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사고하는 힘을 잃은 대중이야말로 모든 악몽의 원인
[interview] 사고하는 힘을 잃은 대중이야말로 모든 악몽의 원인
  • 홍상현
  • 승인 2022.04.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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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스즈키 씨> 사사키 오모이 감독
사사키 오모이 감독은 자신의 두 번째 장편독립영화 「스즈키 씨」에서 마치『왕자와 거지』의 흑화버전 같은 상상력과 풍자의 극한을 보여준다.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사사키 오모이 감독은 자신의 두 번째 장편독립영화 「스즈키 씨」에서 마치 『왕자와 거지』의 흑화버전 같은 상상력과 풍자의 극한을 보여준다.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십 대 소년 톰과 에드워드가 옷을 바꿔 입는다.

다른 부모 밑에서 태어났지만, 쌍둥이처럼 닮은 외모를 가진 둘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왔다. 빈민굴에서 태어난 톰은 주정뱅이 부친과 심술궂은 조모에게 얻어맞으며 동냥하러 다녔다. 가끔 동네의 신부를 찾아가 라틴어를 배우고 책을 읽으며 고달픈 삶에서 벗어나는 꿈을 꾸는 것으로 버텼다. 반면 에드워드의 생활은 호사가 지나칠 정도였다. 냅킨을 걸어주는 시종, 술 따르는 시종, 음식에 독이 있는지 미리 맛보는 시종은 물론 가령(majordomo)에 침대담당, 심지어 대신 매 맞는 아이까지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환복으로 이들의 인생이 역전된다. 뒤이어 서사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에드워드의 행보다. 문지기들에게 쫓겨나 거리를 헤매던 에드워드가 목도한 것은 자신을 혹독하게 다루던 톰의 아버지가 저지른 살인이었다. 동경하던 낭만적인 자유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구걸하던 톰에게 성찬을 내어줄 정도의 품성을 가진 에드워드는 사회의 저변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가난한 아이들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만 마련해줄 게 아니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정신과 마음의 굶주림을 채울 수 있게 해주리라 다짐한다.

이미 제목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이들이 있겠지만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할리우드에서만 총 네 번에 걸쳐 영화화된 이 이야기는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 에드워드의 풀네임은 에드워드 튜더, 바로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6세다. 작가는 가상역사에 비판적 이성(kritische Vernunft)을 더해 19세기를 대표하는 풍자소설을 남겼다.

 

사사키 오모이 감독은 어로현장, 철거업체 등에서 노동자로 생활하면서 독학으로 영화를 공부, 감독에 데뷔했다.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사사키 오모이 감독은 어로현장, 철거업체 등에서 노동자로 생활하면서 독학으로 영화를 공부, 감독에 데뷔했다.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어로현장, 철거업체 등에서 노동자로 생활하면서 독학으로 영화를 공부, 감독으로 데뷔한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사사키 오모이 감독의 이력은 인쇄공으로 각지의 도서관을 누비며 자학자습으로 문학을 공부하고, 수로안내인 시절의 경험을 작품에 녹여낸 마크 트웨인을 연상시킨다.

삶의 궤적뿐만이 아니다 강요된 남성성에 대한 강박관념을 지구로 돌진해오는 거대 운석에 등치시킨 단편 <운석과 임포텐츠>(2013)로 칸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이 스토리 텔러는 도쿄국제영화제를 거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 온 두 번째 장편독립영화 <스즈키 씨>(2021)에서 마치 『왕자와 거지』의 흑화버전 같은 상상력과 풍자의 극한을 보여준다.

작품의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자취를 감춘 왕이 국가원수인 가상의 나라. 노인요양시설 노동자 요시코(이토 아사코 분)는 마흔다섯 살 생일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다. 출생률 저하 대책으로 제정된 시 조례에 따라 결혼이나 입대하지 않으면 강제퇴거를 당할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나타난 정체불명의 사내, 스즈키(츠쿠다 노리히코 분)와 위장결혼이라도 해보려 하지만 상황은 계속 꼬여간다.

사사키 감독은 오만가지에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관료와 이성애적 가족을 꾸려 애국심을 증명하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정치가, 음침한 어조로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언론, 소위 '비국민'에 대한 폭력을 저지르는 자경단 등 자신이 발 딛고 선 사회의 어두운 과거 풍경과 불길한 미래 전망이 뒤범벅된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면서 '사고하는 힘을 잃은 대중이야말로 모든 악몽의 원인'임을 경고한다.

 

「스즈키 씨」는 감독이 발 딛고 선 사회의 어두운 과거 풍경과 불길한 미래 전망이 뒤범벅된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면서 ‘사고하는 힘을 잃어버린 대중이야말로 모든 악몽의 원인’임을 경고한다.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스즈키 씨」는 감독이 발 딛고 선 사회의 어두운 과거 풍경과 불길한 미래 전망이 뒤범벅된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면서 '사고하는 힘을 잃은 대중이야말로 모든 악몽의 원인'임을 경고한다.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홍상현

장편독립영화 <사토 군>(2017)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BIFAN에 오셨습니다.

사사키 오모이

평소 큰 관심을 갖고 있던 한국과, 그것도 아시아최대의 장르영화 페스티벌인 BIFAN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되어 너무나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홍상현

'홍상현의 인터뷰'에서 모시는 분들께 항상 드리는 질문인데요. 평소 좋아하시는 한국영화 작품이나, 감독, 혹은 배우가 있으신지요. 또, 최근의 한국영화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사키 오모이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과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을 대단히 좋아합니다. 한국영화는 영화 공부를 위해서 보통 일주일에 한 편 정도는 보는 것 같아요. 요즘 한국영화에 대한 말씀은, 제 느낌으로 표현해드리면 이해하기 쉬우실 것 같은데요. 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이 많답니다. (웃음)

 

홍상현

<레프트 아웃>(2008)으로 밴쿠버국제영화제, <운석과 임포텐츠>로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까지 초청된 적이 있으시지만 한국에는 아직 감독을 잘 모르시는 관객이 많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사키 오모이

한국 관객 여러분, 안녕하세요. 사사키 오모이라고 합니다.

일본 혼슈 서쪽 끝에서 태어났는데요. 제 고향은 2000년 전 대륙에서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이 이룬 마을로, 지금도 그리 번화하지 않은 소박한 곳입니다. 10대 시절 그곳을 떠나와 처음에는 식량문제 전문가가 되려고 하다가 좌절을 겪었고, 이후 언더그라운드 연극계와 인연을 맺은 이후 다시 우여곡절 끝에 영상계통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인요양시설 노동자 요시코는 마흔다섯 살 생일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다. 출생률 저하 대책으로 제정된 시 조례에 따라 결혼이나 입대를 하지 않으면 강제퇴거를 당할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노인요양시설 노동자 요시코는 마흔다섯 살 생일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다. 출생률 저하 대책으로 제정된 시 조례에 따라 결혼이나 입대를 하지 않으면 강제퇴거를 당할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홍상현

여러 직업을 경험하며 파란만장한 청춘기를 보낸 이력으로도 유명합니다. 다양한 인생경험이 역시 창작활동에도 도움이 되셨을 것 같은데요.

사사키 오모이

학창 시절이 끝나갈 무렵 취업 빙하기가 시작되었는데, 워낙 덜렁이이다 보니까 깊이 고민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재주도 없는 사람인지라 이것저것 하면서 지냈던 거죠. 다만, 싫증을 내거나 했던 건 아니고요. 조금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 나름대로 세상사를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홍상현

자, 그럼 필모그래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요.

좀 전에 말씀드린 <사토 군>의 선전 카피는 감독의 성향을 한마디로 표현한 느낌입니다. 이른바 '폴리티컬 SF'(political SF)라는 것인데요. 필자로서는 대부분 의도적으로 정치적인 소재를 피해 가는 일본영화계에서 감독이 무척이나 귀한 존재로 느껴집니다.

사사키 오모이

집단을 싫어해서 학창시절 체육대회에서 조차 적극적으로 참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을 같은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하는 것에 대해 본능적인 경계심이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는 영화를 만들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젊은 시절엔 딱히 국내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지난 20년간 일본 사회에 일어난 이런저런 변화를 목도하면서 차츰 생각이 바뀌었어요. 특히 <스즈키 씨>를 발표하게 된 건 최근 전후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정치인들이 대거 지지를 얻게 되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진 게 컸습니다.

 

타이틀 롤을 맡은 츠쿠다 노리히코 배우는 극작가이자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연극인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한국 연극계와 활발하게 교류한 경험이 있다.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타이틀 롤을 맡은 츠쿠다 노리히코 배우는 극작가이자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연극인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한국 연극계와 활발하게 교류한 경험이 있다.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홍상현

감독의 전작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운석과 임포텐츠>였습니다. 강요된 남성성에 대한 강박관념을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오는 운석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사사키 오모이

제 고향에 대한 말씀을 드렸는데, 무척 외진 곳인 한편으로 상당히 보수성이 강한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청년기의 저에게 남자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주었죠. 요즘의 저로서는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왜 좀 더 일찍부터 못했을까' 싶어요.

 

홍상현

<스즈키 씨>의 BIFAN 상영 당시 공개된 영상 메시지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제작 동기에 대해 "우리 자신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고 하셨는데요.

사사키 오모이

눈여겨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쌓여온 오점들에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약자들을 짓밟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일들에 대해 침묵하거나 애써 고개를 돌리고 있는 현실에 분노를 느꼈어요. <스즈키 씨>는 이런 제 분노를 창작의 에너지로 삼아 만들어낸 영화입니다.

 

요시코는 어느 날 나타난 정체불명의 사내, 스즈키와 위장결혼이라도 해서 궁지에 몰린 상황을 벗어나보려 하지만, 모든 일은 그저 꼬여만 간다.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요시코는 어느 날 나타난 정체불명의 사내, 스즈키와 위장결혼이라도 해서 궁지에 몰린 상황을 벗어나보려 하지만, 모든 일은 그저 꼬여만 간다.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홍상현

이어지는 내용인데요. 그런 에너지를 기반으로 과거의 어두운 풍경과 불길한 미래의 전망이 뒤섞인 디스토피아를 보여줌으로써 사고하는 힘의 소중함을 전하려 하신 것 같습니다.

사사키 오모이

일본은 민주주의를 자력으로 쟁취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역사를 자신들의 입장에서 수정하려는 사람들까지 등장하고, 스스로 인권을 포기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죠. 이런 상황들에 직면하면서 지금이야말로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겁니다. 부디 이 영화가 '한 시민의 망상'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조금이라도 많은 관객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홍상현

<스즈키 씨>를보는 내내 주연을 맡은 이토 아사코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이 작품의 완성도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사키 오모이

저는 이토 배우를 주로 방송프로의 게스트로 출연하는 모습을 통해서 접했는데요. 막상 만나보니 정말 드물다 싶은 정도로 바른 생각을 갖고 계실 뿐 아니라 대단히 논리적인 분이시더라고요. 이런 캐릭터가 <스즈키 씨>의 주인공 요시코와도 맞물리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서 캐스팅했는데, 결과가 예상보다 훨씬 좋아서 기뻤어요.

 

2020년 BIFAN 초청작 「옆얼굴」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오오카타 히사코 배우는 「스즈키 씨」에서도 예의 천연덕스러운 명품연기를 보여준다.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2020년 BIFAN 초청작 「옆얼굴」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오오카타 히사코 배우는 「스즈키 씨」에서도 예의 천연덕스러운 명품연기를 보여준다.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홍상현

촬영을 진행하면서 이토 배우에게 어떤 디렉션을 하셨는지 궁금한데요.

사사키 오모이

캐스팅 당시부터 이토 배우에 대해 깊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시나리오 리딩을 하다가 어색한 부분이 없는지 정도를 물어본 것 말고는 딱히 어떤 주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크게 부담을 주지 않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지요.

 

홍상현

마치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의 흑화버전 같은 타이틀 롤을 연기한 츠쿠다 노리히코 배우의 연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극작가이자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연극인으로도 유명하시죠. 특히 한국 연극계와 인연이 깊으시고.

사사키 오모이

츠쿠다 배우께는 "'고귀한 왕'이 아니라 자신감을 잃고 방황하는 평범한 현대의 남성 캐릭터를 연기해 달라"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무척 재미있었는데 "아냐, 이 남자는 사사키 씨의 페르소나니까 본인이 직접 연기해 보시면 어떨까요?"라는 거예요. (웃음)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라고 계속 설득했고 결국 멋진 연기를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홍상현

전회 BIFAN 초청작 <옆얼굴>(후카다 코지 감독, 2019)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오오카타 히사코 배우의 캐스팅도 절묘했습니다. 극 중에서 몇 번이나 결혼을 축하하는 시가 현의 민요를 부르시던 게 기억에 남는데요.

사사키 오모이

<사사키 씨>의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흐르기도 하는 이 민요에는 혼인의 경사로움을 축하하는 것 말고도 저조차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말들이 적잖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게는 그것이 마치 '기쁨의 감정' 이외의 다른 요소들을 부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물론 일상에서 할머님들이 이 노래를 누군가의 곁에 서서 영화에서처럼 갑자기 목청 높여 부른다면 엄청난 민폐가 되겠죠. 가족의 앞날을 축복하려는 의지야 분명하게 어필되겠지만요. (웃음)

 

사사키 오모이 감독은 말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쌓여온 오점들에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약자들을 짓밟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일들에 대해 침묵하거나 애써 고개를 돌리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면서 「스즈키 씨」를 만들었다고.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사사키 오모이 감독은 말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쌓여온 오점들에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약자들을 짓밟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일들에 대해 침묵하거나 애써 고개를 돌리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면서 「스즈키 씨」를 만들었다고. (C)2020 Mr. Suzuki - A Man In God's Country Film Partners

"<스즈키 씨>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대한 불만과 기본적 인권, 또한 제도적 모순이라는, 살면서 결코 무시하기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큰 소리로 말하기도 어려운 것들을 영화를 통해 이야기해보려는 의도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완성해놓고 나니 여러 가지로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아직 경력이 일철한 만큼, 앞으로 좀 더 스토리텔링 기술을 연마해 보다 자유롭게, 좀 더 많은 분들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한국 관객 여러분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인터뷰가 마무리되어가는 와중에도 손가락 싸움의 승패에 따라 영토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스스로 의자와 무관하게 국가대표가 된 남녀를 그린 판타지, 봉건시대의 이혼을 다룬 시대극 등 차기작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던 사사키 감독. 하지만 무엇보다 필자의 관심을 끈 건 가장 간절하게 현실화를 바라고 있다는 한국과의 공동제작 프로젝트였다. 문득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모니터링을 부탁드려도 되겠느냐'며 선한 웃음을 짓는, 이 선 굵은 외모의 사내를 보며 부디 코로나바이러스가 잦아든 서울 거리 어딘가에서 꼭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상현
홍상현
 《코아르》 운영위원, 고토부키홈빌더 영화영상사업부 프로듀서.
정치학과 영상예술학 두 분야의 학위를 소지. 인문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으로 한일 양국 매체에 분석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연구실 출신.
 프로듀서를 맡은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포 디 아일랜더스>는 2008년 제주영화제 개막작이었다.
 2013년부터 월간 《게이자이》에서 담당하는 경제평론지면이 에히메대 와다 제미나르의 교재로 쓰인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 지부인 일본영화펜클럽 회원.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소개해온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선정하는 “세계의 영화인 7인” 중 1인이며 일본 TBS(채널 6) 주최 디지콘 6 아시아 심사위원, 《마이니치신문》 영화웹진 《히토시네마》 필진 및 마이니치영화콩쿠르 심사위원, 다카사키영화제 시니어 프로듀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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