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따로 또 같이' 식탁에 앉는 우리들
[interview] '따로 또 같이' 식탁에 앉는 우리들
  • 홍상현
  • 승인 2022.07.18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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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초청작 <메이데이> 마리코 테츠야 감독
「메이데이」는 2020년 5월의 세계가 처한 위기상황과 그 안에서 인류가 갖는 유대감을 생존본능의 발현이자 문화 그 자체인 ‘식사’로부터 찾는다. (C)2020 Transformer, Inc.
「메이데이」는 2020년 5월의 세계가 처한 위기상황과 그 안에서 인류가 갖는 유대감을 생존본능의 발현이자 문화 그 자체인 '식사'로부터 찾는다. (C)2020 Transformer, Inc.

뒤늦은 생일파티를 했다.

코로나19 사태 피해가 한국보다 훨씬 심하던 곳에서 지내는 친구들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런 게 있는지조차 몰랐던 화상통신 플랫폼으로.

서로 간의 시차를 감안한다 쳐도 생일파티가 열흘이나 늦어진 데는 이유가 있다. 고열, 기침 등 감염 의심 증세를 보이는 친구가 있어서였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 할까. 조금 심한 몸살감기였다. 따라서 이른바 '랜선 술자리'를 가질 수는 없었고, 대신 미국 친구들의 제안에 따라 얼굴을 맞대고 밤새워 놀 수 있었던 시절, 새벽에 출출해지면 필자가 만들어 내놓던 피넛버터&젤리 샌드위치(빵 위에 피넛버터와 과일잼을 발라 먹는 샌드위치. ※주)를 각자 준비해 모니터 앞에 가져와 먹기로 했다.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이었다.

축하곡을 부른 뒤 샌드위치를 한 입 배어 무니 맛이 특별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시한 농담들을 주고받는데 감정이 북받친다. 수면제 부작용으로 고생하느라 예민해진 것일까? 아니야,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왕래는 힘들어졌을망정 여전히 세계는 넓고, 추억을 공유할 친구들도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실감했기 때문이리라.

 

마리코 테츠야 감독은 메이데이가 자신에게 “말 그대로 ‘도전’이었다고” 술회했다. (C)2020 Transformer, Inc.
마리코 테츠야 감독은 메이데이가 자신에게 "말 그대로 '도전'이었다고" 술회했다. (C)2020 Transformer, Inc.

"살아들 있어라, 얼른 다시 만나면 좋겠네."

생일소원을 대신하는 인사말을 건네자마자 런던의 프레디가 살짝 울먹이는 목소리로 답했다.

"사랑한다. 친구야."

타이베이의 조슈아가 훌쩍이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다. 미안하다면서. 하여간 감상적이라니까.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 필자가 답했다.

"그래, 사랑한다. 친구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초청작 <메이데이>를 보는 내내 SNS에 기록해두었던 2020년 5월 17일 새벽 생일파티의 기억이 떠올랐다.

딱히 필자의 개인적 경험을 뒤섞어 감정이입을 하지 않더라도 <메이데이>(2020)가 특별한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연출을 맡은 오늘의 주인공 마리코 테츠야는 '시네필(Cinephile)'이라 칭할만한 관객들에게 익숙한 감독이다. 2004년 <극동 아파트>(2003)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면서 한국의 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그는 <옐로우 키드>(2009)와 <이이불이>(2011)로 전주국제영화제에만 두 번이나 초청되었고, 첫 번째 장편상업영화 <디스트럭션 베이비>(2016)와 차기작 <미야모토>(2019)로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았다.

<메이데이>는 한국과 1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하는 내내 극영화만 만들어온 마리코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장편다큐멘터리영화다. 제작방식 또한 새롭다. 세계 14개국의 동료들에게 촬영을 부탁하고 이를 취합해 구성했다. 영화는 2020년 5월의 세계가 처한 위기상황과 그 안에서 인류가 갖는 유대감을 생존본능의 발현이자 문화 그 자체인 '식사'로부터 찾는다.

 

「메이데이」는 외로움과 고립감이 코로나 19 시대 바이러스만큼이나 해로운 적임을 역설한다. (C)2020 Transformer, Inc.
「메이데이」는 외로움과 고립감이 코로나19 시대 바이러스만큼이나 해로운 적임을 역설한다. (C)2020 Transformer, Inc.

홍상현

2004년부터 한국의 영화제와 인연을 맺어오셨고, 이번에는 감독 데뷔 이래 처음으로 만든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오셨습니다.

마리코 테츠야

이 작품은 제게 말 그대로 '도전'이었습니다.

아울러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초청해 주신 것은 이 작품과 관련한 큰 사건이기도 하고요.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홍상현

다음은 "홍상현의 인터뷰"를 통해 뵙는 분들께 항상 드리는 질문인데요. (웃음)

한국영화를 즐겨보시는지요.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마리코 테츠야

즐겨보다마다요. (웃음) 이창동 감독,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 홍상수 감독, 그리고 김기영 감독 등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동세대인 장건재 감독과도 데뷔작 이래의 인연이 있어 오랫동안 교류하고 있어요. 영화에 대한 그의 자세를 존경합니다. 예전에 서울에 가서 한국영화 DVD를 구입하는데 유현목 감독의 작품을 권해주었거든요. 제게는 한국영화의 깊이에 새삼 놀라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배우의 경우 워낙 많으니 직접 만나 뵈었던 분을 언급해보면 최근 <소피의 세계>(2021)에 출연하신 김새벽 배우를 들고 싶어요. 장건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에서의 멋진 연기에 감명받았는데 이후에도 활약하고 계셔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홍상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감독의 전작들을 인상 깊게 봤는데요. 서로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큰 줄기에서는 '개인과 사회ㆍ세계의 관계설정'에 대단히 큰 비중을 두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메이데이>에서는 이것이 특히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놀랐어요.

마리코 테츠야

팬데믹으로 인해 온 세계가 일제히 '활동자숙 모드'로 들어갔던 2020년 초봄부터 <메이데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많은 분들이 희생되셨고 저도 불안에 시달렸죠.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예외 없이 외출 자제가 권고되었는데 확성기로 연신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방송이 흘러나오는 걸 보면서 이런 분위기가 역으로 사람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온 세상이 감금상태에 놓여 있는 광경을 접하다 보니 문득 제 친구나 지인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아울러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름의 일상을 기록하는 데서 도리어 인간다움을 발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한국 관객들에게는 「한여름의 판타지아」로 알려진 이와세 료 배우(오른쪽)는 2009년 작 「옐로우 키드」에 출연한 이래 마리코 테츠야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C)2020 Transformer, Inc.
한국 관객들에게는 「한여름의 판타지아」로 알려진 이와세 료 배우(오른쪽)는 2009년 작 「옐로우 키드」에 출연한 이래 마리코 테츠야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C)2020 Transformer, Inc.

홍상현

타이틀이 무척 강렬한데요. 따로 의도하신 바가 있나요?

마리코 테츠야

타이틀은 완성 직전에 정했습니다. 애초에 5월 1일, 메이데이(노동절)부터 촬영하려고 계획했고, 실제로 각자 영상을 촬영해 보내준 친구들에게도 5월중에 촬영을 진행해달라고 부탁했거든요. 또, 메이데이라는 단어자체에 원래'긴급사태'라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죠. 다만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메이데이 시위는 애초에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지만 빠짐없이 기록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제 나름 방향상과 최종결정을 한 것은 사실이나 애초에 의도한 바를 뛰어넘은 우연까지 겹치면서 태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홍상현

메인스트림에서 <미야모토>와 <디스트럭션 베이비>, 두 편의 장편상업영화를 발표하면서 '파격성과 작품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영화작가' 이미지를 강력하게 구축하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위기의식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남다르셨을 것 같은데요.

마리코 테츠야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획의 발단은 자숙요청이 이어지던 무렵 제 친구나 지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소통해보고 싶다는 데 있었습니다. 영상편지 형식으로 기록한 각자의 일상을 전달받기로 했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촬영에 입회하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소통자체도 완전히 원격으로 이루어지고. 그게 아니라도 당시 세계적으로 영화촬영이나 극장상영이 모두 중단되어 있던 상태였지만.

그런 상황에서 우선 연출이 무엇인지, 그리고 영화가 무엇인지부터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서, 초창기 뤼미에르 형제에디슨의 필름들을 다시 봤어요. 물론 현재시점에 다시 접하더라도 대단히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었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더라고요.

예컨대 뤼미에르 형제는 자신의 작품을 세계 각국에 카메라맨을 파견해 시네마토그라프로 상영했습니다. 또 에디슨은 감상자가 직접 들여다보고 즐기는 키네마토스코프라는 것을 발명했고요. 이게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격촬영을 진행하는 방식에 영감을 주었죠. 두 사람의 영화가 이렇듯 '연출된 것'인 동시에 '시대를 포착한 도큐먼트'라고 느낀 부분이 <메이데이>을 만들게 되는 동기로 작용했던 겁니다.

 

영화감독이자 프로듀서 티티아나 레이테는 리우의 집에서 ‘치히로’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함께 지낸다. (C)2020 Transformer, Inc.
영화감독이자 프로듀서 티티아나 레이테는 리우의 집에서 '치히로'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함께 지낸다. (C)2020 Transformer, Inc.

홍상현

놀랄 만큼 깊이 있는 성찰이군요. (웃음) 이를테면 팬데믹이라는 세계사적 위기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작가에게는 (긍정적이든 아니든) 또 하나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마리코 테츠야

스크린 체험은 무엇으로도 대체하기 어려우며,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최근 누구나 그 새로운 존재양태에 대해 모색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 경우, <메이데이>를 만들면서 영화의 기원을 되짚어본 일, 그리고 그 기쁨을 새삼 깨달은 일이 이와 관련한 성찰의 계기가 되어주었고요. 답은 간단치 않지만, 무엇보다 이런 고민과 실천을 이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홍상현

코로나19 사태라는 환경에서 줌 등을 이용한 원격촬영으로 제작된 작품이 몇 편 있긴 한데 <메이데이>는 그 가운데서도 특별히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감독 자신이 생각하시는 성공요인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마리코 테츠야

아마도 '굳이 성공하려 하지 않았던 것' 아닐까 합니다.

촬영은 무려 세계 14개국에서 진행되는데 (본의가 아니었지만) 현장에 찾아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잖아요.(웃음)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로운 시도이다 보니 의지가 꺾일 뻔 한 위기도 몇 차례나 있었지만, 일단은 상황을 통제하는데 집착하기보다 되어가는 대로 지켜보면서 무리한 로직을 세워 꿰맞추려 하지 않았던 게 도리어 바람직한 결과를 낳은 것 아닐까 해요.

 

“하루를 살면서 누구라도 식사를 한다. 곤란한 가운데서도 모두들 식탁에 앉는 그 시간만은 이어져있다고 생각한 것이 「메이데이」와 관한 제 첫 발상이었습니다.” 마리코 테츠야 감독의 말이다. (C)2020 Transformer, Inc.
"하루를 살면서 누구라도 식사를 한다. 곤란한 가운데서도 모두들 식탁에 앉는 그 시간만은 이어져있다고 생각한 것이 「메이데이」와 관한 제 첫 발상이었습니다." 마리코 테츠야 감독의 말이다. (C)2020 Transformer, Inc.

홍상현

저도 동의합니다. (웃음)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세계를 그린 다큐멘터리라면 일반적으로 그저 달라진 일상을 수동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일 거라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메이데이>의 경우, 촬영은 세계 각지에 계신 감독의 친구, 지인 여러분을 통해 진행되었음에도 오히려 대단히 자연스럽게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마리코 테츠야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 기쁘네요. (웃음)

서울과 도쿄를 제외한 로케지의 시차도, 언어도 모두 다르지만 어떻게든 이해를 해서 컷 포인트를 감각적으로 연결해 나갔습니다. '우연'에 저항하지 않고, 일어나거나 포착되는 모든 사건을 그대로 받아들였죠. 다만, 이런 과정을 한 번에 끝마치는 게 아니라 시선 자체는 최대한 날카롭게 유지하면서 몇 번에 걸쳐 반복했더니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작품이 나오더라고요. 제 실력의 장단점을 넘어서는 기적적인 제작기였다고 생각합니다.

 

홍상현

다음은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리우에서 '치히로'라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두 여성과 아이를 위해 차를 구입하려는 브루클린의 부부, 조부모님과 지내는 베이징의 여성, 그리고 서울의 세 가족 등 어느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볼수록 이 모든 인물들에게 나름의 역할이 주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마리코 테츠야

리우데자네이루의 타티아나 씨는 시카고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으로 함께했던 여성인데 프로듀서이자 감독입니다. 뉴욕의 두 사람은 배우고요. 베이징의 미나 씨는 다큐멘터리 감독. 그리고 서울의 세 사람은 장건재 감독의 가족이죠. 다들 영화 일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한데요. 재미있는 건 이분들과 어떤 영상을 제공받을지 사전에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는 사실이에요. 일단 각자의 일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촬영하기로 하고 저는 그것을 취합했을 뿐인데 각각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면서 시너지효과를 낸 겁니다. 물론 각각의 영상이 얼마간의 완성도를 유지하고 있었을 테지만요.

 

서로간의 사랑과 신뢰야말로 코로나 19 사태를 견뎌내는 가장 큰 에너지임을 보여주는 서울의 세 식구. 「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감독 가족이다. (C)2020 Transformer, Inc.
서로간의 사랑과 신뢰야말로 코로나19 사태를 견뎌내는 가장 큰 에너지임을 보여주는 서울의 세 식구. 「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감독 가족이다. (C)2020 Transformer, Inc.

홍상현

만화와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기발한 서사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옐로우 키드>에서 작가적 관찰자를 연기한 이와세 료 배우의 등장도 반가웠습니다.

마리코 테츠야

이와세 배우가 출연하게 된 건 저와의 개인적인 교감 때문이었어요. 말씀하신 <옐로우 키드>로 만나 현재까지 교류를 이어오고 있거든요. (웃음)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주연배우라 장건재 감독과도 인연이 있고요. 하지만 친분관계를 떠나 일로 만나더라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연기자인 게 사실입니다.

 

홍상현

작품의 전반에서 '식사'라는 행위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리코 테츠야

시차 때문에 아침, 저녁 등 시간은 다를지라도 지구상의 '오늘'은 서로 연결되어있다. 하루를 살면서 누구라도 식사를 한다. 곤란한 가운데서도 모두 식탁에 앉는 그 시간만은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 것이 <메이데이>와 관한 제 첫 발상이었습니다.

 

영화의 대미에 등장하는 대규모 시위 장면은 「메이데이」의 완성도를 더해준 우연의 대표적 사례다. (C)2020 Transformer, Inc.
영화의 대미에 등장하는 대규모 시위 장면은 「메이데이」의 완성도를 더해준 우연의 대표적 사례다. (C)2020 Transformer, Inc.

"여러분 모두 다양한 팬데믹의 기억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지속될 거라는 사실이겠지요.

코로나19 사태는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해 준 기회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집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으니 무척 폐쇄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영상이 도착할 때마다 조금씩 숨통이 트이면서 시야가 넓어지더라고요. 그러는 사이 완성이라는 지점에 도달해 있었고. 불안하고 싫은 일도 많았지만,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아왔고, 살고 있습니다.

<메이데이>라는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우연이 만들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거예요. 부디 앞으로 작품을 접하게 될 한국 관객 여러분께 작지만 분명한 '인간의 기적'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직 서울과 수도권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던 시절, <메이데이>로 연대와 희망을 이야기하던 마리코 감독과, 그로 인해 위로받았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관객들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일까. 이런저런 불안요소가 남아있다고는 하나 수많은 영화제들이 정상개최를 선언하는 등 조금씩 일상을 회복해가는 요즈음.

다시 접하는 마리코 감독의 언어가 새삼 가슴을 두드린다. 팬데믹의 타격으로 국내 제작편수가 반 토막 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 또한 시야에 넣고,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던 이 낙천가도 머잖아 새 작품으로 영화제를 찾겠지.

그날이 오면 되면 부디 식사, 아니 다른 무엇으로라도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한다. 비대면이 아닌 대면으로.

홍상현
홍상현
《코아르》 운영위원, 다카사키영화제 시니어 프로듀서.
 정치학과 영상예술학 두 분야의 학위를 소지. 인문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으로 한ㆍ일 양국 매체에 분석 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시미즈 연구실 출신.
 프로듀서를 맡은 장편다큐멘터리영화 <포 디 아일랜더스>는 2008년 제주영화제 개막작이었다. 2013년부터 월간 《게이자이》에서 담당하는 경제평론 지면이 에히메대 와다 제미나르의 교재로 쓰인다.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소개해 온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선정하는 "세계의 영화인 7인" 중 1인이며 일본 TBS(채널 6)주최 디지콘6 아시아 심사위원, 《마이니치신문》 영화웹진 《히토시네마》 필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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