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보스와 형사의 아이러니한 공조
조직 보스와 형사의 아이러니한 공조
  • 오세준
  • 승인 2019.05.16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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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포스터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Intro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영화를 보기 전부터 생각했던 질문이다. 하나 더. 형사는 왜 악인이 되기를 선택했을까? 아니면 마치 '비리 경찰'과 같은 처음부터 타락된 인물일까?

조직 보스 역을 맡은 마동석과 강력반 형사 역을 맡은 김무열이 꽤 비장하고 분노가 가득한 표정으로 마치 포스터 밖으로 걸어 나오는 듯한 모습. 두 주인공 뒤로 부하쯤으로 보이는 여러 명의 남성이 그들을 뒤따른다. 적어도 경찰이 조직 보스 뒤를 따르지 않겠지. 그렇다면 그들은 조폭 부하라는 것인데 왜 그들이 자신들의 적인 형사 뒤를 따르는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물음들은 오로지 '악인전'이라는 영화 제목으로 향했다.

 

#사면초가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형사, 조직 보스, 연쇄살인마. 이 세 사람을 한 장면 안에 담기 위해 영화는 각각의 인물들을 벼랑 끝까지, '마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가둬놓는 방식을 택한다.

형사 태석(김무열)은 충남 일대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살인 사건들이 한 사람의 소행임을 직감한다. 그는 자신이 조사한 자료를 보여주며 연쇄살인임을 주장하지만 그의 상사는 넘겨짚지 말라며 무시할 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게 넘겨준다. 그의 실력이 부족한 탓이 아니다. 그의 상사는 조직 보스에게 돈을 받고 뒤를 봐주는 인물이다. 단지 조직 보스의 가게를 틈만 나면 들쑤시는 태석이 눈엣가시일 뿐이다. 하지만 태석도 실은 '정의'를 위해서라기 보단 자신의 실적과 진급을 위해 고군분투할 뿐이다.

조직 보스인 동수(마동석) 또한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영업장을 두고 친구이자 동료 상도(유재명)와 신경전을 벌이며 밥그릇 싸움 중이고, 시종일관 형사 태석이 영업을 방해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귀가하던 중 연쇄살인마에게 습격을 당한다. 심지어 자신의 부하가 습격이 친구 상도 짓임을 오해하고 사고까지 쳐서 몸 추스를 틈 없이 수습하기 바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습격으로 인해 자신의 체면과 명예가 동시에 실추되면서 진행 중인 사업에 투자자들이 그를 못 믿고 떠나기 시작했다.

연쇄살인마 K(김성규)는 과연 발 뻗고 잘 자고 있을까? 형사와 조직 보스를 사지로 내민 연쇄살인마는 이제 두 사람 때문에 사지로 몰린다. 마치 영화 '곡성'의 명대사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구먼"이 떠오른다. 그가 잡히는 일은 이제 시간문제다.

 

#동일시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서로를 못 죽여서 안달 난 형사 태석과 조직 보스 동수가 어느새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서로의 목적과 욕망이 같아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영화의 '게임'(Game)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Rule: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공조하되 이후 처리는 먼저 잡는 사람이 결정한다.

이 룰은 형사와 조직 보스가 어떤 식으로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달려가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한편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그들이 정한 규칙'은 사실 이 영화의 전부라 봐도 무관하다. 사실 형사는 조직 보스의 지원이 없더라도 예리한 추리와 과학적인 수사로 분명 잡을 수 있을 터. 조직 보스 또한 연쇄살인마로부터 유일하게 살아남은 피해자로 얼굴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며, 막강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기에 그를 잡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형사에게는 광역수사대보다 먼저 연쇄살인마를 체포하기를, 조직 보스에게는 자신의 체면과 명예를 최대한 빨리 회복하기 원할 뿐이다.

 

#아이러니

한편으로 '꼭 형사는 조폭과 손을 잡아야 했을까'와 '돈과 사람을 가진 조직 보스는 언제 배신할지 모르는 형사랑 굳이 함께 해야 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영화가 이 같은 의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묘한 상황을 보여주며 영화에 더 집중시킨다. 이를테면 조직 보스가 "우리도 세금 내는 시민인데 경찰 도움 좀 받아야지"라고 뱉는 장면이나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형사 동료가 조직 보스의 부하들을 진두지휘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수긍하면서도 이상한 이 아이러니함은 단지 재미를 주는 도구로 끝나지 않는다.

관객에게 형사와 조직 보스의 공조 수사를 보며 '꼭 잡았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하게 만들고, 연쇄살인마를 쫓다 무참히 살해당하는 조폭 부하를 보며 안쓰러움을 느끼게 한다. (이인자로 보이는 조폭 부하는 실제로 극 안에서 폭력과 살인을 무자비하게 저지르는 인물이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하지만 이런 아이러니함은 한계가 있다. 정작 형사와 조직 보스 사이에 쌓아야 할 일종의 유대감에 대해서는 큰 작용을 하지 않는다. 분명 '왜 그들이 유대감을 형성해야 하냐'라는 반문을 제기할 수 있는데 그 두 사람이 어느 정도의 유대감을 만들기 위한 친분이 필요한 이유는 영화의 '결말' 때문이다.

서로가 다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범인을 잡는 장면과 형사의 동료와 조직 보스의 식구들이 함께 모여 잔을 드는 장면은 꽤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언제 이들이 이렇게 친해졌지?', '경쟁 상대 아니었어?'와 같이 빠르게 진행되는 영화 안에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이 보인다.

앞서 이야기한 '결말'에 이르면 두 사람을 묶어뒀던 게임의 룰은 뜬금없이 효력을 상실한다. 두 사람은 동료가 아니다. 경쟁자다. 두 사람의 관계를 정의하는 것은 오직 '게임의 룰' 뿐이다. 영화는 그들이 정한 룰 안에서 만들어질 수 없는 '유대감'이라는 감정을 관객에게 제시하거나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클라이맥스를 위해서 등장시킨다. 너무도 당연하게.

 

#이 모든 건 '공권력과 사법권'에 대한 불신 탓!?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의 결말을 수긍하면서도 찝찝함이 남는 건 왜일까. 단 하나 '왜 조직 보스는 자신을 희생해서 형사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이 영화가 끝나도 머릿속에 해결되지 않은 채 남는 탓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공권력이라 불릴 만한 인물들은 형사와 그의 동료들 뿐이다. 이도 영화 중반에 이르면 정의롭다 말을 하기 어렵다. 특히, 형사는 자신의 실수로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자백은커녕 조직 보스가 이를 덮어준다. 형사 주변은 어떠한가. 조폭에게 꼬박꼬박 돈을 받는 상사부터 단합을 해도 모자랄 판에 서로 욕하기 바쁜 경찰들. 한마디로 개판이다. 또 연쇄살인마를 잡았음에도 입증시킬 증거가 없으며, 국선 변호사는 당연하게 살인마를 옹호하고 보호하기 바쁘다. 그리고 연쇄살인마는 태연하게 말한다. "저 안 죽잖아요"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망가진 시스템 안에서 형사는 조직 보스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대충 퉁치기에는 조직 보스의 행동에 관객들을 납득시킬 만한 명분이 없다. 결국, 형사에게 배신을 당해 사업이 망하고 조직을 잃은 그가 형사의 부탁으로 연쇄살인마의 죄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으로 법원에 자진 출석하는 결말은 그저 클리셰에 불과하다. 앞서 말했듯이 이와 같은 결말을 피할 수 없는 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인 두 관계의 '룰'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탓이다. 차라리 모든 것을 잃은 조직 보스가 형사와 살인마 둘에게 복수하는 결말이 제목에 어울렸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악(惡)하다 할 만한 인물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마나 비열함의 끝을 달린 형사보다 조직 보스가 덜 악해 보인다. 좋게 말하면 안정적으로 영화를 마무리했다고 표현할 수 있고, 세게 말하면 시시하다 못해 억지스러운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단지, 조두순과 같은 범죄자가 제대로 심판받지 못한 한국의 실상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두 인물이 소모된 느낌이다. 이는 결국 뻔한 결말이 만들어 낸 실수다.

 

#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함정'(2015), '부산행'(2016), '두 남자'(2016), '범죄도시'(2017), '챔피언'(2018), '원더플 고스트'(2018), '동네사람들'(2018), '성난황소'(2018) 그리고 '악인전'(2019)까지 마동석의 이러한 작품들을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부른다. 일각에서 비슷한 연기가 반복된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액션을 하는 영화들에서 캐릭터 변주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다. '마동석화'된 지난 작품들 속 캐릭터가 마동석이 연기하지 않았으면 분명 전혀 다른 인물로 그려졌을 것이다. 이번 작품도 지난 작품이 생각나거나 신경 쓰이지 않는다. 어쩌면 뜻밖에!? 효과가 났다고 생각한다. 김무열(형사)과 김성규(연쇄살인마)가 영화 안에서 마동석에게 뒤지지 않는, 아니 좀 더 기억에 남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익숙한 마동석의 연기에 되려 부각이 난 것인지 아닌지는 명확히 말할 수 없으나 이 영화가 단지 마동석뿐인 영화는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Outro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처음으로 돌아가서 영화를 보기 전에 했던 생각을 다시 떠올려본다. 승자는 누구일까? 당연 형사 태석이다. 그렇다면 그는 언제부터 악한 인물로 변모했을까? 그가 정말 악한 인물일까? 아니 왜 조직 두목 동수가 더 선(善)하게 느껴질까? 결코 마동석의 연기 탓 또는 지난 영화들에서 보여준 비슷한 이미지 탓은 아니다. 악(惡)이 최악, 정말 끝까지 나쁜 사람으로 그려내지 못한 준수한 수준의 캐릭터 탓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두 주인공의 아이러니함 때문이지 않을까.

[코아르 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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