비제이들이 단순히 방송으로 돈을 버는 도구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인기만이 노린 것이 아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선택을 했다. 나는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돈을 버는 도구로 바라보지 않고 타인과 교류를 하고자 하는 비제이들을 찾았다.

사진 ⓒ
사진 ⓒ International Film Festival Rotterdam

예를 들면 영화에 등장하는 비제이들 중에는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인물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현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존재한다. 또 공장에서 일하는 여직원 같은 경우에는 그 여성이 사는 현실은 매우 좁은 것이다. 어느 작은 마을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그녀의 삶, 그녀의 세상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즉, 세계와 소통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비제이들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장병원 프로그래머: 다큐멘터리 영화를 논할 때, 항상 그것을 촬영한 작가의 주관적인 시선과 개입, 그것으로부터 최대한 멀어지려고 하는 어떤 의지가 충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말씀하신 부분이 개입을 최소화하고 그들의 삶에 끼어들지 않으려고 하셨는데 이 영화는 상당히 구성적인 냄새가 풍긴다. 10명의 인물들이 계속 교차하는 구조를 가지를 가지고 있고, 10명의 인물이 선택되는 과정도 역시 감독님께서 개입하지 않으려는 태도와 구성하려고 하는 태도가 충돌하고 긴장하는데 어떻게 조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타협하였는지 듣고 싶다. 예를 들면 제가 알기로는 800시간 정도 찍은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2시간 남짓한 시간으로 추려졌는지.

└주셩저 감독: 사실 처음부터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아이디어가 명확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라이브 영상을 6개월 정도 본 후에야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무언가를 만들려고 할 때, 내 생각에는 가장 중요한 점은 '감독으로서 어떤 명확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이다. 이번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소재가 있었고, 또 800시간에 달하는 영상,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비제이들. 처음에 내가 가장 많이 해야 했던 것은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을 내리는 일이었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보시다시피 이 영화는 명확한 이야기 흐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딱히 주인공도 없다. 이런 형태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너무 지치지 않도록 또 늘어지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네 개의 챕터를 나눴다. 그리고 챕터의 소제목을 정하지 않은 이유는 각 챕터마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압적으로 강요하듯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객관성을 유지하고 싶었다. 비제이들이 자신만의 특성을 살리고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그래서 가능한 편집을 할 때도 비제이들이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했을 때 모습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롱 테이크로 가져가기를 결심한 이유도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비제이들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촬영의 리듬을 그대로 남겨둘 수 있었다. 또 비제이라는 직업이 굉장히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보통 비제이가 방송을 시작하면 5~6시간을 계속해서 촬영하며 팬들과 교류를 한다. 이런 부분을 고려했을 때, 직업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롱테이크 방식이 필요했다.

 

장병원 프로그래머: 이와 같은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취하면서 동시에 비제이의 방송을 매개로 작품을 만들기까지 아이디어의 발전 과정이 있었는지. 혹은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관심도 포함된 것인지.

주셩저 감독: 이 작품을 파운드 푸티지 방식이라고 언급하셨는데 사실 나는 한 번도 이 작품이 파운드 푸티지 형식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물론 처음 한 달 정도 영화 제작을 마친 후에는 파운드 푸티지 형식인지 다른 유사 영화를 찾아보았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아카이브 영상들을 편집해서 만든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내가 사용한 것은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들인데 이 영상들의 특징은 온라인상에 오랫동안 영상을 저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만약 내가 못 보거나 놓친 방송이 있다면 그건 영원히 놓친 방송이고 이 작품에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영화가 파운드 푸티지 형식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이어서 말을 하자면 이 영화는 아카이브나 파운드 푸티지처럼 이미 만들어진 어떤 작품을 편집해서 하나로 만들었다는 개념과는 상당히 다르다. 또 내가 영화를 제작하기 전에 이미 많은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을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을 사용해서 데이터를 찾거나 키워드를 선택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욱더 파운드 푸티지 형식이라고 불리기 어렵다. 나는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보기 전에는 그것이 정확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방송을 보기 전에도 방송을 꾸준히 시청하는 기간에도 방송에 등장하는 비제이 스스로가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변화하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촬영을 마친 지금 시점에서 영화를 보면 내가 만든 작품이 어떤 아카이브적인 특성이 띄기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내 작품에 등장했던 많은 비제이들이 더 이상 방송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을 보는 관객이 없어서 그만둔 경우도 많고,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이 망해서 없어진 경우도 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빠르게 변한 세상 때문에 내 작품이 아카이브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또 기존의 다큐멘터리와 비교해보자면 가장 큰 차이는 '관계'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보통 다큐멘터리 촬영은 촬영자와 촬영을 당하는 대상 간의 관계가 마지막 작품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큰 영향을 끼친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촬영자가 촬영하는 대상과 시간을 보냈는지, 서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작품이 다른 결과로 나온다. 반면에 나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비제이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 왜냐하면 수백수천 시간을 함께했다. 이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몇 시에 일어나는지와 같은 삶의 세밀한 부분까지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이 사람들을 잘 알고 있냐고 물어봤을 때 가상의 공간에서만 아는 관계라고, 굉장히 미묘한 관계라고 설명할 수 있다. 기존의 다큐멘터리 형식과 비교했을 때 관계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장병원 프로그래머: 이제 더는 파운드 푸티지를 언급하지 않겠다. (웃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공장 노동자, 스트릿 댄서와 같은 다양한 직군이 가졌거나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이 어려운 사람들도 등장한다. 중국 출생인 감독님이 시카고에서 거주하면서 보이는, 같은 중국인이지만 실제로 외부에서 바라보는,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현재 중국 사회를 조명하는 형식적인 느낌을 받았다. 현재 중국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 주셩저 감독: 사실 이 작품을 제작하기 전에 '라이브 스트리밍에 대해서 내가 참 아는 게 없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작품을 다 만들고 나서 돌이켜보니 '중국에 대해서도 내가 아는 게 없구나' 생각이 들었다. 수백만 명의 비제이들이 해마다 수억의 수입을 창출해낼 수 있는 산업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큰 산업이다. 그런데 내 주변을 둘러봤을 때 현실적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사람들처럼 흔치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브 스트리밍을 접했을 때 '나는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렸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말하는 이 문은 결코 중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주셩저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주셩저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오히려 중국이란 특정 국가에 국한한 것이 아닌 온라인 세계의 가상의 공간, 가상의 세계다. 스트리밍이 상에 존재하는 세계는 가상이지만 가짜라고 할 수 없다. 현실에 존재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내가 중국에 거주하지 않고 시카고에서 살고 있는데 거리가 가져다주는 새로운 각도가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안에 있는 것보다 외부인으로서, 밖에 있는 사람으로서 무언가를 바라볼 때 좀 더 다채로운 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흥미로운 사실은 사실이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물리적인 거리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됐다. 이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그 스크린 건너편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경험할 수 있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어서 굉장히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됐다.

 

영화가 흑백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제목이나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텍스트는 색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의도가 있는지.

주셩저 감독: 내가 생각하기에 '색'은 세상을 바라볼 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흑백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좀 더 다양한 색채가 가져다주는 차이 또는 대조를 이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흑백으로 만들겠다고 선택한 이유는 돈이 많고 경제력이 있는 비제이들은 좋은 장비를 쓰기 때문에 좋은 화질에 방송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비제이들은 상대적으로 화질이 떨어지고 색채가 보기에 굉장히 이쁘지 않은 화면으로 방송을 한다. 내가 선택한 비제이들은 사실 다 구식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촬영했다. 그래서 흑백을 이용해 전반적인 작품의 흐름을 깨지 않고 통일성을 갖도록 만들고 싶었다.

[코아르 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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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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