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다큐멘터리는 창작자의 예상이나 선입견을 배반할 때 빛난다"
[Interview] "다큐멘터리는 창작자의 예상이나 선입견을 배반할 때 빛난다"
  • 홍상현
  • 승인 2024.07.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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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 소다 카즈히로 감독 인터뷰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은 「굴 공장」이후 변화를 거듭해온 소다 카즈히로 감독의 스타일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 Laboratory X, Inc.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은 「굴 공장」이후 변화를 거듭해온 소다 카즈히로 감독의 스타일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 Laboratory X, Inc.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아무튼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데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히 기억한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인간이라는 족속을 봤다. 나중에 들은 즉 그건 서생이라는, 인간 가운데서도 가장 영악한 종족이라 한다. 이 서생이라는 족속은 가끔 우리 고양이족을 삶아 먹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당시에는 인간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무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손바닥에 얹혀 휙 들어올려졌을 때, 어쩐지 두둥실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손바닥 위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서생의 얼굴을 본 것이 이른바 인간이라는 존재와의 첫 대면이었다. 그때 참 묘하게 생긴 족속다 다 있구나, 했던 느낌이 지금도 남아있다."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중에서

꽤 오랫동안 차우차우종의 강아지를 기르다 떠나보냈다. '기본적으로 개는 번견(watchdog)'이라는 낡고 일방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던 부친이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만큼 짖음 문제가 없었고, 서재에 놓여있던 낡은 전축에 클래식음반을 걸어놓으면 턱을 괴고 음악 감상을 할 정도로 문화적 소양이 넘치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그가 특히 필자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이유는, 당연하지만 종 특유의 다정함이 충만한 성격 때문이다. 다른 식구들에 비해 딱히 잘해준 것도 없건만 늘 무상의 애정을 베풀어주었고 심지어 성장기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혼자 지낸 탓에 함께 지낸 기간을 따져보면 결코 많다고 말할 수 없음에도, 집에 올 때면 누구보다 필자를 반겼다.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달려와 반가움을 표현하는 건 물론이요. 외출을 하려고 신발을 신으면 항상 다리사이를 지나다니며 애교를 부렸다.

 

소다 감독은 2021년 코로나 19 사태를 계기로 27년간 살던 뉴욕을 떠나 오카야마 현 우시마도로 이주했다. ⓒ Laboratory X, Inc.
소다 감독은 2021년 코로나 19 사태를 계기로 27년간 살던 뉴욕을 떠나 오카야마 현 우시마도로 이주했다. ⓒ Laboratory X, Inc.

그리고 사람들의 표현에 따르면 '천수를 다한' 녀석이 눈이 무척 많이 왔던 날 떠났다. 지금도 그 날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산책하러 나가는 게 아닌 이상 문 앞에도 나가지 않던 녀석이 도저히 찾기 힘든 곳에 쓰러진 채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단골 병원의 수의사는 '마지막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했다.

상실감에 무척 오랫동안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다가 친척 어른에게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받았다. 이 친구 역시 도저히 잊기 어려운 이유는 필자의 의식 한구석에 깊은 그림자를 남긴 강아지와 '일부러 이러는 걸까?'싶을 정도로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유순했지만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 특유의 생활방식과 주장이 있었고, 자신의 감정 또한 존중해주길 바랐다. 기분이 좋을 때는 다가와 몸을 비비고 만져달라 청할 때도 있었으나 토라지면 그렇게 만든 이유가 뭔지 깨달을 때까지 거리를 두었고, 어떤 형태로든 반성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해야만 관계회복이 이루어졌다. 고양이 카페를 운영하던 지인의 조언을 듣고 오래 키웠던 강아지와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고양이는 원래 육식동물로 사이즈가 작은 사자나 호랑이 같은 존재라는 점. 따라서 내게 맞춰주길 기대하거나, 한 발 더 나가 무엇에 대해서든 '강요'를 하면 반발을 살 수 있으니 기본적으로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 모두에 글을 인용한. 원래는 한학에 통달했다가 후에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영문학자가 된 문호가 얼마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대표작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던 기억이 새롭다. '주(owner)'라는 필충 조건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자연에 가까운 존재.'

영화학교 졸업 작품(1997년 작 <더 플리커>)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오르는가 하면, 가열되는 선거전을 프리즘으로 민주주의의 실체를 해부한 <선거>(2007), 인간의 정신세계를 외래 정신과 치료소 코랄 오카야마의 의사, 환자, 직원, 자원 봉사자, 방문간호사 등이 한 데 어우러진 지형도를 통해 그려낸 <멘탈>(2008) 같은 문제작들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소다 카즈히로베를린국제영화제를 거쳐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신작 <고고쿠 신사의 고양이들>에서, 앞서 말한 '아픈 교훈'을 통해 필자에게 깨우침을 주었던 고양이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내용은 이렇다. 작품의 무대인 오카야마 현 우시마도의 고코구 신사는 수십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드나드는 곳, 이곳의 고양이와 주민들은 대체로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지만, 몇 가지 논란도 있다. 이를테면 신사에 자리를 잡은 고양이가 관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의견이나 고양이가 위생에 해로울 수 있으며, 그들의 존재가 쓰레기를 더 만든다는 의견 등이 그것이다.

(이번 인터뷰의 질문들은 본지 동료인 명민한 평론가 김경수의 글을 상당부분 참고했다. ※주)

 

우시마도의 고양이와 주민들은 대체로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지만, 몇 가지 논란도 있다. 이를테면 신사에 자리를 잡은 고양이가 관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의견이나 고양이가 위생에 해로울 수 있으며, 그들의 존재가 쓰레기를 더 만든다는 의견 등이 그것이다. ⓒ 2018 Laboratory X, Inc.
우시마도의 고양이와 주민들은 대체로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지만, 몇 가지 논란도 있다. 이를테면 신사에 자리를 잡은 고양이가 관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의견이나 고양이가 위생에 해로울 수 있으며, 그들의 존재가 쓰레기를 더 만든다는 의견 등이 그것이다. ⓒ Laboratory X, Inc.

홍상현

절실히 뵙고 싶었던 소다 감독의 신작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나, 대단히 기쁩니다.

일본에는 뛰어난 다큐멘터리 감독이 많이 계시지만, 소다 감독은 그 중에서도 특별히 한국의 국제영화제에서 사랑받는 감독이시지 않을까하는데요. 그런 감독의 한국영화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소다 카즈히로

한국 영화에는 힘이 있지요. 층의 두께를 느낍니다. 이창동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 등의 작품을 너무 좋아하는데 볼 때마다 압도당해요. 그리고 영화를 '문화'로써 소중하게 여기는 한국 정부의 자세도 일본 정부가 본받았으면 합니다.

 

홍상현

개인적으로 소다 감독이라고 하면 '세계를 누비는 거장'이라는 인상이 강했는데요. 최근에는 오카야마에서 지내시면서 <굴 공장>(2015)이나 <항구 마을>(2018) 등, 주로 우시마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만들고 계십니다.

소다 카즈히로

2021년 코로나 19 사태를 계기로 27년간 살던 뉴욕을 떠나 우시미도로 이주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콘크리트로 다져진 인구의 정글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걸 그만두고, 자연의 바다나 산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싶어졌기 때문이에요. 인간은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홍상현

아울러 2020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당시 특별전에서 공개된 <선거>(2007), <멘탈>(2008) 등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듯, 개인과 사회의 영역을 넘나들며 복합적인 특성을 가진 일본사회의 문제를 다루어오셨던 작품의 스타일도 변화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소다 카즈히로

<선거>나 <멘탈>을 만들 당시에는 저널리즘적인 발상과 시각에서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선거>를 만들기 전까지 TV 다큐멘터리를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 시절의 버릇이 많이 남아있어서였을 텐데요. 그 버릇이 제 몸에서 빠져나가면서 작품의 스타일도 좀 더 개인적이고 시적(poetic)인 방향으로 바뀌어 간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변화죠.

 

홍상현

감독께서는 자신의 작품에서 이른바 '소다 룰(Soda's rule)'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만큼 10가지 원칙을 변함없이 지키고 계신 걸로도 유명하십니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납득합니다만, 독자들을 위해 이런 '룰'이 생겨나게 된 계기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소다 카즈히로

말씀하신 '관찰영화의 십계명'은 TV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시절의 의문과 좌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TV 다큐멘터리 현장에서는 촬영 전에 꼼꼼하게 리서치를 해서 대본을 쓰고, 대본대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요구받지요. 하지만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창작자는 눈앞의 현실보다 대본을 우선시하게 돼요. 또한 눈앞의 현실을 잘 보는 것, 잘 듣는 것을 게을리 하고 정해진 스케줄에 매몰되면서 새로운 발견 자체가 어려워지고요. 그밖에 지나치게 설명이 많은 TV 다큐멘터리 스타일에도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십계명'은 안티 TV 다큐멘터리의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어요. "리서치를 한다." "대본을 쓴다." "내레이션을 사용한다." "제작비를 스스로 마련하지 않는다." 등, '십계명'을 거꾸로 하면 "TV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법"이 되니까요.

 

홍상현

한편, 유통과 관련해서도 비메오 등을 통해 작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계신데요. 역시 영화가 유통되는 지금의 방식에 대해서도 이견을 가지고 계신 건가요?

소다 카즈히로

저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제 작품도 가능하면 영화관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모든 작품을 극장에서 개봉해 왔고요.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영화관에서 개봉할 수 있는 나라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도 배포하고 있는 거지요.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을 처음 촬영할 당시만 해도 소다 감독은 이 영상기록이 한 편의 영화로 완성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 2018 Laboratory X, Inc.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을 처음 촬영할 당시만 해도 소다 감독은 이 영상기록이 한 편의 영화로 완성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 Laboratory X, Inc.

홍상현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은 앞서 언급했던 '십계명'을 엄격하게 지키면서도 독특한 '톤 앤 무드'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소다 카즈히로

우시마도, 특히 고코구에는 길고양이가 많이 살고 있어서 이사하자마자 저도 아내(카시와기 키요코)도 그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카시와기가 고코구 고양이들의 피임ㆍ거세 수술을 위한 일제 포획을 돕게 되었고, 저는 딱히 영화로 만들 생각도 없이 호기심에서 촬영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고코구에서 계속 촬영을 하다 보니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그곳을 드나들고 있더라고요. '신기한 공공성'을 가진 장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1년 이상 카메라를 돌리다 보니 결과적으로 한 편의 영화가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홍상현

작품의 전반적인 구성을 보면, 인위적인 개입을 피하면서 전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가 가진 생명력을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관객에게 전하시려는 감독의 의도가 느껴집니다.

소다 카즈히로

다큐멘터리는 창작자의 예상이나 선입견을 배반할 때 빛납니다. 제가 개입을 하면 그런 예상치 못한 전개가 벌어지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항상 자제하고 있어요. 편집에서도 너무 가공하면 소재 본연의 맛을 알 수 없게 되어 버리지요. 요리로 말하자면, 생선회나 샐러드 같은 영화가 목표라고 할까요.

 

홍상현

말씀하신 의도를 실현하는데 고양이라는 존재는 그 생태적 특성상 더없이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웃음)

소다 카즈히로

모든 걸 되어가는 대로 하는 편이라 딱히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인간의 뜻대로는 결코 움직이지 않는 고양이라는 존재가 관찰영화의 콘셉트에 딱 들어맞기는 하더군요. (웃음).

 

홍상현

고양이가 20분 가까이 나오는 초반부가 정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시퀀스가 어떤 경위에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궁급한데요.

소다 카즈히로

고양이들의 세계를 차분하게 그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인간이다 보니 아무래도 인간에게도 흥미가 생겨 인간에 대한 내용도 다뤘습니다만 실은 고양이만 등장하는 영화를 찍고 싶었을 정도거든요.

 

홍상현

새삼스럽지만, '스토리텔러(storyteller)와 영화'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은 놀랄 만큼 신선하고 풍요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시점'의 면에서 그런 특성이 도드라지는데요. 고양이들은 고양이들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감독의 1인칭 시점이 시종일관 이러한 서사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잖아요.

소다 카즈히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은"사건 A가 사건 B를 발생시켜 사건 C로 이어진다" 같은 보통의 스토리텔링과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화죠. 꽤 실험적인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이외의 다른 분들께서도 즐길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지금으로서는 괜찮은 것 같네요.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는 필자에게 오랫동안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뒤 만났던, 무척이나 대조적인 성격의 고양이를 생각나게 한다. ⓒ 2018 Laboratory X, Inc.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는 필자에게 오랫동안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뒤 만났던, 무척이나 대조적인 성격의 고양이를 생각나게 한다. ⓒ Laboratory X, Inc.

홍상현

베를린국제영화제나 전주에서의 반응을 보면 확실히 그런 것 같죠? (웃음) 영화를 보면서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에서 이른바 '공생'을 목적으로 하는 수술 같은 이슈가 도리어 공생에 방해가 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소다 카즈히로

네. '인간과 고양이의 공생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피임 거세 수술이 행해지는데요. 그걸 정말 철저하게 진행하다 보면 거리에서 고양이가 사라지게 돼요. 그런 의미에서 '완만한 멸종 계획'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살 처분보다는 분명히 낫기 때문에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고양이들의 피임ㆍ거세 수술에 협조하고는 있지만, 의문을 갖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동네에 들개가 그냥 어슬렁거렸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위협이 된다고 간주되면서 거리에서 사라졌죠. 그와 비슷한 일이 이제 길고양이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고도로 관리ㆍ정돈ㆍ소독되면서 길고양이처럼 소속이 모호하고 통제할 수 없는 존재를 허용할 수 없게 되고 있는 거죠. 이건 일본뿐만 아니라 많은 '선진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 아닐까요. 그렇다면, 고양이조차 허용할 수 없는 사회란 도대체 어떤 사회인지, 우리가 정말 그런 사회에 살고 싶은 것인지 물음을 제기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상현

우시마도 주민 여러분의 모습이 하나로 규정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묘사는 편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게 된 건가요?

소다 카즈히로

저는 '복잡한 현실을 최대한 복잡한 그대로 담아내는' 영화를 지향합니다. 따라서, 그렇게 느껴지셨다면 너무 기쁜 일이에요. 편집뿐만 아니라 촬영 당시에도 복잡한 현실이 단순하게 기록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자주 보는 것'과 '잘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다큐멘터리를 '관찰영화'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 있어요.

 

홍상현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은 저도 모르는 사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될 만큼 뛰어난 미장센으로 가독한 작품이기도 했는데요. 혹시 일관된 감독의 비주얼 플랜 같은 게 있었나요?

소다 카즈히로

아뇨, 비주얼 플랜을 포함한 어떤 '플랜'이든 일절 세워놓지 않았습니다. 모든 촬영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졌어요. 그래서 실패한 부분도 많지만요. (웃음). 물론 기본적으로 촬영도, 녹음도 최대한 잘된 좋은 결과를 골라 사용했습니다.

 

소다 감독은 말한다.“다큐멘터리는 창작자의 예상이나 선입견을 배반할 때 빛납니다. 제가 개입을 하면 그런 예상치 못한 전개가 벌어지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항상 자제하고 있어요.” ⓒ Laboratory X, Inc.
소다 감독은 말한다."다큐멘터리는 창작자의 예상이나 선입견을 배반할 때 빛납니다. 제가 개입을 하면 그런 예상치 못한 전개가 벌어지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항상 자제하고 있어요." ⓒ Laboratory X, Inc.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은 궁극적으로 자연의 사이클에 대한 영화로 귀결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에서 죽음까지를 포함한 자연의 순환 말이죠.

한국에 정말 가고 싶네요. 그런 소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이 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라인업이 공개되면서 2020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특별전을 마련했음에도 코로나 19로 무산되었던 첫 만남이 이루어지길 기대했지만, 왜인지 소다 감독은 전주에 오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직접 연락해 인터뷰를 요청하고, 그의 주선으로 미국의 해외배급사로부터 스크리너를 제공받아 두 차례나 관람한 뒤에도 역시 직성이 풀리지 않아 차를 몰고 전주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작품과 작가에 대한 집념을 불태웠던 인터뷰. 하지만 이게 그와의 마지막 이야기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취재이후 애독자가 된 온라인 칼럼 "영화작가 소다 카즈히로의 관찰하는 나날"을 애독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향한 그의 욕구를 시시때때로 확인하고 있으니 말이다.

[인터뷰 홍상현 영화평론가, krpopper@ccoart.com]

홍상현
홍상현
 《코아르》 운영위원, 고토부키홈빌더 영화영상사업부 프로듀서.
정치학과 영상예술학 두 분야의 학위를 소지. 인문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으로 한일 양국 매체에 분석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연구실 출신.
 프로듀서를 맡은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포 디 아일랜더스>는 2008년 제주영화제 개막작이었다.
 2013년부터 월간 《게이자이》에서 담당하는 경제평론지면이 에히메대 와다 제미나르의 교재로 쓰인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 지부인 일본영화펜클럽 회원.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소개해온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선정하는 “세계의 영화인 7인” 중 1인이며 일본 TBS(채널 6) 주최 디지콘 6 아시아 심사위원, 《마이니치신문》 영화웹진 《히토시네마》 필진 및 마이니치영화콩쿠르 심사위원, 다카사키영화제 시니어 프로듀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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