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독립영화와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 섹션인 '한국영화의 오늘-비전'의 선정작 12편을 전격 공개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의 오늘-비전'은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최신 한국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으로, 동시대 역량 있는 한국 신인 감독들을 발굴 및 배출해왔다. 윤서진 감독의 '초록밤'(2021), 박송열 감독의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2021), 이환 감독의 '어른들은 몰라요'(2020),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2019), 이옥섭 감독의 '메기'(2018), 한가람 감독의 '아워 바디'(2018),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2017) 등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을 통해 세계 최초로 관객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올해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 상영작들은 예년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탁월한 작품성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 더해진 특징이 있다면 작품 면면의 다양성이다. 통상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사회 드라마는 물론, 무성영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스릴러, 성장극, 우화에 이르기까지 고른 장르적 다양성을 선보인다. 비단 장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소재와 주제를 다루는 양식과 형식에서의 다양성도 빛을 발하는 한 해다.
먼저, 유지영 감독의 'Birth'는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삶의 갈등과 균열을 맞은 한 작가와 그의 연인에 관한 신중한 관찰기를 담아낸다. 변성빈 감독의 '공작새'는 트랜스젠더이자 댄서인 해준이 자신의 보수적인 고향 마을에서 겪게 되는 갖가지 소동과 오해와 이해를 흥겨운 필치로 보여준다. 이어, 이하람 감독의 '기행'은 어느 가난한 소년이 주인공으로 처녀 귀신을 따라 지옥 여행에 나서는 유희적이면서도 기상천외한 영화다. 윤지혜 감독은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를 통해 현실과 영화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지는 기이한 몽환의 하룻밤을 그려낸다.
'너와 나'는 조현철 감독의 작품으로, 수학여행 전날에 벌어지는 두 여고생의 사랑과 모험을 생생한 백일몽 혹은 아련한 데자뷔처럼 신기하게 그려내며, 임승현 감독의 '물비늘'은 손녀의 죽음 이후 상실의 시간을 살아가는 어느 할머니와 할머니를 잃고 슬픔에 빠진 어느 소녀가 서로의 삶을 보듬는 이야기다. 이솔희 감독의 '비닐하우스'는 비극적 사건을 맞아 소용돌이에 빠져 버린 한 여자의 운명을 영민하면서도 밀도 높은 장르적 긴장감으로 담아낸다. 김태훈 감독의 '빅슬립'은 거칠지만 온정 있는 어느 사내와 외로운 가출 소년의 교감과 상생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펼쳐낸다.
툰드라 예이츠 부족의 한 남매가 땅의 정령이자 주인인 붉은 곰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흥미진진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박재범 감독의 '엄마의 땅'도 선정작에 이름을 올렸다. 남편을 잃고 오랫동안 조선소에서 일해 온 주인공의 복잡다단한 삶의 고충들을 담담하게 껴안는 '울산의 별'은 정기혁 감독의 작품이다. 조희영 감독의 '이어지는 땅'은 외국에 머무르는 두 쌍의 연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만남과 이별에 관한 심리적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해 낸다. 기모태 감독의 '페이퍼맨'은 강제 퇴거 당하고 다리 밑에서 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과 먹이사슬에 관한 기묘한 우화를 선보인다.
총 12편의 선정작들은 심사를 거쳐 한국영화감독조합 메가박스상,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오로라미디어상, 크리틱b상, 왓챠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하게 된다. 올해의 시민평론가상은 조니워커가 후원한다.
한편,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5일(수)부터 오는 10월 14일(금)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