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JIFF] 노라 핑샤이트 감독, "아이들이 가진 순수하고 아름다운 내면을 바라봐줬으면"
[20th JIFF] 노라 핑샤이트 감독, "아이들이 가진 순수하고 아름다운 내면을 바라봐줬으면"
  • 오세준
  • 승인 2019.06.16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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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주하는 아이'
포스터 ⓒ IMDb
포스터 ⓒ IMDb

영화 '도주하는 아이'(System Crasher, 2019, Germany)는 2019 전주국제영화제 국가경쟁 섹션 작품이다.

영화는 집에서 지내지 못하고 특수실설에서 지내는 아홉 살 소녀 '베니'(Helena ZENGEL)가 사랑을 찾아가는 거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독일 출생의 신인 감독 '노라 핑샤이트'가 연출했으며, 제69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경쟁부분'에 진출하였고, 은공상(알프레 드바우어상)을 받았다.

사진 ⓒ medien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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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11시 전주고사CGV 3관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후 '노라 핑샤이트'(Nora FINGSCHEIDT)감독과 이상용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참석해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이상용 프로그래머: 사실 감독님에게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은 부분이 있다. 영화의 원제가 'System Crasher'인 반면에 한글 제목은 '도주하는 아이'이다. 이 영화의 한글 제목을 정할 때 '어떻게 해야 한국에서 보는 관객에게 의미가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 영화를 보면 어떤 장면에서든 심지어 자신이 좋아하는 '미하'(Albrecht SCHUCH)의 집에서도 도망칠 수밖에 없는 아이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한 시퀀스가 끝날 때마다 느껴진다. 그래서 '도주하는 아이'로 영화의 제목을 지었는데 이 제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도주'라는 단어를 선택했을 때 'escape'와 다른 '단순히 도망친다'는 느낌, '저항하기도 하고 그것들을 교란'시키는 한글 단어로 사용했다)

└ 노라 핑샤이트 노라 핑샤이트 감독: 영화의 제목이 그런 과정을 통해서 번역된 줄 몰랐다. 설명을 들어보니 충분히 이해되고 괜찮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System Crasher'는 독일에서도 흔하게 쓰이는 말은 아니다. 주인공 '베니'와 같은 아이의 상태를 일컫는 용어다. 보호소나 보육원 같은 곳에서 쓰이는 말로,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는 아이를 일컬어서 보호 분야에서는 'System Crasher'라고 부른다.

 

이상용 프로그래머(좌), 노라 핑샤이트 감독(우) / 사진 ⓒ 오세준 기자
이상용 프로그래머(좌), 노라 핑샤이트 감독(우) / 사진 ⓒ 오세준 기자

이상용 프로그래머: 이 작품을 꽤 오랜 시간 동안 촬영했다고 들었다. 촬영하는 방식도 매우 힘들었을 것 같다. 대부분 카메라가 계속 흔들리고 있고, 많은 부분에서 뛰어가는 인물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다. '소녀(주인공 베니)를 달리게 하고, 또 그녀를 따라가야 하는 시스템'은 어떤 방식을 통해 구현됐는지 한 사례를 통해서 설명 부탁한다.

└ 노라 핑샤이트 감독: 제작 기간은 처음 사전 조사를 했을 때부터 따지면 총 6년 정도 걸렸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촬영 기간은 5개월 정도 걸렸다. 현재 독일은 어린 배우가 1일 5시간 이상 촬영할 수 없다. 이런 제한이 있기 때문에 촬영 기간이 길었다. 촬영하는 방식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주인공 '베니'가 뛸 때 카메라 맨도 같이 뛰도록 해 그 아이가 발산하는 에너지를 카메라에 담아 표현하고 싶었다. 특히, 카메라를 어깨에 짊어지고 같이 뛸 수 없기 때문에 항상 허리쯤에 카메라를 붙들고 같이 뛸 수 있도록 작업을 했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이상용 프로그래머: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고정된, 카메라 멈춰있는 순간이 있다. 이 장면을 꽤 긴 시간 보여주고 있다. 병실에서 동공이 확장된 채로 베니와 미하가 서로 응시하는, 섬뜩하고 언캐니(uncanny)한 느낌을 받았다. 특별한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노라 핑샤이트 감독: 베니가 병실에 묶여서 누웠을 때를 말씀하는 것 같다. 그 장면이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카메라가 삼각대에 고정되어 촬영했던 장면이다. 특별히 그 부분을 길게 보여드렸던 이유는 미하가 이제 베니와 어느 정도 심적으로 연결되는 순간이기 때문에 강조해서 보여줬다. 그전까지는 베니라는 아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베니와 같은 처지에 있는 여러 아이들을 보살펴야 했고, 베니만 집중해서 보살필 수 없는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장면을 통해 '미하'가 이제 '베니를 혼자 두지 않고 자신이 어떤 식이든 돌보겠다'라고 결심을 하게 된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이 영화에서 '베니'를 연기한 배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통제 불가능한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 캐스팅과 또 현장에서 연기 디렉팅은 어떻게 지도했는지.

└노라 핑샤이트 감독: 본격적으로 영화를 촬영하기 1년 전에 배우 캐스팅을 시작했다. 아역 배우들을 주로 담당하는 에이전시를 통해서 오디션을 진행했고, 현장에서는 대사를 한 두줄 정도 시키는 식이었다. 그리고 오디션을 시작할 때 '단번에 마음에 들어오는 아이가 있으면 바로 그 아이로 정하겠다'라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열 명이 참가한 오디션에서 일곱 번째로 지금 영화에서 베니를 연기한 '헬레나'가 나타났다. 사실 베니라는 역할이 연기하기 어려운 역할임에 불구하고 너무 쉽게 일찍 적합한 아이가 나타나서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그 이후에 길거리 캐스팅도 하고, 학교로 찾아가는 등 150명 정도의 여자아이들을 만났었는데 '넘버 세븐'이었던 헬레나가 계속 마음속에서 남아 캐스팅을 했다. 특히, 헬레나가 가진 '폭력성을 분출하면서도 그 이면에 어떤 깨지기 쉬운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능력이 굉장히 놀라웠다.

노라 핑샤이트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노라 핑샤이트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이후 영화의 시나리오를 헬레나에게 주면서 반드시 부모님과 함께 끝까지 읽게끔 요청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이 영화의 시나리오(이야기), 베니라는 인물 그리고 본인이 어떤 연기를 해야 하는지 이해했으면 바랬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 그녀가 조금 겁을 먹기도 했지만, 감독인 나와 많은 질문을 나누고 서로 대화를 하면서 캐릭터와 영화에 대해서 깊게 이해해 나갔다. 촬영하기 6개월 전부터 매주 만나서 역할 준비를 했으며, 그녀가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뽑는 오디션에도 함께 했다. 특히, 영화 속 '베니'와 밀접한 관계로 등장하는 '엄마'와 '미하'를 연기하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직접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를 시켰다. 실제 촬영에 들어갔을 때, 그녀가 '헬레나'라는 자신의 정체성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베니'의 정체성을 정확히 구별해서 연기할 수 있어서 내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주인공 '베니'가 흥분된 상태를 주로 붉은색이나 분홍색을 활용하여 표현했다. 또 베니가 주로 분홍색 옷을 많이 입는다.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그리고 영화 처음과 마지막에서 공통으로 화면이 깨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러한 효과를 쓴 의도도 궁금하다.

└ 노라 핑샤이트 감독: 영화를 준비하면서 많은 스텝들과 '베니를 어떤 색으로 규정 혹은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서 고민했다. 베니는 에너지와 파워가 넘치는 아이이기 때문에 오렌지색, 빨간색, 핑크색 등 이러한 계열의 색깔들이 폭발하는 에너지를 잘 표현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영화 속에는 베니를 제외하고 어떤 인물도 베니와 같은 색을 가진 사람이 없다.

두 번째 질문의 경우, 처음과 마지막 장면 사이에 은유적인 관계를 넣고 싶었다. 베니는 어른들도 두려워하는 엄청난 파워를 가진 아이다. 그래서 깨지지 않는 단단한 유리까지 부서뜨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이가 가진 엄청난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이 장면은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항상 염두에 뒀던 것이다. 엔딩의 경우, 처음에는 날아오르는 장면을 찍고 싶었지만, 저예산 영화이기에 제작비로 구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자유로운 모습을 표현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아예 스크린을 부수고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해서 지금의 장면으로 그려졌다. 또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베니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마지막까지 에너지를 발산하고 반항하는 모습이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통해서 관객에서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지.

노라 핑샤이트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노라 핑샤이트 감독 / 사진 ⓒ 오세준 기자

└노라 핑샤이트 감독: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아무리 어린아이가 폭력적이고 설령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아이 자체가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 아이의 내면의 세계, 즉 자신이 사는 삶의 세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느꼈으면 좋겠다. 현실에서는 이런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전학을 보내거나 퇴학을 시키는 등 쫓아내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런 시스템은 어린 시절부터 아이가 '난 어느 곳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는구나'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은 어떤 지 잘 알지 못하지만, 독일 같은 경우에는 영화 속 베니와 같이 거친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가 넘치고 과잉된 행동을 하는 아이들도 실제로 들여다보면 순수하고 아름다운 내면을 가지고 있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코아르 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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