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que] 솔직한 마음 하나로, 위태로운 세계로
[Critique] 솔직한 마음 하나로, 위태로운 세계로
  • 변해빈
  • 승인 2022.12.1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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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연인>은 안 되고, <썸바디>는 되는…"

같은 감독에게서 동일한 논의가 반복될 때, '차이를 외면하려는 무의식이 무차별적으로 답습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같은 논의가 여러 작품에서 반복 제기될 때, '보이지 않는 작은 차이를 애써서 발견하는 일'은 동일한 지적을 반복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 시네마달

한인미 감독의 <만인의 연인>은 여성 청소년 캐릭터의 욕망을 주체적이고 솔직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대중과 평단의 긍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별과 상처를 극복하며 성장한다는 보편적인 서사를 따르면서도 기존 청소년 드라마의 교훈적 태도를 답습하지 않는다. 물론, 이 영화는 간략한 줄거리나 몇 가지 키워드만 놓고 보면 어딘가 문제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었다. 가령 18살 고등학생 유진(황보운)은 등교 대신 아르바이트를 택하고, 흡연과 음주를 접하거나 비행 청소년 무리와 얽히기도 한다. 또 청소년 캐릭터의 키스와 가볍지만 않은 스킨십을 묘사한 장면도 있다. 영화는 얼핏 위태로워 보일 법한 순간마다 유진 스스로가 각 순간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걸 상기시키면서 그녀의 선택을 관객이 함부로 단순화할 수 없도록 만든다.

유사한 시기 공개된 정지우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썸바디>는 캐릭터의 욕망을 논할 때 나란히 떠올려봄 직하다. 소셜 커넥팅 어플 '썸바디'의 개발자 섬(강해림)은 아스피(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사람)로, 다소 드라마틱할 정도로 욕망에 솔직하고 대담하다. 그녀의 살인 욕망을 이해하는 남자 윤오(김영광)와의 사랑에서도 그러한데, 문제는 이러한 성격 중 유독 기억하기 '쉬운' 그녀의 섹스와 살인 행위가 <썸바디> 전체를 잡아먹다시피 장악했단 점이다. 그 여파로 기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보다 수위가 높다는 의미에서 '29금'이란 수식이 붙어 언급되곤 한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29금'이니, '에로 감독'이니, 그런 수식은 배우의 노출과 성적 행위가 반영된 작품에 대한 오히려 투명한 반응이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주체적으로 그리고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성적 욕망을 드러낸다고 하여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썸바디>는 적어도 이 원칙만은 철저히 고수한다.

 

ⓒ 넷플릭스(NETFLIX)

사실 <만인의 연인>과 <썸바디> 두 작품이 지닌 골격만 따지고 보면, 장르와 산업 구조적 차이, 주인공 캐릭터의 나이와 창작자의 연출 의도, 유통 플랫폼과 관람 및 시청 방식, 마케팅 전략과 주요 타켓층 등 여러 차이를 가진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가 무색할 만큼 두 영화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단적으로 스킨십 장면을 예로 들 수 있다. <만인의 연인>은 배우와 카메라가 배치된 구도나 장면 전환 효과에 의해서 낌새를 전하고 감춰진다. 반면에 <썸바디>는 훨씬 더 수위 높은 설정들이 추가되어 있다. 단지 캐릭터의 연령대의 높낮이나 창작자의 다름과 같은 본질적인 차이로 물음 자체를 제거하기엔, 두 작품이 관통하는 여성 캐릭터의 모습은 동시대 요구되는 주체성과 대상화의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게다가 이 논의에는 캐릭터의 이미지의 소유권 이상의 무언가가 관여되어 있다.

무엇보다 <썸바디>에 대한 반응은 너무나 단순하게 양극화되었다. 배우의 노출 수위와 폭력성의 면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이기'만'하거나 장르적 화법이 너무 실험적인 탓에 캐릭터며 스토리 전개며 불투명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 두 반응은 극소수의 일방적인 비난이 아니며, 한 사회가 공유하는 공통된 정서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일면 정당하다. 그러나 정작 각 입장이 품은 부정적인 잔여감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두 이유에서 경계하여야 한다. <썸바디>에 오류가 있다면 '여성 캐릭터의 대상화'와 '과도한 폭력성'에 대한 지적이 그저 개개인의 느낌에 의한 호불호의 차이를 가르는 피곤한 다툼으로 종결될 수 있고, 오해가 있다면 솔직하고 대담한 여성 캐릭터와 선악 구도의 전복에 대한 대중사회의 욕망 혹은 요구가 자칫 편재화된 무의식을 (재)생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솔직한 소녀(들)

주인공 캐릭터와 이를 연기한 배우에서부터 시작해보자. <만인의 연인>에서 유진을 연기한 배우 황보운과 <썸바디>에서 섬을 연기한 배우 강해림은 모두 신인이다. 두 배우는 각각 단역과 예능 프로그램 재연 배우로 활동했지만, 작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얼굴을 알린 건 <만인의 연인>, <썸바디>에서다. 황보운과 강해림이 지닌 신인으로서의 신선함은 각 캐릭터의 이미지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정지우는 스크린 바깥의 배우가 지닌 본연의 에너지를 의도적으로 캐릭터 속에 침범시켜온 감독이다. 살짝 늘어진 리듬, 단어 하나하나를 꾹꾹 힘주어 말하는 '김섬' 캐릭터의 어투와 화법은 여러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듯 강해림 본연의 특징과 높은 싱크로율을 띤다. 그가 강해림에게서 김섬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면 그것이 어떤 속성에 의해서인지 주목할만하다. 강해림이 <썸바디>에 처음 등장한 장면. 고등학생 섬은 불법 게임 도박장이 즐비한 으슥한 골목에 홀로 들어선다. 당황하는 쪽은 게임장 사장이고, 정작 섬은 자신이 어떤 장소와 상황에 노출된 존재인지를 스스로 명명한다. 그녀는 게임기 베팅 금액을 불법적으로 조작한 뒤, 거액의 돈을 받고 거기서 얻은 게임기에 직접 개발한 챗봇 '썸원'을 프로그래밍해 대회에 출전한다. 그녀는 시스템이 견고한 세계에서 소외된 누군가를 위해 '썸원'을 만들고 자신도 '썸원'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넷플릭스(NETFLIX)

<만인의 연인>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유진은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와 형편을 멸시하는 손님에게 맞서 응수한다. 유진의 분노는 정당하고 당당하다는 반응을 불러오지만, 나는 <썸바디>의 오프닝 시퀀스에 담긴 섬에 대한 첫인상이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해낸다고 생각한다. 정지우는 시작에서 기존의 소녀 담론에 아슬하게 포섭되지 않는 분열적인 '소녀'를 우리 앞에 데려다 놓았다. 순진하기보단 영민하고, 천진하기보다 외롭고, 위태롭기보단 차라리 속임수에 능하며, 이용당하지만 피해자는 아닌 분열적 존재.

그런데 정지우는 섬이 아스피란 사실, 즉 극의 결정적 순간 선택의 정당성을 마련하는 데 쓰인 힘(아스파거 증후군)을 서둘러 밝히기보단 그 힘을 감춘 모호한 소녀에 대한 판타지를 강조한다. 사이코패스 윤오가 저돌적이고 정확한 범행으로 자기 욕망을 시청자에게 전면화하는 것에 비해, 섬이 지닌 욕망은 윤오의 성격에 가려져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하고 난해한 것으로 여겨진다. 선악의 안정적인 구분이 사라진 이 세계에서 시청자들은 윤오의 행위를 (개인적인 사연과 이유가 제거된) 절대적 악으로써 어쨌든 받아들이게 되는 반면,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섬과는 점점 거리를 두게 되는 셈이다. 오프닝에서 보였던 솔직함은 '위험한' 남성 캐릭터들의 세계에서 위기를 모면하는 구실로 쓰이다가 이후 이상하리만치 골칫거리로 전락한다.

그녀는 총 8회 중 7회까지 성인이 된 신체와 동등한 성장 속도를 갖지 못한 어리숙한 사회성과 감정이 부딪히는 장소로서, 개인의 외로움과 욕망 때문에 진실을 외면하는 걸림돌로 여겨지다가 가장 아슬아슬한 존재가 괴물과 맞설 때의 만족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반전 서스펜스에 동원된다.

<만인의 연인>은 '소녀' 유진에게서 보이는 서툴고 어리숙한 모습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솔직함의 기제로 쓰인다.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가 궁금하고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고 보장되는 세계를 원한다. 대신 원하는 것이 이뤄지도록 요구하는 쪽이 유진 스스로임을 영화는 계속해서 전한다. <썸바디>가 과정에 있어서 인물의 속마음을 감추다가 결론(행위)으로 욕망의 솔직함을 내세운다면, <만인의 연인>이 유진이라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만인'의 것으로 만들며 공감을 그러모으는 방법은 솔직함의 문제를 과정에서 드러내기 때문이다. 유진의 언행은 다른 캐릭터와 공유되기 전 관객과 먼저 공유된다. 이를테면 영화의 시작에서 우리는 플래시 포워드 된 유진의 꿈 이야기(내레이션)를 들으며 불안정한 미래에 대해 예측한다. 강우와 스킨십하고 싶다는 유진의 생각은 그녀의 일기장을 통해 관객에게 먼저 전달된다.

추측과 불안이 사라진 자리는 유진의 물음으로 채워진다. 엄마 영선(서영희)이 가정이 있는 애인을 따라 집을 나가자 유진이 묻는다. "엄마는 나한테 이렇게까지 냉정한 이유가 뭐야?"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유진은 스스로가 일할 현장을 미리 살핀 뒤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냐고 묻는다. 유진의 물음은 자신이 모르는 사실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이 필요하다기보다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정확히 확인하려는 편에 가깝다. 오히려(또는 당연히도) 그녀가 자기 앞의 문제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꿰고 상대를 해답으로 이끄는 마침표 찍힌 물음이다. 영선을 향한 물음은 자신을 떠난 이유보다 냉정할 수밖에 없는 영선의 불안정한 관계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는 게 목적이며, 이를 엄마가 자각하길 요구하는 물음이다.

 

 

ⓒ 시네마달
ⓒ 시네마달

"모든 게 내 잘못이냐"고 유진이 아르바이트 선배 혜선(박정연)에게 물을 때, 사실상 유진은 그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타인의 대답으로 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확신을 가지려는 쪽이다. 유진은 자신의 '못된' 모습, 바로 직전의 대화에서 싫어하던 아이가 "나보다 잘 살 것 같아서 싫다"라고 말한 뒤, 그러한 스스로가 나쁘다는 것을 자신도 이미 안다고 덧붙인다. 이는 피자 가게 점장과 연애 중인 혜선에게서도 볼 수 있다. 유진에게 연애 사실을 들킨 뒤, 혜선은 미성년인 자신과 성인 점장의 연애가 이상하지 않으냐고 먼저 묻는다.

<만인의 연인>의 여성 캐릭터들의 물음 속에는 자신의 부정적인 밑바닥마저 모두 드러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마저 타인의 시선에 의해 재단 받지 않겠다는 욕망, 그것을 직접 드러내는 솔직함이 있다.

 

반복한다고 설득된다면

<썸바디>의 기은(김수연)과 목원(김용지) 역시 '섬과 같이 분열적 위치'에 서 있다.

사이버 수사대 경찰인 기은은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이고, 목원은 젊은 무당이면서 성소수자다. 이들은 범죄 멜로드라마 장르의 정형화된 여성 캐릭터에서 노골적으로 중첩적이고 다층적으로 벗어나 있다. '비정상적'으로 타자화되던 정체성에 그와 대립하는 정체성이 병치된 <썸바디>의 여성들은 윤오가 저지르는 범행을 직접 겪거나 인지하고서도 의문스러울 만큼 이성적이다. 또 섬의 '제2의 뇌'와도 같은 기계(챗봇 '썸원'), 기은의 저돌적인 수사방식, 신을 매개한 목원의 초월적 능력은 어쨌든 사이코패스 남성 캐릭터보다 우위를 점할 가능성을 연다. 그런데 이들은 그 능력으로 연대하여 힘을 부풀리기보단 각자의 영역에 고립되고 윤오의 최후를 결정지을 주체가 되기 위해 경쟁한다. 이를 정지우 감독이 말하는 인간 근원의 외로움이나 세 여성 캐릭터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한 남성 캐릭터를 몰이사냥하는 구도로 해석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쉽게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그 원인은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썸바디>의 '느릿한 리듬'과 '반복적인 전개'에 있다. 대표적으로 '썸바디'를 통해 윤오와 기은이 만난 수영장 시퀀스는 범죄 목적이 함축된 위태로운 분위기로 시작해, 기은이 회상하는 로맨틱한 풍경으로 반복된다. 또 하나는 섬이 강간 위협에 저항하다 살인을 저지르던 스페이스 시퀀스. 이 시퀀스는 약 20분간 길고 구체적으로 촬영됐고, 정작 가해자들의 구차한 변명과 이에 대한 조소는 가볍게 소모된다. 이후 섬의 관점에서 다시금 반복됐을 때, 윤오의 설계임을 알게 된 섬은 둘만의 은밀한 비밀을 공유한 것처럼 희열에 휩싸인다. <썸바디>는 동일한 상황을 범죄를 담당하는 남성 캐릭터들의 관점과 멜로드라마를 담당하는 여성 캐릭터들의 관점에서 반복해 보여준다. 후반부 배치된 여성 캐릭터의 관점이 전반의 범죄를 압도할 수도 있었지만, <썸바디>는 여기서 난감한 경로를 우회한다.

<만인의 연인>은 동일한 상황이 번복될 때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확실한 하나가 인물들의 고통이라고 전한다. 유진과 영선은 그들이 스스로 떠난 장소와 관계를 향해 걸음을 되돌리는 회로에 선다. 끝난 관계의 불가능한 회복이 죽음의 체념으로 다소 거칠게 이어지긴 하지만 여기에 성장과 변화를 강조하기 위한 괴로운 사건의 반복은 배제된다. 추락하는 접시를 모두 받아냈다던 유진의 꿈 이야기는 세 번 반복되면서 악몽이 아니라 길몽으로 전환된다. 깨진 관계를 억지로 봉합하기 위해 모녀가 한집에서 다시 살도록 하지 않는다. 영선이 돌아온 집에 유진은 없다. 유진은 멀리서 인사를 건네기 위해서만 걸어온 길을 뒤 돌아본다. "(꿈속에서)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할 필요가 없던 걸지도 모른다"로 변화되는 유진의 내레이션은 반복 등장하는 유진의 얼굴 위의 미묘한 변화를 상기한다.

E.C.U.(Big Close Up)으로 촬영된 황보운의 (대중에게) 낯선 얼굴은 낯선 세계에 반응하는 유진의 시선을 반영한 거울로써 영화의 스크린처럼 생동한다. 카페 속 주변 사람들을 잠시 둘러본 뒤 맞은편 거울을 경유한 자기 얼굴 위로 정착한 유진의 시선은, <만인의 연인>의 카메라가 유진 스스로의 시선과 공명함을 염두에 두게 했다.

 

ⓒ 넷플릭스(NETFLIX)

<만인의 연인>의 카메라가 포착된 이미지와 시선의 주체를 동일시한다면, <썸바디>는 두 가지를 분리한다. 앞서 기은은 두 번이나 윤오에게 살해될 위기를 겪었지만, 그의 범행을 증명하겠다는 목표를 위협하는 (윤오에 대한) 성적 욕망을 포기하지 못한다. 섬은 기은과 목원이 말하는 연쇄살인범과 윤오가 동일인임을 확인하기 위해 자기 육체를 자발적으로 성애화한다. 설정 자체에 대한 설명은 가능하다. 전자에서 기은이 자신이 겪은 범죄 사실에서 범죄를 빼고 굳이 따지자면 로맨스를 카메라 앞에서 재연할 때 당사자가 그것을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있다고 덧붙이고, 후자에서 감정적인 교감 능력이 제한된 섬이 육체적인 반응으로 (심지어 고통까지도)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으로 덧붙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선정적인 이미지는 <썸바디>의 복잡한 설계를 풀기 위해 몇 가지 경로의 우회가 필요한 점에 기대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려 애쓰기보다 맥락을 꼬아놓는 쪽에 슬며시 합류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작품의 가장 마지막, 가차 없이 훼손되는 괴물의 신체와 몸집을 의도적으로 부풀린 신체적으로는 연약하지만, 정신적으로 더 괴물적인 존재가 맞서는 서스펜스로 무엇이 더 선정적인지 겨루면서 쉽게 잊히거나 흐지부지 넘기게 유도한다. 섬, 기은, 목원이 피해자도 아니지만 <썸바디>에 진짜 피해자(살해된 여자들)의 자리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범죄를 소재로 끌어들인 미디어의 편향된 발전은 맥락을 따지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는 논조를 강화하는 데만 비정상적으로 힘을 키운다. 이제 경계해야 할 것은 단순히 캐릭터를 대상화하는 문제가 아니라 지칠 정도로 반복해도 강박적인 리액션만 생산하는 미디어 산업 시스템의 변명과 동문서답이다. 대상화된 캐릭터의 육체를 포기하지 못한 카메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말 또는 피상적으로 흉내를 낸 탈-대상화된 여성 캐릭터로 입을 다물도록 유도한다.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 작은 차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집요한 고민을 죽이는 데에 너무 쉽게 동원되어선 안 된다.

[글 변해빈, limbohb@ccoart.com]

 

ⓒ 시네마달

만인의 연인
Nobody′s Lover
감독
한인미

 

출연
황보운
서영희
홍사빈
김민철
전석호
우지현
박정연
이유지

 

제작|배급 시네마달
제작연도 2021
상영시간 130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2.12.01

ⓒ 넷플릭스(NETFLIX)

썸바디
Somebody
감독
정지우

 

출연
김영광
강해림
김용지
김수연

 

제작 비욘드제이
제공 넷플릭스(NETFLIX)
제작연도 2022
상영시간 8부작(424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공개 2022.11.18

변해빈
변해빈
 몸과 영화의 접촉 가능성에 대해 고민한다. 면밀하게 구성된 언어를 해체해서 겉면에 드러나지 않는 본질을 알아내고 싶다. 2020 제1회 박인환상 영화평론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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