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SIWFF] '퀴어 마이 프렌즈' 이토록 달곰씁쓸한 우리의 오토-픽션
[24th SIWFF] '퀴어 마이 프렌즈' 이토록 달곰씁쓸한 우리의 오토-픽션
  • 김경수
  • 승인 2022.09.1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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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퀴어 마이 프렌즈>는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다큐멘터리다. 국내에서는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제19회 EBS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해외에서는 세계 3대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핫독스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기독교인이자 이성애자인 서아현 감독이 7년 전 커밍아웃한 친구 송강원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그려낸다. 감독은 기독교인이자 게이, 한국인이지만 미국 국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친구 송강원이 평생 어디에서도 발붙이지 못하고 맴도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따라간다. 어쩌면 이 영화를 송강원의 『오디세이아』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감독은 서로 다른 성정체성을 지닌 두 사람의 우정이라는 소재만을 비추는 데에 그치지는 않는다. 더 나아가 사회학도의 시선으로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한국 사회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며, 더 나아가 청년 세대가 느끼고 있는 한국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점을 탐구하고자 한다. 성소수자 문제는 물론이며, 극우화된 기독교와 남성성과 그것을 생산해내는 군대 등 하나의 다큐에 담기 힘든 온갖 문제들을 파헤치면서도 중심을 유지한다.

뜨거운 우정과 냉철한 사회학을 오가며 한국을 조망하려는 감독의 시선 하나만으로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충분하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퀴어 마이 프렌즈>는 길디긴 7년이라는 시간을 연도별로 구분한다. 연도에 따라 두 인물이 그만큼 성장하리라는 기대하게끔 하는 구성이지만, 영화는 그 둘이 성장하는 데에도, 주류 사회에 진입하는 데에도 실패하는 과정을 다룬다. 서아현 감독은 에세이 영화 문법을 빌린 회상조의 담담한 나레이션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이를 감성적인 에세이로 보이지 않게끔 이야기의 톤을 세심하게 조정하면서 둘의 추억을 그려나간다. 그런데도 문학적인 감수성이 영화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오프닝에서 감독은 송강원에게 그의 이야기를 찍어도 되냐고 묻는다. 이에 그는 자기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찍을 만한 것이냐며 겸연쩍어한다. 이때만 하더라도 그는 그 나이 또래 평범한 남성으로 보인다. 그가 문제적인 인물이 된 것은 그가 커밍아웃한 뒤부터다. 가족과 친구들은 그를 전과 마찬가지로 온정으로 대하지만, 한국은 퀴어로 살기에는 폭력적이다. 군대는 동성애자를 색출해 처벌하며, 교회에서는 동성애를 죄악시한다. 그는 결국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선택한다. 감독 혹은 카메라는 한국을 겉돌고 있는 그를 안간힘으로 스크린에다가 붙들려고 한다. 송강원을 따라서 처음 서울 퀴어퍼레이드에 따라간 감독이 그에게 "지옥까지 동행하겠다"라고 하는 것보다 '감독의 의지'를 잘 드러내는 것은 없다.

이 안간힘은 송강원을 찍는 서아현 감독도 주류 사회를 겉돌고 있어서 나오는 것이다. 감독은 동생은 물론이며 친구들이 결혼하고 저마다 직장을 구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으며, 기독교인인 부모에게 이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간다.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며 생긴 학자금 대출을 갚아 나가는 데도, 계속 취업에 실패하는 데도, 부모의 잔소리가 이어지는데도, 그를 찍는 데에만 몰두한다. 다큐멘터리만큼은 찍어야만 한다는 듯이 말이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송강원과 감독은 삶을 살아나가는 데에 최선을 다한다. 특히나 영화 중반에는 송강원이 드랙 댄서로 퀴어퍼레이드의 무대에 오르리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만큼의 노력을 드러내며, 그가 성공하면서 이 다큐가 끝나리라는 기대를 하지만 어긋나고 만다. 영화가 우정의 기록이 될 것이라는 감독의 기대도 무너지고 만다. 유머로 가득하면서 따스하던 영화는 씁쓸한 정서가 가득해지기 시작한다. '달콤씁쓸하다'라는 형용사가 이보다 잘 어울리는 다큐멘터리는 없을 것이다. 7년이라는 긴긴 시간 동안 둘은 주류 사회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데에 실패한다. 송강원은 여전히 정신적 고통을 안고 살다가 한국을 떠나며, 감독은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아갈지 상상하지 못한다. 그저 실패의 기록인 이 영화만이 남는다. 감독은 모든 슬픔을 관통하는 이유 중 하나를 슬퍼도 울 수 있는 터전과 커뮤니티의 부재로 보고자 한다. 결국 송강원을 떠나보내지만, 감독은 엔딩크레딧에서 송강원과의 나누는 줌 대화로 우정이 무재한 공동체의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보여준다. 이러한 희망이 영화 끝에서야 겨우내 드러난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만, 서아현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친구를 찍는 7년 동안 숱한 질문에 부딪히며, 그 끝에 이야기를 재현하는 행위 자체를 반성한다. 송강원의 삶을 온전히 텍스트로 드러낼 수 있기나 한 것일까. 영화를 찍는 일이 우정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든 성공해야만 한다는 집착에 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식이다. 송강원은 이 영화가 끝에 다다를 즈음 정신적인 고통으로 감독에게 따지듯이 질문하기도 한다. 감독이 진짜로 나를 위하고 있기는 하며, 우정도 다큐를 위해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이때부터 <퀴어 마이 프렌즈>는 2019년에 한국 문단에서 뜨거웠던 재현의 윤리 논쟁의 연장선상에 선다. 커밍아웃한 소설가인 김봉곤이 자전소설인 『그런 시절』에서 친구와의 대화를 무단 인용해 그 친구의 성정체성을 드러낸 사건으로 한창 달아오른 이 논쟁은 거칠게 요약하자면, '오토-픽션(자전 소설)에서 타자를 수단으로 쓰지 않는 글쓰기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이 질문은 성소수자 친구를 다루고 있는 감독이 맞부딪혀야 했을 근원적인 질문이었을 것이다. 과연 송강원과 자신을 우리라고 감히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질문 말이다.

서아현 감독은 오토-픽션의 윤리를 많은 부분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에게서 가져온다. 이 책은 감독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이다. 물론 영화에서 인용하거나 언급하는 텍스트는 아니다. 아주 잠깐 스친 책이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뇌리에 남았다. 영화의 시선이 놀라우리만큼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와 닮아 있어서다. 아니 에르노는 오토 –픽션의 거장이며, 지금도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작가다. 이 둘은 경험을 한치의 왜곡도 없이 그대로 담으려 한다는 점에서도, 누군가의 가장 내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그이가 살아가는 사회 전반을 분석하는 렌즈로 기능한다는 점에서도, 작가가 자전적 이야기를 쓰려고 하지만 어느 순간에 글쓰기의 윤리에 관한 딜레마에 부딪히며 글쓰기 행위를 반성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아니 에르노가 그저 평생 자기가 있는 일을 그대로 써 내려가는 작업을 이어간 데에 비해, 감독은 송강원에게 우정을 증명해나가며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며 시선을 조금씩 수정해나간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까 하는 마음에서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송강원을 찍을 때 감독은 카메라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그와 대화하고 있는 과정을 조심스레 찍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친구와 나눈 우정을, 그 친구를 존중하는 선에서 카메라에다 담고자 하는 열정은 윤리적인 재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감독의 책장에 꽂힌 다른 책들의 제목을 인용하자면) 이러한 작업에는 다소간의 ‘사회학적 상상력'이 동원되며, 이러한 상상력의 근간에는 자신만의 윤리에 따라서 주류 사회에 부딪혀서 몰락한 자들을 비추고자 하는 '몰락의 에티카'가 있다. 감독은 함께 몰락해나가기에 우리가 우리일 수 있다는, 절망에서 희망을 발견하려는 우정의 힘을 끝내 증명해내고야 만다.

[글 김경수, rohmereric123@ccoart.com]

 

퀴어 마이 프렌즈
Queer My Friends
감독
서아현
SEO Ahhyun

 

출연
송강원
서아현

 

제작연도 2022
상영시간 82분
등급 전체관람가
공개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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