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th BIFF]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미야케 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려내"
[27th BIFF]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미야케 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려내"
  • 문건재
  • 승인 2022.10.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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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을 들여다 보면'의 미야케 쇼 감독과 키시이 유키노 배우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인 '너의 눈을 들여다 보면'은 청각장애를 가진 프로 복싱 선수 '케이코'(키시이 유키노)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특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 섹션에 초청됐다.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은 지난 2010년 이후 데뷔한 일본 감독들의 작품 중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을 모아 상영하는 특별 프로그램이다.

지난 9일(토) 8시 부산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너의 눈을 들여다 보면' 상영이 끝나고 스페셜 토크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감독 미야케 쇼, 배우 키시이 유키노, 배우 심은경,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 부산국제영화제
ⓒ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 우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만난 소감 부탁드린다.

└미야케 쇼: 영화제에 초청해주시고, 많은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니 즐겁고 감사하다. 

└키시이 유키노: 오늘은 아시아에서 처음 상영하는 날이다. 고대하고 기다렸던만큼 기쁘고, 질의응답 시간에 많은 질문 부탁드린다. 감사하다.

└심은경: 비록 영화에 출연하진 않았지만, 응원하는 마음으로 왔다. 관객분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 나누고 싶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영화를 봤을 때 스몰(small), 슬로우(slow) 등 영어 제목과 영화가 잘 어울린다. 주인공을 맡은 키시이 유키노를 보면 체구가 작고, 영화 속 체육관이나 모든 것들이 작고 어떤 면에선 느리게 보인다. 꾸준히 뭔가를 한다는 것에 대한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다. 영화의 원작이 실존 인물인 프로 복서 '오가사와라 케이코'의 책에서 착안했다. 감독님은 책에서 어떤 부분에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미야케 쇼 : 영화를 만들 때까진 '오가사와라 케이코' 팬이 아니라 권투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굳이 때리고 맞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권투에 열중한다'는 수수께끼에 대해 생각해보면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컨대, '더 좋은 내일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에서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은 안 나오겠지만, '어떻게 살 것 인가'에 대한 답은 얻을 수 있다. 주인공 오가사라와 케이코를 보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이야기를 말로 설명할 때마다 부끄러워진다. 왜냐하면 옆에 있는 키시이 유키노는 그것을 온전하게 표현해줬다. 제 말은 잊어버리시고 영화 속 주인공 모습만 기억해줘라.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심은경 배우님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감상과 함께 질문 부탁드린다.

└심은경 :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를 2번 정도 봤다. 특히, 최근에 봤을 때 가장 크게 와닿았다. 공존의 의미에 대해 돌아봤고, 소생하면서 앞을 향해 한 발 내디뎌 본다 생각해봤다. 엔딩 크레딧 속 흘러가는 도쿄의 풍경은 어딘가 케이코는 복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을까, 복싱장 회장은 체육관은 없애지 않았을까 등 생각이 들면서 영화가 끝나도 끝난 거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차별받지 않고 그 자체로 사람과 사람의 차이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보고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했다. 심장이 뛰는 한 나도 한 발 더 살아가 보자 다짐하게 됐다.

심은경: 첫 장면부터 놀랐다. 키시이 유키노 배우의 대표작은 <사랑이 뭘까>(2020)이다. 그때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은 전혀 없고, '오가사와라 케이코'라는 캐릭터로 존재해 임팩트가 강했다. 어떤 심경으로 연기를 했는지, 복싱 트레이닝은 어느 정도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키시이 유키노: 멋진 감상 감사하다. 복싱 트레이닝은 3개월 정도 받았다. 영화를 찍으며 다시는 못할 작업을 하고 있다 자각하며 지냈다. 훈련을 하면서 권투 선수의 몸으로 보이도록 노력했다. 뇌를 움직이는 건 당분인데, 당분과 단백질, 지방 섭취를 제한하면 보고 싶은 것밖에 보이지 않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린다. 좁은 세계만 보이는 상태가 되는데, 그런 상태에 도달한 덕분에 집중력을 한 곳에 쏟아붓는 게 가능했다. 그런 상태에서 '오가사와라 케이코'라는 인물을 만들어 갔고, 작업에 임할 땐 몸이 상해도 상관없다 생각했다.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순간이었고, 그런 순간을 잘 담아주길 바라면서 지냈다.

 

ⓒ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 영화 시작 직후 거울에 등 근육이 잡힐 때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장면 중 시합 장면보다 연습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일본의 평론가분에게 글을 받아 만든 팸플렛에 힙합풍의 작품을 가진 감독님이란 말을 했는데, 음악 또는 댄스를 보는 것 같은 권투 연습 장면들이 나온다. 그런 장면을 찍을 때 어떤 연습을 했는지, 감독님은 어떻게 연출을 했는지 궁금하다.

└미야케 쇼: 체육관에서 훈련을 도와주신 분들과 연습을 할 때, 늘 새로운 리듬을 보여달라 요구를 했다. 연습을 했던 장면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심은경 배우가 더불어 산다는 얘기 해준 것과 이어진다. 복싱은 혼자 링 위에 올라가서 싸워야 하는 고독한 경기라 생각했다. 실제로 연습해보니 가까운 거리여도 펀치가 맞지 않을 거리, 때리는 쪽도 무섭고, 상대에 대한 존경이 없으면 연습조차 할 수 없는 것이 권투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체격이 다른 키시이 유키노와 제가 링위에서 싸우는 연습을 했다. 제가 때릴 수는 없으니 가드만 했는데, 키시이 유키노가 눈을 똑바로 보며 '왜 안 때리냐, 제대로 하라' 솔직하게 말했다. 강하냐 약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똑바로 대하는 자세를 원해서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키시이 유키노 : 영화 속 코치 역할의 배우 미우라 마사키에게 실제로 트레이닝 메뉴를 만들어 복싱 지도를 받았다. 콤비네이션 미트를 만든 후부터 누구보다 빨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영화를 위해서 보다 내 자신이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배우로서의 연기보다 영화를 제대로 못 해내면 배우로 지내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죽을힘을 다해 매일 연습했다. 정말로 강해지고 싶었다. 

└심은경 : 이 역할은 다른 누구도 아닌 키시이 유키노만 떠오르기에 저는 못 했을 것 같다. 저도 사실 운동으로 복싱을 조금 해봤지만, 콤비네이션 미트가 쉽지 않다. 복싱 자체가 기본적으로 코어도 좋고 중심이 잘 잡혀야 되고, 집중력을 요구한다. 3개월 만에 선수처럼 보이게끔 만든 게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나였으면 그만큼 몸을 만들고 움직임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감탄하며 영화를 봤다.

 

ⓒ 부산국제영화제

심은경: 궁극적으로 영화의 연출 의도를 들어보고 싶다. 

└미야케 쇼: 궁극적인 연출 의도라, 질문이 어렵다. 무엇보다 눈앞에 훌륭한 배우가 있고, 멋진 스태프, 멋진 현장이 있을 때 이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이 순간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공존이라는 게 영화 한 편을 많은 사람들과 하나의 스크린으로 본다는 행위와도 이어지는 것 같다. 이야기를 영화로 표현하고자 할 때, 스크린 너머의 세계와 관객들이 어떻게 이어질지 생각하면서 영화를 제작한다.

심은경 : 영화 속 오가사와라 케이코가 살고 있고, 복싱장의 장소가 도쿄의 변두리 마을이다. 도시는 발전해 나가고 오래된 건물들은 부서지지만, 도쿄는 변두리 마을이 많이 남아 있고 신·구가 동시에 존재하는 독특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고 사라져가고 있는, 남아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곳으로 설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미야케 쇼: 직감으로 선택했다. 원작에 지역이 설정돼있던 건 아니고, 도쿄는 역사적인 것이 많이 남은 장소이자 곧 사라질지 모르는 지역이다. 일화를 소개하고 싶은데, 현장을 물색하며 제작팀, 연출팀과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도쿄에 강이 흐르고 여러 교차하는 고가도로, 선로 등을 봤을 때, 마치 링에 쳐진 로프처럼 보였다. 도쿄라는 링 안에서 오가사와라 케이코는 싸우고 있다고 열정적으로 얘기하는 게 재밌어 지금 얘기와 비슷한 샷을 찍었다.

관객1: 주인공의 감정선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경직되고 소통이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소통이 되고 반짝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리적인 감정선을 연기할 때 가졌던 마음과 복싱에만 열중하는 모습이었는데 매니큐어를 바르고 나온 설정에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키시이 유키노: 멋진 감상 감사하다. 대본의 흐름을 인식해 연기하기보단 찍고 있는 하나의 순간에만 힘을 쏟으며 몰두했다. 대본 순서대로 편집이 대부분 됐지만, 교체한 장면도 있다. 대본의 흐름이 제 머리에는 인식이 안 됐다. 대본의 흐름을 가지고 연출하는 건 감독님의 몫이고, 전 하나의 씬과 하나의 컷만 생각하며 몰두해 연기했다. 

└미야케 쇼: 메니큐어 좋다. 스포츠맨에 대해서 알아보고 조사하는 과정 속에서 이분들은 본인의 몸에 대해 의지가 고양되어 있다. 육체, 방, 몸에 이어지는 여러가지 것들은 깨끗한 상태로 가지고 싶어하는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주변을 만들어 놓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인 것 같다.

└키시이 유키노: 저는 연습 중에 제가 매니큐어를 칠한 걸 보고, 오가사와라 케이코에 반영한 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착각이었다.

└미야케 쇼: 키시이 유키노한테 마음에 들어서 받아온 게 있다. 체육관에서 옷과 귀걸이를 갈아입고 아이폰 보면서 연습을 시작하던데, 운동복이 아닌 코트를 입고 귀걸이하고 연습하는 걸 보고, 찍고 싶다고 생각했다.

 

ⓒ 부산국제영화제

관객2: 키시이 유키노가 출연한 드라마는 캐릭터가 영화완 다른데,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키시이 유키노 : 사실 <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찍으며 육체적 피로감이 갉아먹을 듯 너무 심했다. 일반적인 게 아니라 농축된 생명력을 쏟기에 (촬영기간이) 짧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저는 미야케 쇼 감독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필름으로 촬영하는 것, 필름 촬영을 가능하게 진행하는 제작진, 스태프 분들이 많이 도와줘 이런 상황 속에서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저는 영화를 너무 사랑한다. 배우를 하기 전부터 영화를 계속 봤는데, 필름으로 영화를 찍을 때 카메라가 돌아가는 특유의 소리가 있다. 영화가 완성된 후엔 들리지 않는 필름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기회를 잡아야 된다 생각해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선택했다.

모더레이터: 세 분의 인사말을 끝으로 마무리하겠다.

└미야케 쇼: 부산국제영화제 즐기며 좋은 시간 되시고, 이후에도 영화를 보고 대화하고 이어갔으면 좋겠다 감사하다.

└키시이 유키노: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봐주셔서 감사하다. 이 영화가 베를린국제영화제도 갔지만, 제가 방문하지 못해 관객들과 대화하는 게 오늘 처음인데, 관객들의 표정을 보니 느껴진 것이 전해져 기쁘다. 곧 개봉이 되면 또 한 번 다시 봐주고, 다른 것을 느껴주시면 감사하겠다.

└심은경: 좋은 영화로 이 시대에 나타나 줘서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영화다. 연출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에 감동 받았고, 나도 다시금 열정을 느끼면서 연기할 수 있는 현장을 만나보고 싶다 생각했다. 한국에서 개봉하면 다시 한 번 극장에서 볼 생각이다. 저는 출연하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이 영화를 응원할 생각이다. 감사하다.

[코아르CoAR 문건재 기자, ansrjswo@ccoart.com]

문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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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운영위원 및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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