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JIFF]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20th JIFF]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 오세준
  • 승인 2019.06.13 0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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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엄마에게로의 여행'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엄마에게로의 여행'(Journey to A Mother's Room)은 2019 전주국제영화제 국가경쟁 섹션 작품이다.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은 딸 레오노르와 떠나 보내야하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쓰이는 엄마 에스테레야. 이 영화를 연출한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은 두 사람 사이의 복잡하고 미묘한 순간들을 집중해 섬세하고 가슴 먹먹하게 그려냈다.

지난 7일 오후 5시 40분 전주 CGV 3관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Celia Rico CLAVELLINO)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이 작품은 감독님의 첫 번째 장편 영화이며, '모녀 관계'에 집중한 작품이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고 시작하게 됐는지.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일단 이 영화는 자전적인 요소가 많다. 이를테면 나의 고향인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적인 요소들. 영화와 비슷하게 나 또한 고향에서 3km 떨어진 바르셀로나에 나가서 살았고, 엄마는 마찬가지로 재봉사였다. 영화에서 보면 엄마가 영국으로 간 딸 레오노르에게 하몽과 같은 음식을 보내주지 않나. 이런 내용도 실제로 나의 엄마가 하몽이 가득한 음식과 함께 그녀가 직접 만든 옷들을 보내줬던 기억을 재현한 것이다.

이러한 작은 나의 자전적인 요소들이 모성애에 대해서, '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간단한 것(작은 행동이나 사소하고 소소한)을 통해서 모성애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어쩌면 딸과 엄마가 휴대폰으로 자주 연락을 하는 모습은 어느새 가까이 살았던 사람들이 휴대폰에만 의존해 관계를 유지하거나 끝내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느낄 수 있다.

 

극 속 어머니는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어머니 캐릭터를 어떻게 그리고 싶었는지.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처음에 이 영화를 쓸 때는 엄마와 딸이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인물로 설정했다. 왜냐하면 세대 차이 또는 다른 이유로 둘 사이가 어느 정도 거리감이 존재하지만 영화가 흐름에 따라 둘 사이에 가까워질 수 있는 다리가 생길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치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 그래서 엄마 역의 경우, 성숙하지만 한편으로 엄마가 되기 전에 그 순수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만들도록 했다. 특히 항상 염두해 줬던 부분이 있다면 내가 보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최대한 상상하며 영화에 투영시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영화를 통해서 마치 벽에 구멍을 뚫는 것처럼 엄마가 아닐 때의 모습 또는 여자로서의 엄마는 어떤 사람인지 상상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상상하고 창조하는 방식.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엄마 역뿐만 아니라 딸 역도. 배우 캐스팅을 할 때 고려했던 점이 있는지.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딸 역의 경우, 배우가 전에 한 번도 작품을 해본 적 없는 신인을 뽑고 싶었다. 또 극 중 역할과 전혀 다른 성격의 배우를 원했다. 딸을 연기한 '아나 카스티요' 배우는 실제 아주 외향적인 사람이다. 내게는 기존의 배우가 가진 성향 또는 성격의 전혀 다른 면모를 끌어내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영화 속에서 아빠 장례기간 동안 자신의 내면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러한 연기 디렉팅이 가장 필요하지 않았나.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엄마 역을 맡은 '롤라 두에냐스' 배우는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같은 거장 감독과 작업을 한 바 있다. 사실 영화를 만들 때는 언제 다시 또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돈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존경하고 가장 작업을 하고 싶었던 배우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웃음) 그리고 롤라 두에냐스 배우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오히려 딸 역에 더 감정이 이입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극 속 엄마가 가진 소녀다움을 더 잘 표현했다고 해줬다고 생각한다.

좀 더 이야기하자면 처음에 전혀 닮지 않았다고 생각한 두 배우가 영화를 찍으면서 닮았다고 느꼈다. 예를 들면 서로 같은 포즈로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내게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점이 두 배우의 케미였다. 심지어 두 배우를 내 고향에 초대를 했고, 엄마 역을 맡은 롤라 두에냐스 배우는 2달 동안 나와 나의 어머니와 함께 밥도 먹고 바느질도 배우는 등 같이 생활을 했다.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엄마와 딸의 관계가 영화에서만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 속에서 집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이 움직이고 있지만 지루하지 않게 느껴진다. 어떤 방식으로 촬영을 했는지.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이 영화에서 '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인물이다. 그래서 항상 다른 인물들과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 고민했다. "만약에 당신이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면 질식하지만, 그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면 숨을 쉴 수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말이다. 내게 집은 극 속에 등장하는 불이 피워지면 따뜻해지는 탁자처럼 편안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한 사람이 너무 오래 머무르면 감옥 또는 새장으로 변하는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집은 나의 친척들 중 한 분의 것이다. 처음 집을 봤을 때는 공간이 너무 작아서 영화를 찍을 수 없을까 봐 걱정이 됐다. 실제로 촬영을 할 때 모든 스텝이 서로 비좁은 공간에서 몸을 낀 채 촬영을 해야 했다. 물론 공간이 더 넓은 집들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영화를 위해서는 방 두 개(딸과 엄마)가 마주하고 있는 집이 필요했다. 극 속에서 딸이 엄마 방을 바라보는 장면과 반대로 엄마가 딸의 방을 바라보는 장면을 꼭 연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하인드 스토리로 원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방을 마주 보고 짓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근데 영화에서 등장한 집은 친척분이 직접 지은 것인데 건축에 대해서 전혀 모르셨기 때문에, 즉 잘 못 지은 집이라고 볼 수 있다. (웃음)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이 영화는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를 떠올리게 한다. 혹시 이 영화를 만들 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정말 좋아하는 영화감독 중 한 명이다. 확실하지 않지만, 그의 첫 번째 영화 '도쿄 이야기'도 외동아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와 공통점이 있다면 도쿄 이야기에서도 어머니가 섬유나 옷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항상 영화를 만들고 싶을 때 참고하는 감독이다. 포르투갈 감독 페드로 코스타가 오즈 야스지로 감독에 대해 "영화는 탁자 하나와 의자 두 개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라는 말과 오즈 야스지로 감독이 말한 "모든 인생의 비극은 아빠와 아들 관계에서 시작한다"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코아르 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오세준
《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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