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JIFF] 레이레이 감독, "영화는 빛이고, 소리이고, 검은 공간이고, 그림자다"
[20th JIFF] 레이레이 감독, "영화는 빛이고, 소리이고, 검은 공간이고, 그림자다"
  • 오세준
  • 승인 2019.06.13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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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숨 가쁜 동물들'(Breathless Animals, 2019, USA)은 2019 전주국제영화제 국가경쟁 섹션 작품이다.

영화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계 애니메이터이자, 미술가, 영화감독인 '레이레이'가 자신의 어머니와 한 인터뷰를 기초로 하여 중국 근대사의 전화기가 된 1970년대를 회고하는 내용으로 영화적 이미지와 사운드가 관습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형식을 발견하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적인 작품이다.

지난 5일 오후 8시 30분 전주 메가박스 8관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후 레이레이(LEILei)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사진 ⓒ 전자국제영화제
사진 ⓒ 전자국제영화제

이 작품의 형식과 아이디어에 대한 질문이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여러 가지 소스들이 구성된 방식을 취한다. 어떻게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이런 형식들을 구체화하게 됐는지, 아이디어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레이레이 감독: 사실 이야기를 꼭 어머니를 소재로 기획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여름 중국 고향에 돌아가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이 이야기들이 재밌다고 느껴져 녹음을 하게 됐고, 한 3~4시간 정도 걸렸다. 그리고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효과를 접목해 이렇게 영화가 탄생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오래된 사진이나 서적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영화가 어떤 영감을 받아서 갑자기 탄생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작업(자신의 수집 활동)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내레이션과 함께 사진이 등장할 때 기계음이 들리는 데 특별한 의도가 있는지.

레이레이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레이레이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레이레이 감독: 먼저 영화의 사운드 작업을 전부 다 스스로 해야 했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웠다. 사운드 소스의 경우, 1998년 3살 때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소리를 기반으로 했다. 잘 들어보면 어린아이가 말하는 소리, 방 안에 알 수 없는 소리,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등 모두 다 어린 시절 녹음된 소리다. 너무 오래된 테이프라 살릴 수 있는 소리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마이크를 통해 테이프를 틀면서 유실된 소리를 복원을 했다. 이 과정에서 빨리감기, 되감기, 느리기 트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리를 얻으려 했다. 그래서 이 녹음된 소리를 통해 그 시대의 감성과 시각적인 부분을 영화 안에서 강조하려고 했다. 화면과 음악을 조합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자 가장 재밌는 부분이 아닐까. 이런 작업을 통해 특별한 전환을 주는 것 또한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에 대해서 보충설명을 드리자면 나의 집 혹은 어머니의 집에 보관된 사진은 거의 없다. 사실 시장이나 마켓에서 커머셜 사진을 구입하거나 쓰레기 고물 더미에서 옛날 흔적을 찾으려고 했다. 과거의 많은 것들이 유실됐기 때문에 재조합을 하는 방식을 거쳤다. 영화에서 취하는 이미지(사진)와 서술(내레이션)의 불일치, 즉 전혀 관련성 없는 부분이 재밌다고 느껴졌다. 그 이유가 영화를 보는 관객이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고 사고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비유적으로 말을 하자면 난 영화관을 검은 방 혹은 상자라고 생각한다. 그 검은 상자에 구멍을 뚫어서 그곳을 통해 빛이 투영되면 관객들은 그 빛을 통해 그림자를 보고 또 그 빛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100% 스토리 텔링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어떤 부분에는 어머니가 진술한 내용과 화면에서 제시된 이미지가 비슷하다. 반대로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진술 내용이나 이미지가 상관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재밌는 것은 영화 후반에 감독님의 질문과 어머니의 대답이 어긋난다. 이러한 의도적인 불일치, 즉 구성을 배치한 이유가 있는지.

└레이레이 감독: 어머니와 나눴던 대화가 불일치됐던 이유는 당연히 편집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을 취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권력자에 의해서 숨겨진 역사 혹은 우리가 대항하려고 했던 내용이 진짜 대항할 내용인지에 대한 진실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난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힘, 진실을 파헤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가 많은 것을 보여주기보단 관객들이 먼저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내 목표였다.

레이레이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레이레이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두 번째는 '영화는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져봤을 때, 즉 왜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까? 소설을 읽거나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굳이 영화관에 와서 보는 이유는 뭘까? 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영화는 빛이고, 소리이고, 검은 공간이고, 그림자라고 생각이 든다. 영화를 다 봤을 때 진짜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더 많은 것들이 전달되지 않나 생각한다. 또 최근에 읽고 있는 프랑스 위대한 평론가 앙드래 바쟁의 사진적 영상의 존재론 글에서 사진의 기원이 인간의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에서 왔다는 점을 통해서 영화를 촬영하는 것도 죽음과 상당히 밀접하다고 느꼈다.

[코아르 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오세준
《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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