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th JIFF] J 스페셜: 연상호, 구로사와 기요시 '큐어'를 말하다
[23th JIFF] J 스페셜: 연상호, 구로사와 기요시 '큐어'를 말하다
  • 문건재
  • 승인 2022.05.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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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연상호 감독을 선정했다.

지난해 배우 류현경이 선정되며 시작된 전주국제영화제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인물이 직접 작품을 선택해 공유하는 시간이다. 연상호 감독은 올해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블루 벨벳>,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 가타야마 감독의 <실종>을 선정했다. 세 작품 외에도 그의 대표작 <돼지의 왕>, <부산행>도 함께 상영됐다. 

지난 5월 1일 오후 3시 전주 영화의 거리 씨네Q 1관에서 <큐어> 상영이 끝나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J 스페셜클래스가 진행됐다.

 

ⓒ 전주국제영화제
ⓒ 전주국제영화제

모더레이터 : 오늘 이 자리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올해의 프로그래머인 연상호 감독님의 직접 프로그램한 <큐어>(1997) J 스페셜 클래스 시간이다. 특별히 구로사와 감독님을 모셨다.

└연상호 : 안녕하세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올해 프로그래머를 맡게 된 연상호입니다. 반갑습니다.

└구로사와 기요시 : 안녕하세요. 구로사와 기요시입니다. <큐어>가 한 20년 전쯤에 제작한 영화인데, 이렇게 큰 스크린에서 다시 상영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연상호 : 저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의 열렬한 팬이고, 또 감독님의 팬으로 만든 작품이 바로 <큐어>이다. 제가 감독님의 팬으로 만들어줬던 <큐어>라는 작품을 관객들과 같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렇게 감독님까지 직접 오시게 되어 너무 큰 영광이다. <큐어>의 4K 복원 소식을 어디 해외 영화 사이트에서 예고편으로 봤다. 그래서 이 영화의 4K 버전이 나와서 블루레이로 나오기를 엄청 기대를 하고 있었다. '꼭 사야지' 생각을 하면서. 근데 이렇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스크린으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오늘 극장에서 보면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사운드 디자인이다. 연출자가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있는 듯한 이 사운드 디자인에 놀랐다. 또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질감이었던 것 같다. 사실 제가 이번 프로그램에 넣은 다른 작품인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이레이저 헤드>(1977) 같은 영화도 굉장히 실험적인 사운드가 많이 들어가는데, <큐어>를 극장에서 보니까, 거의 <이레이저 헤드> 이상의 어떤 사운드 디자인이 연출에 되게 큰 몫을 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이 사운드는 4K로 복원되면서 따로 다시 작업을 하셨는지.

└구로사와 기요시 : 이번 4K 복원은 20년 전 그대로 아무런 손도 대지 않은 채 진행됐다. 일단, 그 당시를 기억해 보면, '정말로 다양한 소리를 넣었다'라는 기억은 있는데, 예전과 지금은 영화 시스템이 너무 많이 달라져서, 특히나 영화관의 음향이 굉장히 좋아지지 않았나. 오늘 이렇게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과 같이 제 영화를 다시 봤는데, 생각해보니 '소리를 너무 많이 넣었구나' '너무 과했구나' '너무 창피하다' 이런 생각을 했다.

 

연상호 : <큐어>를 보면 시작부터 불안한 느낌들이 있는 것 같다. 이게 아예 영화 전체에서 흐르는, 영화 속의 사회 자체가 너무 불안하게 느껴지는데, 사실은 어떻게 보면 창작자가 사는 사회가 작품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 <큐어>라는 작품을 만들 당시에 감독님이 느끼는 주변 사회상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하다.

└구로사와 기요시 : 아마 작품을 보시면 많은 분이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큐어>를 만든 게 1997년이고, 당시 일본은 여러분들이 알고 있듯 상당히 어두운 일들이 다양하게 많이 있었던 시기이다. 어떻게 보면 욕구 불만이 굉장히 많았던 사회이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 지금도 연상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의 사회는 그랬지만, 제작을 할 때는 그런 생각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욕구 불만은 항상 어디에나 있으니깐. 지금이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당시 저는 '재밌는 영화를 많이 만들어야 겠다' '관객들이 굉장히 놀라는 무서운 영화를 좀 만들어야 겠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놀라게 해야겠다' 등의 생각만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즐거웠던 시기였다.

 

연상호 : <큐어>를 둘러싼 루머가 굉장히 많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시나리오를 쓰셨을 때, 거의 커피숍에서 한 2~3시간 만에 썼다'라는 이야기다. 혹시 사실인지.

└구로사와 기요시 : 그런 정보도 알고 계시다니, 굉장히 놀랍다. 그 정도 시간은 아니었고,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사실 이 이야기의 시작이 됐던 게 아마, 그때 미국영화 중에 <양들의 침묵>(1991)이 있었다. 그 영화를 보고 '뭔가 써야겠다' 생각해서 바로 카페에 들어가서 약 1시간 정도의 시나리오라고 부르기 뭣한, 영화와 거의 비슷한 전체적인 틀을 완성했다. 각본으로 완성하기까지 굉장히 시간이 걸렸지만, 대부분 아이디어는 그 시간에 나왔다.

 

ⓒ 전주국제영화제

연상호 : <큐어>라는 작품은, 이후 <회로>(2001), <절규>(2006)로 이어지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 호러 3부작 중 하나이다. <큐어>뿐만 아니라 <절규> 같은 작품은 카메라 사용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 작품에서 붉은 여자가 갑자기 날아오르는 장면은 지금 봐도 카메라 설계 때문에 더욱 놀라게 된다. <큐어> 또한 롱테이크와 타이트한 샷들이,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악 없이 관객인 우리의 마음을 흔들지 않나. 영화를 연출하실 때 카메라 사용에 대한 계획을 어떻게 하시는지.

└구로사와 기요시 : '카메라를 어디에 넣고 어떻게 촬영할지 어디서 촬영할지'는 연출상에 있어서 매우 큰 숙제이고, 제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다. 근데 사실은 이게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말로 풀어서 설명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예를 들어, 각본 안에 어떤 장소가 있다고 하면, '그 장소에서 내가 영화를 찍어야지'라는 것은 쉽게 상상이 되고 쉽게 만들 수 있는데, '내가 그리려고 하는 게 그 장소에서 어디서 어떻게 보여줘야, 이 모든 게 다 보여줄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면, 이것을 정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이것을 정하지 못하면 당연히 촬영에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이 장소에서 하면 이 장면이 완성되겠구나'라는 확신이 생겼을 때, 그 신을 촬영할 수 있고 그런 과정을 하나하나 거치기 때문에, 저는 한 씬을 한 컷으로 제작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오늘 오랜만에 <큐어>를 보고 느꼈던 것은 '전혀 이 영화가 상세하지 않고, 친절하지 않고, 인물들 얼굴도 제대로 안 보이고, 또 배우들을 억지로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이렇게 찍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너무나 자연스럽지 않고 설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생각이 들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좀 가졌다. 그런 반면에 연상호 감독님의 <부산행>을 보면 제가 찍은 <큐어>보다 너무 잘 찍었고, 심지어 재미있고, 거기에 공포심도 있고, 그래서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상호 : 너무 감사한 말씀이다. <부산행> 같은 경우, 사실은 그 당시에 유행했던 액션 영화들 보다는 커트가 좀 적은 편이었다. 저는 일본 영화들을 보면서 약간 좀 감탄하는 것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한 씬을 한 컷으로 찍는 것, 이것이 '굉장히 정갈하게 만든다'라는 느낌을 준다. 이번 제 프로그램에 포함된 카타야마 신조 감독의 <실종>(2021)이라고 하는 영화 또한, 컷 수가 적고, 상황들이 정갈하게 전달된다. 그리고 이것이 장점인 것 같다. 저도 <지옥>이라고 하는 작품 할 때, 그런 부분을 굉장히 좀 많이 작품 내에 넣고자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 전주국제영화제

연상호: '마미야'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놀랍다. 이를테면 <다크 나이트>의 조커와 싸워도 지치지 않을 것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을 한다. 마미야라고 하는 캐릭터에게 연기를 할 때 어떤 식의 주문을 하셨을지 궁금하다.

└구로사와 기요시 : 마미야가 앓고 있는 병은 실제 존재하는 병이다. 의학책에서 보고 그 병을 그대로 영화 안에 넣었다. 솔직히 연기에 대해서는 크게 지시하지 않았다. 그때 얘기했던 것은 '그 병처럼 뭔가 얘기를 듣으면 밖으로 배출하고, 그리고 머릿속에는 다시 아무것도 넣지 않는 텅 빈 상태를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주문 정도다. 그 외에는 크게 세세하게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다.

 

연상호 : <큐어>라는 영화가 지금까지도 많은 회자가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나오는 사교라고 하는 집단 같은 경우도 무언가 나올 듯하면서 나오지 않고, 마미야 뒤에 어마어마한 오컬트 집장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엄청난 <큐어>의 팬으로서 듣기로는 할리우드에서 이 작품을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했는데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혹시 사실인지.

└구로사와 기요시 : 실은 최근에도 그런 얘기를 하신 분들이 계셨다. 근데 아마 제가 돈이 없어서 생활이 곤란하면 팔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겨우겨우 생활하는 편이기 때문에 팔 생각은 없다. 사실은 그것보다 판권을 팔게 되면 사 간 사람들이 그들의 방식대로 제작을 하기에, 이 작품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과 다르게 마음대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 그렇게 나온 작품을 제가 볼 자신이 없고, 보면 굉장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까지 제 작품 중에서 어느 것도 판 적이 없다.

<큐어>를 보시면 '불가사의하다' '이상하다' 또는 '수수께끼다' '잘 모르겠다' 그리고 아까 말씀하셨던 '오컬트 집단이 어디에 있는 게 아닐까' 등 관객분들이 질문을 많이 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아시겠지만 전체 2시간 정도 되는 시간 안에 1부터 100까지 다 설명하기는 불가능한데, 그렇기 때문에 일부만 설명하고 일부는 그냥 암시적으로 그냥 다들 상상할 수 있게끔 표현을 했다. 오늘 다시 보니 그 당시에 촬영을 할 때는, '이 부분은 이렇게 전달을 해야지'라고 하고 촬영을 했는데, 그게 전달이 되지 않았더라. 그리고 안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저기 뒤쪽에 그게 있는데, 오늘 보니까 그게 잘 안 보이네, 이게 관객들한테 전달이 안 됐겠다'라는 생각을 해서 보는 내내 굉장히 부끄러웠다.

 

ⓒ 전주국제영화제

모더레이터 : 연상호 감독님과 지금 구로사와 감독님의 대화가 이제 궤도에 오르고 있는데, 이제 관객 여러분들의 질문을 받겠다.

관객1 : 사운드에 관해서 좀 여쭤보고 싶은데 영화에서는 흔들리는 빛이라든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 이런 반복이 정말 소름 끼치게 설계가 됐다고 생각이 든다. 사운드 부분을 어떤 식으로 당시에 설계를 하셨는지 혹시 지금 보시기에 사운드 이런 부분을 좀 더 보충했으면 좋았는데 같은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구로사와 기요시 : 사운드는 당시에 인상적인 음악 몇 개를 사용했고, 전체적으로 음악 사용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음악 외에 사운드는 실제 장소에서 나는 소리를 기본적으로 삽입을 하려고 했다. 이게 실제 장소라는 게 굉장히 포인트가 된다. 저희가 카메라에 비치는 거는 그 장소의 일부다. 카메라 앞에 있는 거는 안 보이는 부분이 예를 들어서 벽 뒤에 뭐가 있는지, 카메라 뒤에 뭐가 있는지, 관객들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지 않나. 그래서 그 안 보이는 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또 뭐가 있는지, 이런 거를 상상할 수 있게끔 소리를 삽입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어떤 장면에서 우리는 지금 1층만 보이는데, 2층에서는 어쩌면 누가 살인 사건을 일으킬 수도 있고, 밖에서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다가 싸움을 할 수도 있고, 이제 이런 소리를 삽입을 하기 위해서, 음향 스텝들과 굉장히 많이 얘기를 나눴고, 다양한 고민을 했다. 그래서 실제 그 장소에서 나는 소음이나 소리들을 많이 녹음을 해서 삽입을 했다. 당시 영화관에서는 사실은 이번 오늘의 반 정도도 안 들리고, 거의 안 들리는 소리도 있었다. 그래서 그대로도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이제 다시 한번 보니까 소리들이 너무 컸다. 너무 많이 들렸고 그래서 오늘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많이 놀랐다.

 

관객2 : 최면을 걸 때 불로도 걸고, 물로도 건다. 보고 나서 저도 최면이 드는 느낌이다. 불과 물은 상반된 것인데, 이렇게 상반된 매개체가 어떻게 같은 최면을 거는 데 이용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구로사와 기요시 :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모르겠다. 저도 오늘 다시 보면서 '내가 왜그랬지' 생각하였다. 안타깝게도 당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 실제 최면술은 계속 뭔가를 쳐다볼 수 있는 것을 많이 사용하지 않나. 그게 물일 수 있고, 불일 수 있고, 시계일 수 있다. 현재로서는 당시 어디에서 힌트를 갖고 왔는지는 모르겠다.

└연상호 : 저도 이제 다시 보다 보니까 지금도 보면서 의문스러운 것 중 하나가 마지막에 타카베 형사가 식당에서 무언가를 거는 듯한 느낌의 엔딩이다. 여러 번을 봤는데, 사실은 어떻게 건 것인지 모르겠다. 어떤 식으로 그 종업원에게 메시지를 던졌을까. 근데 결과적으로는 이 작품을 끝까지 굉장히 불안하게 만드는 큰 요소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전주국제영화제

└구로사와 기요시 : 이 질문 또한 답하기 어렵다. 마지막 씬에 대해서 고백 비슷한 걸 하자면, '어떻게 최면을 걸었냐'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저 역시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씬은 롱 테이크로 찍었고, 긴 씬이었기에 편집 과정에서 일부 잘라냈다.

여러분들이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타카베라는 형사가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고, 한 여성 종업원이 거기서 이제 서빙을 끝내고 안쪽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검은 옷을 입은 관리자 같은 여자가 그녀에게 살짝 얘기를 하는 씬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종업원이 관리자의 왼쪽으로 가다가 칼을 들고 그 안쪽으로 사라지는데, 실제 촬영은 롱테이크로 안쪽까지 들어가서 그 관리자를 죽이는 장면까지 다 촬영을 했다. 사실 '이 장면을 왜 잘라냈냐'라고 한다면 그 종업원이 칼을 들고 방금 말한 바와 같이 움직이다 보니 누군가를 죽일 것이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뻔하지 않나. 그러다 보니 너무 설명을 많이 하는 것 같고 상상 가능한 부분까지 굳이 넣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그 당시에는 편집을 하여 없앴는데, 오늘 영화를 보면서 그것까지 넣어서 다 설명하는 게 좋았을까, 아니면 이대로 좋았을까 제 입장에서는 좀 애매하다. 관객 여러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일단 마지막 장면은 이렇게 해서 탄생을 했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겠다.

그리고 그 관리자가 찔리는 장면도 짧게 나와서 여러분들이 잘 모르셨겠지만, 촬영 장면에서 그분의 움직임이 굉장히 이상했다. 편집을 했기에 그렇지만, 죽는 장면까지 촬영을 해야 하니 그 관리자를 연기한 배우분 몸 안에 피가 들어간 봉투와 실제 칼로 촬영했기에 다치지 않도록 나무판자도 함께 넣었는데, 촬영을 하고 보니 움직임이 로봇처럼 너무 이상했다. 그 배우의 잘못이 아니라, 롱테이크로 찍고자 했기에 그 장치들 때문에 너무 이상하게 촬영이 되었다. 너무 과했던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씬은 잘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관객3 : <큐어>뿐만 아니라 <회로>, <절규> 모두 야큐쇼 코지 배우가 출연한다. <큐어>의 경우, 작품을 만들기 전부터 이 배우를 생각하면서 작품을 만드셨는지 궁금하다. 또한, 연상호 감독님은 <큐어>를 보고, 감독님의 팬이 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영화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지 궁금하다.

└구로사와 기요시 : '야큐소 코지'라는 배우는 사실 이전부터 관심이 가는 분이였다. 그분 자체로 매우 개성적이고, 연기를 잘한다. 특히, 신경이 쓰인 이유가 있다면, 저와 나이가 같다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같은 나이 때 누군가가 배우든 감독이든 주변에 있으면, 같은 직종에 있다면 신경 쓰이거나 하는 경험이 있지 않나. 전 그런 이유로 좀 신경이 쓰였다. 근데 각본을 쓰면서 주인공의 경우, 저와 같은 연령대의 남자를 정해야 하는데 '누가 가장 적절할까'라는 물음에 '야큐소 코지'라는 배우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이분은 인기 최절정의 배우였고, 쉽게 말을 걸 수 없는 분이었기에 '성사가 가능할까' 고민이었는데, 너무 흔쾌히 출연을 받아주셨다. 그분도 <큐어>라는 작품에 출연하여 너무나 만족해 주셨고, 그 이후로도 계속 작품을 같이 할 수 있었다.

└연상호 : 이 자리를 통해서 고백하자면, 제가 최근 만든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을 촬영하면서 촬영 감독과 함께 제일 많이 본 영화가 <큐어>이다. 이 작품을 만들 때, 캐치 프레이드처럼 썼던 게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지옥이다'라는 것이다. 근데 이게 사실 <큐어>라고 하는 작품에서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불확실성, 이 불확실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사실은 이 작품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까 감독님이 여러 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지만, <큐어>는 사실 모든 것이 불확실성 안에 있으면 있을수록 더 이 작품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끝나자마자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것, 즉 '여기에 갖춰진 게 무엇일까' 등 미친 듯이 찾아보게 된다. 그러나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다. 그래서 더 이 영화에 빠져드는 것 같다. 이게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닌가.

 

모더레이터 : 끝으로, 연상호 감독님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께 마지막 인사 부탁드리겠다.

└연상호 : 일단은 첫 번째 프로그래밍을 큐어로 하게 돼서 너무 큰 영광이다. 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까지 참석해 주셔서 개인적인 영광이다. 감사합니다.

└구로사와 기요시 : 저 역시 20년 만에 전주에 와서, 그리고 <큐어>라는 작품을 이 큰 스크린에서 상영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분들, 연상호 감독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린다.

[코아르CoAR 문건재 기자, ansrjswo@ccoart.com]

문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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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운영위원 및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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