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소녀가 켜는 '과거로부터의 바톤, 미래로 향하는 다리'
[interview] 소녀가 켜는 '과거로부터의 바톤, 미래로 향하는 다리'
  • 홍상현
  • 승인 2022.05.16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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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 초청작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 요코하마 사토코 감독
아오모리 현 쓰가루 시 북쪽 지방에 사는 여고생 이토는 취미로 쓰가루 샤미센을 연주한다. 샤미센을 독학해 고수가 된,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이다. (C)2021 Ito Film Partners
아오모리 현 쓰가루 시 북쪽 지방에 사는 여고생 이토는 취미로 쓰가루 샤미센을 연주한다. 샤미센을 독학해 고수가 된,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이다. (C)2021 Ito Film Partners

한 해 동안 국내에서 공개된 영화 중 총 여섯 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주연상, 조연상, 신인상)에 걸친 수상자를 초청해 기쁨을 나누고 일주일간 개최되는 다카사키영화제의 개막을 알리는 시상식이 목전에 다가온 시간, 관계자들의 걸음이 빨라지면서 긴장이 감돌던 초청자 대기실 앞 복도에서 독특한 말투가 귓가를 들려왔다.
"동쪽 출구로 나왔나? 뭐가 보이니?"

얼핏 <훌라 걸스>(2006) 등장인물들이 쓰던 후쿠시마사투리를 연상시키지만, 주의 깊게 들어보면 어딘가 다른, 간간히 알아들을 수 없는 표현들이 섞여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훨씬 순박하게 느껴지는. 비슷한 느낌의 한국어 방언을 찾으라면 대략 영동산간지역의 말씨 정도가 있을 것 같은 아오모리사투리.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예 생소한 건 아니었다.

이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해있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열한 살이 되었을 무렵, 시네마스케이프 장편 부문에 초청돼 환호를 받은 <울트라 미라클 러브스토리>(2009)의 주인공, 농촌총각 요진(마츠야마 켄이치 분)도 아오모리 청년이었으니까. 도쿄에서 부임한 유치원 교사 마치코(아소 구미코 분)에게 일편단심 순애보를 펼치는 모습에 절대적인 호소력을 부여해준 게 느릿느릿한 시골 말씨였다.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옮기니 바로 그 영화의 감독이 서 있었다.

 

장편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요코하마 사토코 감독은 현재도 한국의 국제영화제로부터 특별히 사랑받는 여성감독 중 한사람이다. (C)2021 Ito Film Partners
장편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요코하마 사토코 감독은 현재도 한국의 국제영화제로부터 특별히 사랑받는 여성감독 중 한사람이다. (C)2021 Ito Film Partners

요코하마 사토코.

성씨의 발음에 한자까지 가나가와 현의 개항지이자 수도권 대표도시 요코하마 시와 똑같을 뿐만 아니라 해당지역 공립대학(요코하마시립대)까지 졸업했으나 정작 고향은 아오모리 현 아오로미 시이며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을 포함, 필모그래피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제작하고 있는 재미난 프로필의, 소탈한 듯 명민한 영화작가. 다가가 인사하니 대답은 하지만 어렴풋이 스치는 '누구시지?'하는 표정. 하지만 영화제와 《코아르》 명함을 함께 건네며 '비대면에서의 첫 만남' 이야기를 꺼내자 이내 오랜 친구인 것처럼 활짝 웃는다. 하긴, 코로나19 시대에 얼굴의 반 이상이 마스크에 가려진 낯선 상대를 친근하게 느껴도 이상하지. 다카사키역에 도착해 언니의 수상을 축하하러 오는 동생에게 길을 가르쳐주던 참이었단다.

그렇게 한 해 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초청작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를 통해 비대면에서의 첫 만남을 가진 후, 현해탄 건너 다카사키예술극장 초청자 대기실 복도에서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인 요코하마 감독과 '대면'이 이뤄졌다. 그에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초청과 더불어 다카사키영화제 최우수감독상의 영예를 안겨준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의 내용은 이렇다.

아오모리 현 쓰가루 시 북쪽 지방에 사는 여고생 이토(고마이 렌 분)는 취미로 샤미센을 연주한다. 샤미센을 독학해 고수가 된,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이다. 이토는 음악을 연주해 자신을 표현하면서 점점 말수가 적어지는데 유난히 강한 사투리 부끄럽기 때문이다. 친구가 별로 없는 수줍은 성격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메이드 카페에서 일하고 싶은 과감한 생각이 있다.​

 

요코하마 사토코 감독에게 아오모리는 ‘고향’의 의미를 넘어 내면에 존재하는 세계이다. (C)2021 Ito Film Partners
요코하마 사토코 감독에게 아오모리는 '고향'의 의미를 넘어 내면에 존재하는 세계이다. (C)2021 Ito Film Partners

홍상현

코로나19에도 굴하지 않고 치러진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신작으로 참가하셨습니다.

요코하마 사토코

작품을 초청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관객 여러분의 감상을 직접 듣지 못했기 때문에 반응이 정말 궁금하지만, 코로나라는 지구적 재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가 만든 작품이 서울에서 개최되는 영화제에 참가했다는 사실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예요.

 

홍상현

물론 두 편의 장편 상업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시기도 했지만, 요코하마 사토코 감독이라면 역시 한국의 국제영화제로부터 사랑받는 감독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본인으로서는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웃음)

요코하마 사토코

보아주시는 여러분의 반응을 모두 예상하고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요. (웃음) 제 개인적으로는 평소 '이런 영화 처음 봐!'라고 생각해주시면 너무 기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코하마 사토코 감독은 타이틀 롤인 이토가 ‘일상에서 말을 통해 커밋하는데 능숙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자신과 닮았다며 웃었다.  (C)2021 Ito Film Partners
요코하마 사토코 감독은 타이틀 롤인 이토가 '일상에서 말을 통해 커밋하는데 능숙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자신과 닮았다며 웃었다. (C)2021 Ito Film Partners

홍상현

"홍상현의 인터뷰"를 통해 뵙는 분들에게 매번 드리는 질문인데요. 한국영화를 즐겨보시는지요.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 등이 있으십니까?

요코하마 사토코

홍상수 감독 영화를 많이 봅니다. 주로 연인 간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이 많은데요.

그 서사를 지극히 미시적인 접근과 표현을 통해 보여주시는 게 좋아요. 애써 특별하려고 하지 않지만, 어느새 흉내 낼 수 없는 독자성이 느껴지는 작품세계가 놀랄 만큼 재미있고 신선하거든요.

 

홍상현

다음 질문은 감독의 필모그래프에 관한 것인데요.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극장에서 공개되었던 장편상업영화 데뷔작 <울트라 미라클 러브 스토리> 외에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초청된 <치에미와 고쿤파초>, <사과농가의 소녀> 등이 모두 감독의 고향인 아오모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건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요코하마 사토코

딱히 어떤 것을 의식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아오모리'라는 지역의 의미자체가 저의 내면에 존재하는, 다시 말해 '밖'의 세계가 아닌 까닭에 창작을 위한 발상 또한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면이 있습니다. 다양한 영감과 이미지가 샘솟지요. 아울러, 가족ㆍ지인을 포함해 영화제작에 협력해주시는 분들이 아오모리에 많이 계시기 때문에 도쿄 등 다른 지역에서보다 작업이 용이하다는 현실적인 조건도 한몫을 하지 않나 싶고요.

 

데뷔 15년차의 노련함과 소년의 총기가 어우러진 강렬한 인상의 요코하마 사토코 감독은 관객들이 주인공 이토의 마음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적 장치를 준비해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C)2021 Ito Film Partners
데뷔 15년차의 노련함과 소년의 총기가 어우러진 강렬한 인상의 요코하마 사토코 감독은 관객들이 주인공 이토의 마음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적 장치를 준비해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C)2021 Ito Film Partners

홍상현

그밖에 이번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에까지 이어지는 과묵하지만 확실한 주관을 가진 여성주인공(관객들로부터 대단히 지지받는 캐릭터입니다만)의 모습도 눈에 뜁니다. 혹시 감독의 자기반영적인 캐릭터인가요?

요코하마 사토코

아,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일상에서 말을 통해 커밋(commit)하는데 능숙하지 못하다는 점에서요. (웃음)

 

홍상현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는 『양지의 그녀』등이 번역ㆍ출판되어 한국에도 팬이 많은 인기작가, 고시가야 오사무 씨의 동명타이틀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다만, 요코하마 감독도 대단히 강안 개성이 드러나는 작풍의 감독이신데요. 고시가야 작가의 원작을 새롭게 재창조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힘을 기울이셨는지요.

요코하마 사토코

전혀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작가가 그려낸 아오모리라는 땅에서의 다채로운 인간상을 영화적 시간으로 옮겨놓기 위해 전체적인 맥락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선택해 단계적으로 쌓아갔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일단 '이토'라는 인물의 변화가 러닝 타임 두 시간이 좀 안 되는 영화를 통해 드러난다는 것을 큰 축에 놓고 사건의 배열이나 구성에 대해 고민한 거죠. 이 부분에서 뭔가가 요구될 경우 원작에 없는 것들을 만들어 집어넣기도 했고요.

다만 그 가운데서도 특히 고민한 요소가 앞서 말씀드린 이토의 변화, 그리고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마음'이라는 게 꼭 안개 같아서 파악하기가 영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 나름 작품을 보시는 관객분들께서 이토의 마음을 경험하실 수 있도록 몇 가지 영화적 장치를 준비했습니다.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토요카와 에츠시 배우(오른쪽)는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의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 프로다운 치밀한 분석력과 철저한 준비성을 보여주었다. (C)2021 Ito Film Partners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토요카와 에츠시 배우(오른쪽)는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의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 프로다운 치밀한 분석력과 철저한 준비성을 보여주었다. (C)2021 Ito Film Partners

홍상현

지역성이 강한 영화의 경우, 공간적 배경에 대해 무리하게 설명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작품에의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은 여기저기에 다큐멘터리적인 시퀀스가 등장함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요코하마 사토코

원래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인생 자체가 지리멸렬하고 비논리적이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해진 것이 아닌 단순한 '삶의 연결'인지라 다큐멘터리 요소가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 부분을 떼어내 조립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게 극영화지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비록 그 당시엔 느끼지 못했을지라도 나중에 돌아봤을 때 대단히 극적인, 혹은 기적적인 일들을 겪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 차원에서 볼 때 제 안에는 극영화적인 것과 다큐멘터리영화적인 것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 항상 있어요. 어떤 정확한 설계도까지는 아닐지라도 이런 사고가 제 영화에서 묻어나고 있지 않나 합니다.

 

홍상현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에서 또한 놀라운 점 중 하나는 세간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메이드 카페를 역설적으로 등장인물과 로컬의 연대가 이루어지고, 주인공의 자아가 실현되는 공간으로 그려냈다는 점 아닐까 합니다.

요코하마 사토코

메이드카페라는 공간을 '변신하는, 연기하는 장소'로 재해석해봤습니다. 이색적인 각종음식점이 아니라 비일상적인 유니폼을 입고 비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가게에 찾아온 손님들까지 그들과 어우러져 비일상적인 느낌을 즐기는 '여느 때와 다른 나'를 당당히 연기할 수 있는 장소 말이죠.

학교와 집에서의 자신밖에 모르고 있었던 이토는 그렇게 '제3의 장소'에서 미지의 나를 발견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문화·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 지방의 문화수요에서 보이는 독특한 개성으로 인정하면서 풀어봤어요.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은 메이드카페라를 ‘변신하는, 연기하는 장소’로 재해석해낸다.  (C)2021 Ito Film Partners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은 메이드카페라를 '변신하는, 연기하는 장소'로 재해석해낸다. (C)2021 Ito Film Partners

홍상현

극 중에서 쓰가루샤미센은 단순한 전통악기로써의 의미를 넘어, 주인공 이토의 목소리이며 과거와 현재, 어쩌면 미래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코하마 사토코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어떤 지역이나 사물의 역사와 (그가 평범한지, 혹은 특별한지 여부는 차지하고라도) 사람의 업적이라고 하는 건 바로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의 주제이기도 해요. 그런 맥락에서 샤미센이라는 악기도 과거로부터의 바톤 (baton), 그리고 미래로 향하는 다리로 봐주시면 했습니다.

 

홍상현

주연을 맡은 고마이 렌 배우가 1년 이상 샤미센을 연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단한 열정인데요.

요코하마 사토코

실제로 샤미센 연습에 걸린 기간은 약 9개월 정도였습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이죠. 보통 소리를 내는 데만 몇 달이 걸리는 걸 생각하면 고마이 배우가 보여준 숙련도는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부단한 노력을 통해 훌륭한 연주를 보여준 것에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유약해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의외의 강단을 보여주는 ‘쿠도’로 분한 나카지마 아유무 배우. 올해 다카사키영화제에서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과 「우연과 상상」으로 최우수조연배우상을 수상했다. (C)2021 Ito Film Partners
유약해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의외의 강단을 보여주는 '쿠도'로 분한 나카지마 아유무 배우. 올해 다카사키영화제에서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과 「우연과 상상」으로 최우수조연배우상을 수상했다. (C)2021 Ito Film Partners

홍상현

그리고 보니 한국 관객들에게 윤석호 감독의 <마음에 부는 바람>의 아역배우로 익숙한 고마이 배우의 역할창조도 놀라웠습니다. 감독으로서 어떤 것을 요구하셨는지 궁금한데요.

요코하마 사토코

'이토는 이런 인간이니 이렇게 행동하고 사고하겠지' 같은 논리를 버려 주십사 하는 거였습니다. 작위적으로 어떤 캐릭터를 꾸며내지 않고 그때그때 주변의 인물이나 사물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했어요. 굳이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말이지요.

다행스럽게도 제 이런 바람을 고마이 배우가 아주 잘 충족시켜주셨지요. 뭔가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워낙 뛰어나신 분이기도 한지라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 의도가 고스란히 전해진 겁니다.

 

홍상현

일본인조차 알아듣기 힘든 방언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할머니는 아버지 역의 토요카와 에츠시 배우와 더불어 작품의 다큐멘터리적인 요소와 극영화적인 요소를 연결해주는 인물 아니었나 싶습니다.

요코하마 사토코

니시카와 요코 배우는 어떤 역을 맡으면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완전히 그 인물로서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아주 희귀한 분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프로 연기자 본연의 자세와도 좀 차이가 나는 특성이지요. 연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연기를 해내는 능력이니까요. 그렇다 보니 현장의 다른 사람들조차 그의 연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토의 할머니 역으로 분한 니시카와 요코 배우는 어떤 역을 맡으면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완전히 그 인물로서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자다. (C)2021 Ito Film Partners
이토의 할머니 역으로 분한 니시카와 요코 배우는 어떤 역을 맡으면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완전히 그 인물로서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자다. (C)2021 Ito Film Partners

홍상현

아버지 역의 토요카와 에츠시 배우는 한국 관객에게 무척 익숙하고 사랑받는 분이신데요.

요코하마 사토코

주인공 이토와의 거리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계셨다는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다 보니 촬영현장에 오셨을 때는 이미 그 거리감을 어떤 대사나 시선처리 등으로 표현할지 구체적인 플랜을 세워놓으셨더라고요. 이 방향이 제 생각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엇갈리는 부분이 있으면 조율하는 정도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홍상현

이토를 포함, 메이드카페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의 케미스트리도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을 더욱 매력적인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였습니다.

요코하마 사토코

말씀처럼 일부러 이토와 케미스트리를 보여줄 수 있을 만한 배우를 골라 캐스팅했습니다.(웃음) 그런데 정말 좋았던 건, 막상 캐스팅을 하고 보니 다들 인간적으로나 연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분들이었다는 사실이에요. 메이드카페 출연진 네 사람의 팀워크는 사치코 역을 맡은 쿠로카와 메이 배우가 원래 분위기메이커라 일찍부터 가족처럼 끈끈하게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이분들의 모습을 관객의 입장에 맞춰 조정하는 정도로 연출을 진행하면 됐기 때문에 촬영하기 수월했어요.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에서 샤미센은 ‘과거로부터의 바톤, 그리고 미래로 향하는 다리’로써 기능한다. (C)2021 Ito Film Partners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에서 샤미센은 '과거로부터의 바톤, 그리고 미래로 향하는 다리'로써 기능한다. (C)2021 Ito Film Partners

"온 인류가 미처 예상조차 못 한 사건들과 맞서고 있는 와중에도 영화라는 '문화'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대니까 <이토와 샤미센 연주를> 같은 보편적인, 크게 새롭지 않은 휴먼드라마를 만드는 게 더욱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을 보신 한국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지금 봐서 다행'이라고 느껴주신다면 만든 이로서 더 바랄 게 없을 겁니다. 앞으로도 영화를 통해 한국에 계신 여러분들과 계속 인연을 맺어 가고 싶어요."

7개월 만에 온라인을 벗어나 이루어진 재회. 시상식 리셉션에서 아껴두었던 향후계획에 관한 질문을 던지니 데뷔 15년 차의 노련함과 소년의 총기가 어우러진 강렬한 인상의 요코하마 감독으로부터 '차기작 오리지널 시나리오 집필에 매진할 작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에서든 전주에서든 그의 매력적인 차기작을 만나기 위한 기다림이, 예전보다는 살짝 빨라졌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홍상현
홍상현
 《코아르》 운영위원, 고토부키홈빌더 영화영상사업부 프로듀서.
정치학과 영상예술학 두 분야의 학위를 소지. 인문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으로 한일 양국 매체에 분석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연구실 출신.
 프로듀서를 맡은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포 디 아일랜더스>는 2008년 제주영화제 개막작이었다.
 2013년부터 월간 《게이자이》에서 담당하는 경제평론지면이 에히메대 와다 제미나르의 교재로 쓰인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 지부인 일본영화펜클럽 회원.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소개해온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선정하는 “세계의 영화인 7인” 중 1인이며 일본 TBS(채널 6) 주최 디지콘 6 아시아 심사위원, 《마이니치신문》 영화웹진 《히토시네마》 필진 및 마이니치영화콩쿠르 심사위원, 다카사키영화제 시니어 프로듀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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