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 매버릭' 영화, 톰, 관객의 시간에 관한 짧은 이야기
'탑건 : 매버릭' 영화, 톰, 관객의 시간에 관한 짧은 이야기
  • 배명현
  • 승인 2022.07.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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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한 영화(movie)에서 비범한 영화(cinema)로"
ⓒ 롯데엔터테인먼트

36년만의 후속작이라니. 전작인 <탑건>(1986)은 배우 톰 크루즈의 리즈 시절과 전투기, 오토바이, 베를린의 Take My Breath Away 등 아빠세대라 일컫는 윗세대에게 그야말로 젊은 날의 기억이다. 그 당시 보지 못했지만, 그 시절 추억의 영화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탑건: 매버릭>은 걸작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기대 이상이었다. 클리셰의 장점을 가장 영민하게 이용한 전형으로, 요 근래 보았던 영화 중 가장 영화(movie)다웠다. 분명 아는 맛이었고, 봤던 감흥인데 어째서 새로운 감흥이 이는 걸까.

<탑건: 메버릭>은 <탑건>의 DNA를 이어받았음을 증명하듯, 메버릭이라는 인물로 '미국적 영웅서사'를 완성해나간다.(다만, 여기서 미국적 영웅이라는 단어가 전달하는 의미는 마이클 베이식 영웅과는 다른 그것이다) 영화는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매버릭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주인공 매버릭(과 그를 연기한 톰 크루즈)은 물리적인 시간을 간직한 몸 그대로 이전작과 본작을 잇는다. 그는 여전히 전투기를 조종하고 오토바이를 멋지게 타고 다니지만, 더 이상 젊지 않다. 여전히 강력한 에너지를 마초적으로 뿜어내지만, 전작에서 생생하게 뿜어내던 생기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분명한 건 매버릭을 연기한 24살의 톰 크루즈(<탑건>)는 오늘의 톰 크루즈(<탐건: 매버릭>)가 되었고, 그는 피할 수 없는 세월의 고난을 몸으로 겪어온 배우라는 사실이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는 영화 속의 인물인 동시에 현실의 인물이다. 이 때문에 배우는 시간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운 한 동시에 절대적으로 자유롭지 않다. 그렇기에 <탑건>이라는 시리즈는 시간과 몸에 관한 영화일 수밖에 없다. 두 영화를 잇는 가장 중요한 이음매는 '메버릭'이라는 인물이고, 이 인물은 '톰 크루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블 시리즈처럼 만약 메버릭의 자리에 톰 크루즈가 아닌 다른 인물로 대체된다면, <탑건: 매버릭>은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 영화는 디즈니가 만든 대형 서사가 아닌, 할리우드 스타 시스템 최후의 스타인 '톰 크루즈의 영화'이기에. 다시 말하자면, 이 영화는 톰 크루즈라는 배우가 몸에 퇴적시킨 시간을 영화로 영민하게 전환한 영화이다.

전투기가 메인인 영화에서 '몸'이라니. 하지만 생각해보자. 영화는 (배우의) 몸을 그대로 보여주고 그 몸으로 영화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 첫 시퀀스에서 보여준 10G를 돌파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전투기 자체보다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는 인간의 몸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심지어 인간의 몸은 전투기의 한계를 지나고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남는다. 또 팀워크를 위해 럭비 게임을 하는 씬을 생각해보자. 톰 크루즈와 조종사들의 근육질의 몸은 그들의 몸을 어떻게 부각시키는지, 어떤 생명력을 내뿜어 내는지.(이전작에서의 비치발리볼 장면을 그대로 오마주하는 동시에 영화의 주제를 영상화해내는 할리우드 시스템을 보라!) "중요한 건 전투기가 아닌 조종사"라는 대사처럼, 5세대 전투기를 F14로 격추시키는 장면이 의미하는 것처럼, 영화는 34년의 세월을 견딘 몸을 다룬다.

그렇다면 질문해야 할 것이다. 이 시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 롯데엔터테인먼트

필자는 이 시간에 대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 시간은 '관객의 시간'이었다고, <탑건>과 <탑건: 매버릭>을 관통하는 시간을 함께 견딘 관객과 공유하는 감각을 몸으로 전달한다고.

영화의 존립과 관객의 존립. 이 둘 사이에 '시간'이 있다. 몸은 이 시간을 피할 수 없다. 함께 세월을 보낸 중년들에게 "울어도 좋다"고 말한 톰 크루즈의 의미는 이 때문에 더욱 '영화적'이다. 이 시간의 핵심은 영화 속 시간과 함께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미식축구를 하는 톰 크루즈(혹은 메버릭)은 젊은 조종사들의 피지컬에 밀려 넘어지기도 하지만, 다시 일어나 자신의 생동감을 증명해 보인다. 젊은 파일럿이 성공하지 못한 미션에도 그는 연륜을 쌓으며 다져진 실력으로 '미션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해 보인다. 그는 아무도 믿지 못한 미션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하는 기적'을 일으켰고 '촉박한 시간-훈련 시간'과 '작전 시간' 동안 다시 두 가지 기적을 일으켰다. 그는 세 가지 기적으로 영화를 견인한다.

이 세 가지 기적은 영화 안에서 일어나지만, 영화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기적들은 다시 한번 탑건을 생각하게 한다. <탑건: 메버릭>은 사실 완성 된 지 2년이 지나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이제야 개봉한 영화이다. 제작자인 톰 크루즈가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관람해야만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오랜 시간을 견디고 후속작이 탄생했는데 기약 없는 시간을 다시 기다리다니. 동시에 시네마적 체험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극장'을 고집한 제작자 톰 크루즈의 결단 또한 흥미롭게 다가온다. 

영화의 존망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사람에게 스턴트 없이 직접 비행까지 소화하기란 차라리 쉬운 일이었을까. 톰 크루즈라는 인간에게 정말 불가능 한 것은 무엇일까. 불가능 한 것이 없는 그는 마치 영웅을 보는 것 같다. 국가를 대표하는 영웅(탐건)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영웅(탑건: 매버릭)으로. 그는 육십이 넘은 나이임에도 아직 현역이다. 심지어 우주 정거장까지 간다고 하지 않나. 어쩌면 지구에서 10G까지 버틴 그에게 우주 정거장은 별거 아닌 일이 아닐까. 아니,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이렇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이후 방에서 보던 영화를 극장으로 끌고 나온 영화적 영웅이라고. "강력한 육체를 가지고 극장을 구하러 온 시네마의 구원자. 오, 톰 크루즈여"

[글 배명현, rhfemdnjf@ccoart.com]

 

ⓒ 롯데엔터테인먼트

탑건: 매버릭 
Top Gun: Maverick
감독
조셉 코신스키
Joseph Kosinski

 

출연
톰 크루즈
Tom Cruise
마일즈 텔러Miles Teller
제니퍼 코넬리Jennifer Connelly
존 햄Jon Hamm
에드 해리스Ed Harris
글렌 포웰Glen Powell
제이 엘리스Jay Ellis
그렉 타잔 데이비스Greg Tarzan Davis

 

수입|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연도 2021
상영시간 130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 2022.06.22

배명현
배명현
 영화를 보며 밥을 먹었고 영화를 보다 잠에 들었다. 영화로 심정의 크기를 키웠고 살을 불렸다. 그렇기에 내 몸의 일부에는 영화가 속해있다. 이것은 체감되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다 문득 '아.' 하고 내뱉게 되는 영화. 나는 그런 영화를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영화를 온몸으로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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