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JIFF] 이고르 드를랴차 감독,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지역를 찾는다"
[20th JIFF] 이고르 드를랴차 감독,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지역를 찾는다"
  • 오세준
  • 승인 2019.06.16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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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 IMDb
포스터 ⓒ IMDb

영화 '스톤 스피커'(The Stone Speaker, 2018, Canada)는 2019 전주국제영화제 국가경쟁 섹션 작품이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1990년대 초반 벌어진 내전의 여파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으며, 경제는 아직 회복세로 접어들지 못한 채 국가는 파편화된 상태이다. 지역의 경제를 소생시키기 위해 여러 마을은 스스로를 관광특구로 만들어 자신들만의 경쟁력 있는 이야깃거리를 확립하고 홍보한다. 영화는 네 개의 마을이 각각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이야기들을 천천히 풀어냈다. '보라색 옷의 여인'(2010), '크리비나'(2012) 등을 연출한 이고르 드를랴차(Igor DRLJACA) 감독의 첫 번째 논픽션 작품이다.

지난 9일 오후 2시 30분 전주고사CGV 3관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이고르 드를랴차' 감독이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이 작품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대해서 민속학적 혹은 고고학적 접근으로 다양한 지역을 통해 모자이크처럼 소개된 네 지역이 합쳐지면서 현재 국가에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 이고르 드를랴차 감독: 보스니아 지역은 슬라보 지역과 연계가 된, 옛날에는 유보슬라이바에 속해 있었던 지역이다. 많은 민족들이 서로의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존재하는 복잡한 지역이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같은 지역의 경우, 보스니아인(무슬림), 세르비아인(그리스 종교), 크로아티아인(가톨릭)으로 세 개의 그룹으로 민족을 크게 나눌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한 민족주의 섞여 있는 지역이다. 이 영화를 통해서 민족주의에 국한하지 않고 이 지역이 국가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관광 사업을 추진하고, 또 스스로 만들어낸 서사적인 이야기를 연결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이 세 민족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늬앙스나 언어의 차이가 있지만 서로가 잘 이해할 수 있는 정도) 그리고 같은 체제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통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유고슬라비아 공화국에서 같이 오랫동안 존재했었고, 티토 정권이 들어서면서 또 같은 시스템 안에서 살았다. 또 보스니아 지역 경우, 유럽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유럽과 동부권을 연결하는 그 중간적인 국경과 같은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로마 시절이나 터키 지배 시절이나 마찬가지로 지금처럼 유럽과 그 이면을 어떤 경계 사이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이고르 드를랴차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이고르 드를랴차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 이고르 드를랴차 감독: 나는 항상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지역을 찾는 것에 흥미가 있다. 특히, 국가에서 만들어 낸,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네러티브(국가 주도하에 만들어진 산업화)가 있는 지역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관광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네러티브를 뒷받침해주는 모순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역 자체로 보면 관광 산업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또 외국에서 오는 관광객은 그 지역에 복잡한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오직 보이는 모습(인위적인 내러티브)만 보고 가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보면 정치적인 모습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매우 많은 정치적 요소가 깔려있다. 예를 들면 이집트의 피라미드 관광지 같은 경우, 정치적인 의도로, 새롭게 관광지로 만들려고 리브랜딩을 한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넣어서 새롭게 인위적으로 네러티브를 만들어 내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의 형식이 독특하다. 인터뷰이(interviewee)가 등장하지만, 직접적으로 말하는 방식이 아닌 보이스오버를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한다. 또 카메라는 공간을 주목해서 보여주고 있다. 즉, 공간과 인터뷰의 음성이 교차하는 방식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 부탁드린다. 또 어떤 기준으로 인터뷰이를 선정하게 됐는지, 그들의 이름과 직업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 점도 궁금하다.

└ 이고르 드를랴차 감독: 첫 번째 질문의 경우, 보통 다큐멘터리는 무언가를 증언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로 인해서 다큐멘터리 자체가 프로파간다로 활용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보통 전문가가 나와서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믿게 되는(신빙성) 경향이 생긴다. 나의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치인도 있고, 교수도 있고, 또 여행 가이드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직업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름 정도는 영화 마지막 타이틀에 한꺼번에 넣었다. 이와 같은 방식(정보를 구체적으로 넣지 않은)을 선택한 이유는 관객들이 노출된 정보에 너무 집중을 하다 보면 그 내용에 편견을 가지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정보 같은 경우에는 어떤 분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에 쓰여도 괜찮다는 분도 계셨지만 몇몇 분들은 공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분들도 있었다. 그래서 일단 기본적으로 본인의 과거 이야기를 같이 공유해주실 분들을 찾아서 인터뷰이를 선택했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가 담고 있는, 감독님이 전달하시고자 하는 내용이 생각보다 깊고 많다. 이런 내용들을 앞서 말했던 것처럼 공간과 인터뷰이의 음성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제작기간이 상당했을 것 같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 대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 이고르 드를랴차 감독: 맞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들여서 리서치를 했다. 직접 찍을 지역을 방문해서 카메라를 가지고 테스트를 하고 인터뷰를 할 사람과 우리가 찍을 장소도 함께 다 물색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촬영을 할지에 대해서 테스트를 많이 시도했다. 정리해서 말하면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찍을지에 대한 총괄적인 룰을 정했다고 보시면 된다. 또 전체적으로 카메라 활용에 있어서 많은 움직임 없이 카메라가 단순히 관찰자 역할만 할 수 있게끔 진행했다.

이고르 드를랴차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이고르 드를랴차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재밌는 경험을 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인터뷰이가 본인이 이야기하는 것과 굉장히 모순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은 관광 사업에 대해서 지지하지만 막상 그 지역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렇게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촬영보다 편집과정에서 힘들었다. 네 개의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역마다 7~10명 정도 인터뷰를 했다. 근데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지역이 조금 더 내용이 풍부해지는, 다른 지역보다 더 강조가 되는, 영화의 균형이 무너지는 과정이 나타났다. 그래서 인원을 조금 줄인 4~5명 정도를 영화에 활용하여 영화의 완벽성을 높였다.

[코아르 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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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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