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JIFF] 가스통 솔키니 감독, " 한스와 나의 우정을 기억하기 위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20th JIFF] 가스통 솔키니 감독, " 한스와 나의 우정을 기억하기 위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 오세준
  • 승인 2019.06.17 0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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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둠으로의 초대'(Introduzione all'Oscuro, 2018, Argentina, Australia)
포스터 ⓒ IMDb
포스터 ⓒ IMDb

영화 '어둠으로의 초대'(Introduzione all'Oscuro, 2018, Argentina, Australia)는 2019 전주국제영화제 뉴트로 전주 섹션 작품이다.

뉴트로 전주 섹션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를 기념하는, 지난 20년간 전주국제영화제와 비전을 공유해왔던 동시대 작가들을 조명하는 특별 기획 프로그램이다.

2017년, 20년간 비엔나국제영화제를 이끌어 온 페스티벌 디렉터 한스 후스의 부고는 2008년 비엔나영화제에서 데뷔작 '남쪽으로'를 상영한 것을 계기로 가까운 친구로 지내왔던 가스통 솔키니 감독에게 충격이었다. 영화는 희소한 개성을 소유했던 한스가 머물렀던 공간, 그와의 추억, 그곳의 공기를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다.

지난 7일 오전 11시 전주 메가박스 10관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전주국제영화제 장병원 프로그래머, '가스통 솔니키'(Gaston SOLNICKI) 감독과 에후헤니오 페르난데스 아브릴(Eugenio FENANDEZ ABRIL) 프로듀서가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장병원 프로그래머, 가스통 감독, 아후헤니오 프로듀서
왼쪽부터 장병원 프로그래머, 가스통 감독, 통역사, 아후헤니오 프로듀서 / 사진 ⓒ 오세준 기자

장병원 프로그래머: 이 자리는 영화의 감독과 프로듀서와 함께하는 뉴트로 전주 클래스다. 뉴트로 전주 섹션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20주년을 맞아 기획한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전주국제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으며, 영화제의 정체성과 비전을 공유하는 감독들과 그 감독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동시에 영화제의 전통과 비전을 정리해보는 취지의 기획이다.

오늘 참석한 가스통 솔리키 감독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출생으로 여러 편의 장편과 단편 영화로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감독이다. 전주국제영화제와는 2011년 파피로젠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처음 소개됐고, 2016년 푸른수염의 성을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는 '어둠으로의 초대'라는 작품을 소개하게 됐다.

가스통 솔니키 감독님에게 간단한 인사말과 전주국제영화제의 인연에 대해서 말을 들어보겠다. 그리고 처음 전주를 처음 방문한 에후헤니오 페르난데스 아브릴 프로듀서님의 소감도 부탁드린다.

└ 가스통 솔니키 감독: 좋은 인사말을 주셔서 감사하다. 아르헨티나에서 한국까지 오는데 오래 걸렸따. 육체적으로 이곳까지 오기 위해 노력이 필요했는데 그만큼 좋은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나에게 굉장히 특별한 영화제다. 젊은 관객들이 많고 내게 많은 영감을 주는 영화제다. 나의 작품의 경우, 보시다시피 전통적인 영화 문법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지극히 개인적인 것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드는데 이런 나만의 방식(나만의 영화문법)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나의 관심사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항상 영화를 만들면서 '내 이야기 혹은 내 가족의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과연 누가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는데 이 같이 전주국제영화제에 오면 누가 나의 영화를 보는 지 확인할 수 있어어 좋다. 올해로 세 번째 방문이다. 이런 영화제에 오는 것이 나의 삶에 있어서 그리고 영화 작업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에후헤니오 페르난데스 아브릴 프로듀서: 개인적으로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방문이 처음이다. 어제 영화가 처음 상영을 가졌는데 이렇게 먼 나라에 와서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경험이 좋았다. 영화제에 감사드린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장병원 프로그래머: 지금 보신 이 어둠으로의 초대라는 작품은 비엔나국제영화제 아트디렉터 한스라는 분이 돌아가신 이후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가스통 솔키니 감독님이 그를 추모하면서, 헌정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감독님께 조금 더 깊은 배경이 들어보도록 하겠다.

가스통 솔니키 감독: 이 작품은 내게 특별한 영화다. 먼저 처음 전주국제영화제에 방문했을 때 선보였던 '파피로젠'은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아르헨티나 신흥 부유층으로 떠오른, 솔니츠키가(家)라는 4세대에 걸친 유대인 가족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 작품을 찍는데 12년이 걸렸다. 굉장히 길고 힘든 여정이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이전과는 다르게 '굉장히 빨리 만들어야겠다'라는 긴급한 느낌을 가지고 13주만에 촬영을 끝냈다. 그래서 시나리오 없이 모든 촬영을 순간순간 즉흥에 의해서 만들어졌는데 이렇게 만든 방식이 나 뿐만 아니라 같이 작업한 동료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가스통 솔키니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가스통 솔니키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영화를 찍기 전에 한스의 죽음 후에 그와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에게 자신이 기억하는 한스에 대한 것을 이야기해 줄 수 있냐고 부탁을 했고, 감사하게도 많은 뮤지션이나 영화인들이 섭외가 되어 같이 작업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비엔나에 간 것은 영화를 보여준 것 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찍기 위해서 그리고 한스와 나의 우정을 기억하기 위해서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영화는 한스에 대한 영화인 동시에 또 한스를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이 영화에 나오는 목소리는 오래 전 나의 가족에 대한 영화를 만들면서 한스와 함께 토론을 나눴던 대화를 실제 녹음한 것이다. 그 이유는 오로지 이미지만을 통해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기억하거나 그 사람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는 나의 방식(녹음된 대화 사용)이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환기하는 데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어떤 인물이 죽으면 그 사람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그 인물에 대하여 생전에 가지고 있었던 기억과 그 인물이 죽은 후 가지는 슬픈 감정이 섞여서 원래 가지고 있었던 그 인물에 대한 기억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 속에 다정함과 유머를 넣어서 지나치게 감정적이 않도록, 슬픈 감정이 너무 짙어지지 않도록 만들고 싶었다.

 

장병원 프로그래머: 프로듀서께도 질문을 드리겠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감독님과 함께 처음 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작품이 굉장히 긴급한 프로젝트라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프로듀싱이 진행됐는지 어떻게 감독님과 만나게 됐는지 긍금하다.

에후헤니오 프로듀서 / 사진 ⓒ 오세준 기자
에후헤니오 프로듀서 / 사진 ⓒ 오세준 기자

에후헤니오 페르난데스 아브릴 프로듀서: 난 가스통 감독과 이미 여러 해를 같이 보낸 친구였다. 서로 다른 영화를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계기고 같이 일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굉장히 긴급하게 제작된 만큼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비엔나에서 적은 수의 스텝과 많지 않은 예산으로(일반적인 방식의 펀딩도 받지 못했지만) 영화를 찍게 됐는데 여러 제약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스통 감독은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하여 영화를 찍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에 참여했던 비엔나의 영화인들이 관대하고 친절하게 협조를 해주었고 무리없이 모든 과정이 순조롭고 자연스럽게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장병원 프로그래머: 이 영화는 어떤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한 인물의 전기적인 생애를 다루거나 업적 또는 자취를 기록하는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영화 안에는, 이 비엔나라는 실제 한스라는 인물이 살았던 도시의 인상들이 좀 파편적으로 담겨져 있어서 도시에 대한 영화라고 볼 수 있는, 그 도시와 그 도시에 한 특별한 인물의 관계를 특별하게 연결시켜 가면서 전개된다고 전개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서술 방식이, 즉흥적으로 연출된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았다고 볼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편집과정에서 채택하게 된 동기가 있는지.

가스통 솔니키 감독: 사실 이 영화는 '이 영화가 어떤 방식과 과정으로 전개하게 됐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어떤 감정적인 논리가 필요했다. 이 감정적인 논리라는 말이 역설처럼 드릴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연결되는데 어떤 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열악한 상황임에 불구하고 함께 영화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한스에게 받쳐진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이미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제로 공감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를테면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언제 점심을 먹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반면에 여러 스텝과 제작자하는 분들은 나보다 더 이 작품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었다. (웃음)

가스통 솔키니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가스통 솔니키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영화의 배경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비엔나'라는 도시에서 찍어야 하는 특정 장소들이 있었다. 그리고 한스와 내가 함께 보냈던 비엔나라는 도시를 주인공으로 다루고 싶었다. 물론 나 자신도 하나의 주인공으로 영화에서 활용을 했다. 또 그 비엔나에서 촬영을 하는 동안 한스와 내가 이전에 나눴던 녹음해 놓은 대화가 약 8시간 분량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찍는 과정은 곧 그 8시간 분량에 맞출 수 있는 이미지를 찾는 과정이이기도 했다.

편집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특별한 인상을 가진 이미지들과 한스를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 이 두 이미지를 영화가 다 보여질 수 있게 만들 것인지 생각하며 편집을 했다. 예를 들면 한스의 손으로 쓴 글씨들가 담긴 이미지를 통해 한스라는 인물이 가진 느낌들을 보여줄 수 있는 동시에 한스가 어떤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기존의 영화들과 굉장히 다른 상황에서 만들어졌지만, 이렇게 전주에 있는 한국 관객들에게 한스가 누군지 모르지만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영화가 되어서 상당히 기쁘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CoAR 코아르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오세준
《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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