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돈 룩 업' 지금 여기서 시네마의 미래-현실을 보다
[NETFLIX] '돈 룩 업' 지금 여기서 시네마의 미래-현실을 보다
  • 김민세
  • 승인 2022.02.16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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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쩌면 아담 맥케이의 첫 번째 풍자극"

21세기 미국 최악의 금융 위기로 일컬어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조지 부시의 대통령 재임 기간, 권력을 쥐고 있던 부통령 딕 체니와 이라크 전쟁. '아담 맥케이'는 <빅쇼트>(2016)와 <바이스>(2019)라는 두 편의 실화 바탕 영화를 만들며, 지금의 미국을 만들어온 역사를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신랄하면서 위트 있게 비판하는 그의 연출 스타일을 긍정적으로 평했다. <바이스>의 경우에는 흥행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그가 전하는 정치적 메시지와 영화적 방법론은 항상 유효했다. 

그러던 그가 <돈 룩 업>이라는 새로운 영화를 공개하리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리고 그 영화가 지구를 파괴할 소행성을 막기 위한 과학자의 사투를 담은 정치 풍자 코미디가 될 것이라고 들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역시 맥케이스러운 영화를 찍는구나. 유머와 풍자. 푸티지의 향연들. 내레이션. 소격 효과. 농담과 독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그의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영화이다. 단순하게 따져보자면 나름의 정치적 입장을 갖고, 위트 있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현듯 떠올랐다. 그는 왜 허구로 가야 했을까. 우리가 사는 현실을 바꾸었던 '실화'를 다루던 그가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는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믿을 수 없는 거짓말 같아서일까. 또는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조금이라도 피하고 싶어서일까. <돈 룩 업>은 어떻게 보든 간에 그의 변곡점 같은 영화이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아담 맥케이의 영화를 말할 때면 '풍자'라는 단어를 빼먹을 수 없다. 사회 부조리의 단면을 유머를 통해 돌려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 룩 업>을 마주하고 나서 전작 <빅쇼트>와 <바이스>를 다시 떠올려본다면, 그가 했던 것이 과연 '돌려 말하기'였나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심각하게 접근할 수도 있는 사건들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의 두드러진 장점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것은 영화의 톤 앤 매너와 연관되는 지점이지 그것만으로 풍자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그가 영화를 통해 정면으로 마주 본 것은 현실이었고, 말한 것도 현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돈 룩 업>으로 돌아오자면. 그는 이제야 제대로 된 풍자 영화를 만든 셈이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인류 종말을 통해 미국의 현실을 돌려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들추고자 하는 방법이 바뀌었다는 의미이다. 과거의 실화를 유물처럼 발굴하는 것과 달리 가정법을 사용한다. 만약에 지금의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챈 과학자가 미국인이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가정.

 

ⓒ 넷플릭스

<빅쇼트>와 <바이스>를 통해 맥케이가 탐구하고 싶었던 것은 '왜'이다. 미국의 현실은 왜 이런가. 이런 비극은 왜 일어났는가. '왜'라는 질문을 역추적해가는 영화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경험한 과거의 실화를 다룰 수밖에 없다. 반면 <돈 룩 업>은 '어떻게'에 대해 탐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의 인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를 향한 질문에는 가정법이 필요해진다. 미래를 가정해 봄으로써 현실을 직시하는 돌려 말하기, 이른바 풍자의 방법.

<돈 룩 업>은 과거의 기록뿐만 아니라 미래의 가정이 현실을 비출 수 있다는 믿음 위에 서있는 영화이다. 질문을 바꾸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왜 이런 영화를 이제야 찍었을까. 주체와 객체를 바꾸어 보자면, 지금 여기서 우리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유의미한 이유는 이 영화가 미래의 가정으로 작동하는 영화로서 동시대를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SNS를 타고 순식간에 밈(meme)화 되는 발언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이 분쟁하는 인터넷 공간. 미디어라는 허구가 현실을 대체하는 시대.

이상하게도 맥케이가 <돈 룩 업>에서 그리는 동시대는 지금 여기에서 하는 시네마에 대한 질문처럼 다가온다. OTT의 시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예술. 극장은 집 안의 텔레비전, PC, 스마트폰이 대체한다. 대중들은 극장에서 스크린을 올려다보지 않고 손안에 든 스마트폰을 내려본다. 2시간의 연속 이미지는 10분 내외의, 1분가량도 되지 않는 이미지로 파편화된다. 어쩌면 키네토스코프로의 회귀. 스마트폰 안에서도 시네마는 유효할 것인가. 시네마는 어디로 갈 것인가. 

 

ⓒ 넷플릭스

더불어 조심스럽게 주장해보자면 맥케이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스타 배우를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그는 전부터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과 작업해왔다. 그러나 동시에 스타를 지우고 현실의 흔적과 가까워지는 방법으로 배우를 사용했다. <빅쇼트>와 <바이스>에서, 크리스천 베일의 메소드라는 방법으로 말이다. <바이스>의 딕 체니를 보고 누가 바로 크리스찬 베일을 떠올릴 수 있을까. 그의 몸(메소드)은 이 시대에 유효하지 않다.

그래서 그는 <돈 룩 업>에 스타들을 불러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가 크리스찬 베일보다 스타라는 의미가 아니다. 전작들과 달리 '스타 배우를 스타 배우처럼 사용했다'는 말이다. 영화 내에서도 과학자였던 둘이 탤런트처럼 변화하는 것 또한 묘한 지점이다.

우리가 다시금 주목해 볼 수 있는 것은 영화라는 허구에 현실을 불러오는 방법이다. <빅쇼트>와 <바이스>에서는 실제 뉴스 장면, 사진, 뮤직비디오 등, 그 당시의 기록으로 기능하는 이미지들을 영화에 삽입하여 핍진성을 높인다. 반면 <돈 룩 업>의 푸티지들은 성격이 다르다. 인터넷 공간에 퍼지는 게시글과 밈에서부터 세계 곳곳의 인류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들, 자연물 등. 가상공간과 자연 공간, 미국과 전 세계를 한데 모아 종말 앞에 있는 지구라는 존재를 형상화한다. 그때부터 <돈 룩 업>은 미국을 넘어선 전 세계의 영화가 된다.

그러나 <돈 룩 업>이 마지막까지 모두를 위한 시네마가 되었느냐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기독교 윤리 위에 세워진 미국의 극우 세력을 비판하는 것 같다가도 엔딩에서는 기독교식으로 기도하며 종말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 엔딩은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뿐이다. 이것이 서구 사회의 시각으로 닫힌 것이라는 인상은 지우기가 힘들어 아쉽게 다가온다.

[글 김민세, minsemunji@ccoart.com]

 

ⓒ 넷플릭스
ⓒ 넷플릭스

돈 룩 업
Don't Look Up
감독
아담 맥케이
Adam McKay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Leonardo Dicaprio
제니퍼 로렌스Jennifer Lawrence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롭 모건Rob Morgan
조나 힐Jonah Hill
마크 라이런스Mark Rylance
타일러 페리Tyler Perry
티모시 샬라메Timothee Chalamet
론 펄먼Ron Perlman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스콧 메스쿠디Scott Mescudi
히메쉬 파텔Himesh Patel
멜라니 린스키Melanie Lynskey
마이클 치클리스Michael Chiklis
토머 시슬리Tomer Sisley

 

제공 넷플릭스(NETFLIX)
제작연도 2021
상영시간 139분
등급 15세 관람가
공개 2021.12.24

김민세
김민세
 고등학생 시절, 장건재, 박정범 등의 한국영화를 보며 영화를 시작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영화부에 재학하며 한 편의 단편 영화를 연출했고, 종종 학생영화에 참여하곤 한다.
 평론은 경기씨네 영화관 공모전 영화평론 부문에 수상하며 시작했다. 현재, 한국 독립영화 작가들에 대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와 관련한 단행본을 준비 중이다. 비평가의 자아와 창작자의 자아 사이를 부단하게 진동하며 영화를 보려 노력한다. 그럴 때마다 누벨바그를 이끌던 작가들의 이름을 하염없이 떠올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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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옥 2022-02-23 19:22:55
영화 전체를 시네마에 대한 현실로 은유한 부분이 인상깊네요! 특히 아담 멕케이 감독의 전작들과의 연관성 속에서 작품의 전체적인 맥락을 잡아준 부분이 좋았어요! 멋진 기사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