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JIFF 시네마GV] 전주에서 만난 다양한 감독들의 영화 이야기 Vol.2
[20th JIFF 시네마GV] 전주에서 만난 다양한 감독들의 영화 이야기 Vol.2
  • 오세준
  • 승인 2019.05.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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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오세준 기자
사진 ⓒ 오세준 기자

영화제가 즐거운 이유는 어쩌면 일반 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롭고 신선한 시도가 가득한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가 아닐까. 영화를 보는 내내 어리둥절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번 떠오르는 작품들. 그리고 나만의 해석이 가능한 재밌는 형식의 작품들. 이런 영화들을 만든 감독들은 과연 영화를 왜 만들었고, 어떻게 만들고자 했는지 그 답을 들어보자.

 

#관찰을 통해 스스로 말을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수확'(Georgia, 2019)은 2019 전주국제영화제 익스팬디드 시네마 섹션 작품이다.

'익스팬디드 시네마'은 한계를 두지 않고 뻗어 나가는 영화 매체의 확장을 다각도로 소개하는 작품들을 담은 섹션이다.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조지아'는 지중해에 연접하여 와인과 풍요로운 농산물을 수확하는 장소로 유명하며, 또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수확하는 세계 주요 국가 중 하나다. 이 작품의 감독인 '미쇼 안타제' 감독은 이 두 가지를 교차시킨다. 소리와 이미지의 병치를 통해 현재 무엇이 일어나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지난 5일 오후 5시 30분 전주 메가박스 8관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후 '미쇼 안타제'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가상화폐나 암호화폐가 대체 무엇인가' 혹은 '이것들의 실체는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궁금하셨던 분들에게는 상당히 의외인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가상화폐가 실제로 어떤 것이냐'에 대한 물음에 정확한 답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주고 있다. 다이렉트 시네마 방식, 즉 고전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가상화폐를 만드는 노동의 현장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을 택해서 흥미롭다. '조지아'라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생태학적이고 지역 특성을 잘린 작품인데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지역을 선택하게 됐고, 영화가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미쇼 안타제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미쇼 안타제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미쇼 안타제 감독: 이 영화에는 재밌는 배경이 있다. 먼저 '조지아'라는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 재배산지이고, 와인을 만드는 곳이다. 한 친구가 그 지역이 최근 농부들이 농기구를 내려놓고 암호화폐를 생산하는 새로운 형태의 농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이야기를 들려줬다. 상당히 흥미로웠다.

물론 현장에 가기 전까지 완전히 믿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그 지역을 방문해 직접 목격을 해보니 정말 농부들이 농업(Farmming)을 하긴 하지만 전통적인 농업의 형식이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것, 즉 비트코인을 캐는 방식의 농업(Farmming)을 하고 있었다. 난 이것이 새로운 형태의 농업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오래된 전통적인 형태의 노동과 새로운 형태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생산이라는 접근법에 있어서 분명 노동이라고 볼 수 있는 대조가 재밌었다.

 

영화는 상당히 정교한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영화를 제작하기 전 조사 과정이 어느 정도 필요했을까?

└미쇼 안타제 감독: 실제 영화의 촬영은 3주 정도 걸렸다. 친구에게 이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2018년 3월이었고 영화 촬영은 6월부터 시작했다. 또 촬영을 하던 중 펀딩을 받아 순조로웠다. 특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친한 지인이 이 암호화폐 채굴이라는 프로세스를 잘 알고 있었다. 이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것을 집중적으로 봐야 할 지에 대해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조지아 지역은 아주 작은 커뮤니티로 이뤄져 있다. 현장에 나가서 직접 사람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이러한 관찰한 매개를 통해 다른 현장에 가서 촬영을 진행을 하며 작업했다. 사전 로케이션과 같은 과정 없이 운 좋은 우연들이 많았다. 심지어 산에서 소몰이를 하는 사람들을 마주치는 등 현장에서 시각적인 라임 또는 운율이 맞는 장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전개 방식은 보통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터뷰를 넣는 방식을 일절 취하지 않고, 주변에 풍경과 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사람들의 노동과 기계들이 돌아가는 작동 및 운동성을 즉각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모자이크 방식을 채택한 이유가 있는지.

미쇼 안타제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미쇼 안타제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미쇼 안타제 감독: 일단 영화를 초현실주의적인 부분을 지향하려 하지 않았다. 물론 인터뷰를 삽입해서 촬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과 사람들의 행동,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난 관찰을 통해 보이는 대상 또는 환경들이 스스로 말을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또 이 비트코인이 어떤 것인지 기술적으로 측면에서 이해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방식, 환경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연출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사운드에 경우, 완전히 날 것의 현장음이 아닌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여러 가지 장면에 집어넣을 수 있는 소리들을 삽입했다. 더 붙여 말하자면 편집 작업에서 전반적으로 일관된 리듬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 마치 조직과 조직을 연결하듯.

 

#영화는 빛이고, 소리이고, 검은 공간이고, 그림자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숨 가쁜 동물들'은 2019 전주국제영화제 국가경쟁 섹션 작품이다.

영화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계 애니메이터이자, 미술가, 영화감독인 '레이레이'가 자신의 어머니와 한 인터뷰를 기초로 하여 중국 근대사의 전화기가 된 1970년대를 회고하는 내용으로 영화적 이미지와 사운드가 관습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형식을 발견하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적인 작품이다.

지난 5일 오후 8시 30분 전주 메가박스 8관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후 레이레이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레이레이 감독,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레이레이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이 작품의 형식과 아이디어에 대한 질문이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여러 가지 소스들이 구성된 방식을 취한다. 어떻게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이런 형식들을 구체화하게 됐는지, 아이디어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

└레이레이 감독: 사실 이야기를 꼭 어머니를 소재로 기획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여름 중국 고향에 돌아가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이 이야기들이 재밌다고 느껴져 녹음을 하게 됐고, 한 3~4시간 정도 걸렸다. 그리고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효과를 접목해 이렇게 영화가 탄생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오래된 사진이나 서적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영화가 어떤 영감을 받아서 갑자기 탄생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작업(자신의 수집 활동)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내레이션과 함께 사진이 등장할 때 기계음이 들리는 데 특별한 의도가 있는지.

└레이레이 감독: 먼저 영화의 사운드 작업을 전부 다 스스로 해야 했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웠다. 사운드 소스의 경우, 1998년 3살 때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소리를 기반으로 했다. 잘 들어보면 어린아이가 말하는 소리, 방 안에 알 수 없는 소리,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등 모두 다 어린 시절 녹음된 소리다. 너무 오래된 테이프라 살릴 수 있는 소리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마이크를 통해 테이프를 틀면서 유실된 소리를 복원을 했다. 이 과정에서 빨리감기, 되감기, 느리기 트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리를 얻으려 했다. 그래서 이 녹음된 소리를 통해 그 시대의 감성과 시각적인 부분을 영화 안에서 강조하려고 했다. 화면과 음악을 조합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자 가장 재밌는 부분이 아닐까. 이런 작업을 통해 특별한 전환을 주는 것 또한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레이레이 감독,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레이레이 감독, 사진 ⓒ 오세준 기자

사진에 대해서 보충설명을 드리자면 나의 집 혹은 어머니의 집에 보관된 사진은 거의 없다. 사실 시장이나 마켓에서 커머셜 사진을 구입하거나 쓰레기 고물 더미에서 옛날 흔적을 찾으려고 했다. 과거의 많은 것들이 유실됐기 때문에 재조합을 하는 방식을 거쳤다. 영화에서 취하는 이미지(사진)와 서술(내레이션)의 불일치, 즉 전혀 관련성 없는 부분이 재밌다고 느껴졌다. 그 이유가 영화를 보는 관객이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고 사고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비유적으로 말을 하자면 난 영화관을 검은 방 혹은 상자라고 생각한다. 그 검은 상자에 구멍을 뚫어서 그곳을 통해 빛이 투영되면 관객들은 그 빛을 통해 그림자를 보고 또 그 빛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100% 스토리 텔링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어떤 부분에는 어머니가 진술한 내용과 화면에서 제시된 이미지가 비슷하다. 반대로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진술 내용이나 이미지가 상관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재밌는 것은 영화 후반에 감독님의 질문과 어머니의 대답이 어긋난다. 이러한 의도적인 불일치, 즉 구성을 배치한 이유가 있는지.

└레이레이 감독: 어머니와 나눴던 대화가 불일치됐던 이유는 당연히 편집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을 취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권력자에 의해서 숨겨진 역사 혹은 우리가 대항하려고 했던 내용이 진짜 대항할 내용인지에 대한 진실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난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힘, 진실을 파헤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가 많은 것을 보여주기보단 관객들이 먼저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내 목표였다.

두 번째는 '영화는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져봤을 때, 즉 왜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까? 소설을 읽거나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굳이 영화관에 와서 보는 이유는 뭘까? 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영화는 빛이고, 소리이고, 검은 공간이고, 그림자라고 생각이 든다. 영화를 다 봤을 때 진짜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더 많은 것들이 전달되지 않나 생각한다. 또 최근에 읽고 있는 프랑스 위대한 평론가 앙드래 바쟁의 사진적 영상의 존재론 글에서 사진의 기원이 인간의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에서 왔다는 점을 통해서 영화를 촬영하는 것도 죽음과 상당히 밀접하다고 느꼈다.

 

[코아르 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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