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JIFF 시네마GV] 전주에서 만난 다양한 감독들의 영화 이야기 Vol.3
[20th JIFF 시네마GV] 전주에서 만난 다양한 감독들의 영화 이야기 Vol.3
  • 오세준
  • 승인 2019.05.0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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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오세준 기자
사진 ⓒ 오세준 기자

여기 자신의 첫 장편 영화를 통해 2019 전주국제영화제에 찾아온 감독들이 있다. 한 감독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 속에 투영하면서 엄마와 딸의 관계를 섬세하게 카메라에 담는다. 이를 통해 진정한 모성애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다른 감독은 다른 감독은 끊임없이 분열하고 배척하는 세상에 대해서 과연 공동체는 어떤 의미인지 고찰해 볼 수 있는 묵지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감독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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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엄마에게로의 여행'(Journey to A Mother's Room)은 2019 전주국제영화제 국가경쟁 섹션 작품이다.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은 딸 레오노르와 떠나 보내야하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쓰이는 엄마 에스테레야. 이 영화를 연출한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은 두 사람 사이의 복잡하고 미묘한 순간들을 집중해 섬세하고 가슴 먹먹하게 그려냈다.

지난 7일 오후 5시 40분 전주 CGV 3관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Celia Rico CLAVELLINO)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이 작품은 감독님의 첫 번째 장편 영화다. ‘모녀 관계’에 집중한 작품이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고 시작하게 됐는지.

셀리아 리코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셀리아 리코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일단 이 영화는 자전적인 요소가 많다. 이를테면 나의 고향인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적인 요소들. 영화와 비슷하게 나 또한 고향에서 3km 떨어진 바르셀로나에 나가서 살았고, 엄마는 마찬가지로 재봉사였다. 영화에서 보면 엄마가 영국으로 간 딸 레오노르에게 하몽과 같은 음식을 보내주지 않나. 이런 내용도 실제로 나의 엄마가 하몽이 가득한 음식과 함께 그녀가 직접 만든 옷들을 보내줬던 기억을 재현한 것이다.

이러한 작은 나의 자전적인 요소들이 모성애에 대해서, ‘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간단한 것(작은 행동이나 사소하고 소소한)을 통해서 모성애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어쩌면 딸과 엄마가 휴대폰으로 자주 연락을 하는 모습은 어느새 가까이 살았던 사람들이 휴대폰에만 의존해 관계를 유지하거나 끝내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느낄 수 있다.

 

극 속 어머니는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어머니 캐릭터를 어떻게 그리고 싶었는지.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처음에 이 영화를 쓸 때는 엄마와 딸이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인물로 설정했다. 왜냐하면 세대 차이 또는 다른 이유로 둘 사이가 어느 정도 거리감이 존재하지만 영화가 흐름에 따라 둘 사이에 가까워질 수 있는 다리가 생길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치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 그래서 엄마 역의 경우, 성숙하지만 한편으로 엄마가 되기 전에 그 순수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만들도록 했다. 특히 항상 염두해 줬던 부분이 있다면 내가 보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최대한 상상하며 영화에 투영시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영화를 통해서 마치 벽에 구멍을 뚫는 것처럼 엄마가 아닐 때의 모습 또는 여자로서의 엄마는 어떤 사람인지 상상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상상하고 창조하는 방식.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엄마 역뿐만 아니라 딸 역도. 배우 캐스팅을 할 때 고려했던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딸 역의 경우, 배우가 전에 한 번도 작품을 해본 적 없는 신인을 뽑고 싶었다. 또 극 중 역할과 전혀 다른 성격의 배우를 원했다. 딸을 연기한 ‘아나 카스티요’ 배우는 실제 아주 외향적인 사람이다. 내게는 기존의 배우가 가진 성향 또는 성격의 전혀 다른 면모를 끌어내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영화 속에서 아빠 장례기간 동안 자신의 내면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러한 연기 디렉팅이 가장 필요하지 않았나.

엄마 역을 맡은 ‘롤라 두에냐스’ 배우는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같은 거장 감독과 작업을 한 바 있다. 사실 영화를 만들 때는 언제 다시 또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돈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존경하고 가장 작업을 하고 싶었던 배우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웃음) 그리고 롤라 두에냐스 배우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오히려 딸 역에 더 감정이 이입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극 속 엄마가 가진 소녀다움을 더 잘 표현했다고 해줬다고 생각한다.

셀리아 리코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셀리아 리코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좀 더 이야기하자면 처음에 전혀 닮지 않았다고 생각한 두 배우가 영화를 찍으면서 닮았다고 느꼈다. 예를 들면 서로 같은 포즈로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내게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점이 두 배우의 케미였다. 심지어 두 배우를 내 고향에 초대를 했고, 엄마 역을 맡은 롤라 두에냐스 배우는 2달 동안 나와 나의 어머니와 함께 밥도 먹고 바느질도 배우는 등 같이 생활을 했다.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엄마와 딸의 관계가 영화에서만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 속에서 집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이 움직이고 있지만 지루하지 않게 느껴진다. 어떤 방식으로 촬영을 했는지 궁금하다.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이 영화에서 ‘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인물이다. 그래서 항상 다른 인물들과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 고민했다. "만약에 당신이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면 질식하지만, 그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면 숨을 쉴 수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말이다. 내게 집은 극 속에 등장하는 불이 피워지면 따뜻해지는 탁자처럼 편안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한 사람이 너무 오래 머무르면 감옥 또는 새장으로 변하는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집은 나의 친척들 중 한 분의 것이다. 처음 집을 봤을 때는 공간이 너무 작아서 영화를 찍을 수 없을까 봐 걱정이 됐다. 실제로 촬영을 할 때 모든 스텝이 서로 비좁은 공간에서 몸을 낀 채 촬영을 해야 했다. 물론 공간이 더 넓은 집들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영화를 위해서는 방 두 개(딸과 엄마)가 마주하고 있는 집이 필요했다. 극 속에서 딸이 엄마 방을 바라보는 장면과 반대로 엄마가 딸의 방을 바라보는 장면을 꼭 연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하인드 스토리로 원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방을 마주 보고 짓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근데 영화에서 등장한 집은 친척분이 직접 지은 것인데 건축에 대해서 전혀 모르셨기 때문에, 즉 잘 못 지은 집이라고 볼 수 있다. (웃음)

 

이 영화는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를 떠올리게 한다. 혹시 이 영화를 만들 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정말 좋아하는 영화감독 중 한 명이다. 확실하지 않지만, 그의 첫 번째 영화 ‘도쿄 이야기’도 외동아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와 공통점이 있다면 도쿄 이야기에서도 어머니가 섬유나 옷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항상 영화를 만들고 싶을 때 참고하는 감독이다. 포르투갈 감독 페드로 코스타가 오즈 야스지로 감독에 대해 "영화는 탁자 하나와 의자 두 개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라는 말과 오즈 야스지로 감독이 말한 "모든 인생의 비극은 아빠와 아들 관계에서 시작한다"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진정한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덴마크의 자식들'(Sons of Denmark)은 2019 전주국제영화제 국가경쟁 섹션 작품이다.

영화는 덴마크 사회 속 인종차별과 멸시를 당하면서 급진단체의 일원으로 합세하는 19살 청년 사카리아와 불안에 의해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알리를 통해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은 특정 누군가가 아닌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진정한 공동체의 의미를 생각하고자 한다.

지난 7일 오후8시 30분 전주 CGV 3관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울라 살림'(Ulaa SALIM)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사진 ⓒ OFF CINEMA
사진 ⓒ OFF CINEMA

먼저, 4월 26일부터 5월 5일까지 폴란드 크라우프(Krakow)에서 개최된 제12회 오프시네마 국제영화제(12th Mastercard OFF CAMERA International Festival of Independent Cinema)에서 국가 경쟁 대상(the Krakow Fim Award in the International Competition)을 수상을 했다고 들었다. 축하한다.

└울라 살림 감독: 솔직히 수상보다 많은 관객에게 이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사실 상은 탈 때도 못 탈 때도 있다. 오히려 상을 놓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많은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영화는 테러가 지나고 1년 이후에 불안한 상태를 그린 작품이다. 그 부분에서 야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 정치적인 것들과 엮여있는 놓여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떻게 구성하게 됐는지 동기가 궁금하다.

└울라 살림 감독: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증오와 공포가 이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 또 ‘개인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이다. 사람은 다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 결국 증오와 공포가 우리를 지배하게 방치하면 사회 그리고 개인 하나하나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울라 살림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울라 살림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인물들이 사회를 대하는 태도나 여러 사건을 통해 변모해가는 과정을 어떤 중점을 두고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지, 캐릭터 형성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울라 살림 감독: 현재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축복과 같은 사회를 어떻게 유지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즉 물음이 있었고, 우리가 모두 인간으로서 사회를 구성하고 살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무너지면 인간 구성원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서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리가 정말 원치 않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래서 반대로 최상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런 고민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함께 각성할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극에서 등장하는 사람들과 같은 인물을 실제로 관찰을 하거나 자료 수집도 많이 필요했을 것 같다. 어떤 과정을 통해 진짜 같은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취재 과정이 궁금하다.

└울라 살림 감독: 사실 웬만한 취재는 거의 다했다. 경찰 전문가, 대테러 전문가 등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거나 인터뷰를 하는 등 자료수집은 상당했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어떤 특정 인물이나 타입이 급진화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급진화가 될 수 있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면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을 보호하고 싶은 본능이 있기 때문에 극 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이 점에 초점을 맞춰 그려냈다. 결국 극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급진화가 될 수 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폭력은 더 많은 폭력을 낳는다’라는 말과 같이.

또 영화는 열린 결말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을 선호한다. 그 이유는 영화를 보면서 드는 물음을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과 여운을 좀 더 긴 시간 남을 수 있도록 하기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극단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이런 현상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요즘 ‘우리는 어떻게 행동을 하고 사고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는 사회에 굉장히 크게 공헌할 수 있닥 생각한다. 서로 다른 생각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영화를 같이 볼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어느 정도 차이를 좁혀나가고 고민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영화가 우리 사회의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 나아가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셀리아 리코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셀리아 리코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연출적 스타일에 대한 질문이다. 공간이나 인물을 어떻게 배치하고, 조명을 통해 여러 공간과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궁금하다.

└울라 살림 감독: 각 인물의 시점을 통해 영화를 연출하려고 했다. 주인공 사카리아 관점에서 정치인을 바라봤을 때 그냥 악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그의 눈을 통해 굉장히 어둡고 침침하고 좁은 편협한 세상이다. 영화가 진행하면서 다른 인물들의 관점이 계속 들어오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조명도 더 밝아지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영화의 주제가 시각적인 영상미를 통해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연출에 임했다. 특히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두 주인공들 사이의 케미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건을 통해 결말이 납득될 수 있도록 내러티브를 끌고 가는 것이 큰 고민이었다.

 

공동체를 지키고자 하는 욕망. 누구나 형제라고 부르는 행위나 ‘우리도’, ‘덴마크인’이라는 말을 인물들이 많이 뱉는다. 또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극단적인 두 그룹이 언급하는 공동의 목표라는 것이 조금 위험한 발상 아닌가. 감독님이 가진 공동체에 대한 의미가 궁금하다.

└울라 살림 감독: 인간이 어느 편 또는 어느 극단에 있던 다 비슷한 느낌 느끼고 사고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같은 나라에 살고 같은 사회 구성원임에 불구하고 '우리'와 다른 누군가를 타자화하며 배척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개인적으로 공동체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사람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고 침묵을 한다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속한 지역, 속한 나라 모두 하나의 가족이다. 내 가족이 더 큰 가족 안에 속해있구나 하는 생각이 필요하다. 물론, 그 안에서 내 가족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코아르 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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