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건네주기보다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꽃을 건네주기보다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 홍상현
  • 승인 2021.12.14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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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구사노 쇼고 감독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은 대학시절 자주영화로 일찌감치 감독에 데뷔, 젊은 나이에 청춘영화의 거장으로 자리 잡은 구사노 쇼고 감독의 최신작이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은 대학시절 자주영화로 일찌감치 감독에 데뷔, 젊은 나이에 청춘영화의 거장으로 자리 잡은 구사노 쇼고 감독의 최신작이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책을 좋아한다.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열차나 항공여행을 갈 때면 일단 책부터 챙긴다. 자라면서 다른 문화권의 나라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이 도서관을 찾아가 현지어로 된 책을 빌리는 거였는데,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힘겨워하던 성격상 최선의 적응행동이었다. 이런 이력이 오늘날 글을 써 생계를 꾸리게 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꺼리는 종류의 책은 있다. 잠언록이다. 물론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내용이 출판시장의 상품으로 거듭나기 위한 검증을 거쳤으리라는 점은 의심하지 않는다. 그저 '충고'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누군가의 '확신'이 두려워서다.

같은 맥락에서 어떤 경우이든, 생물학적 연령을 기준으로 할 때 필자보다 '어리다'고 표현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내가 어떻게 살아보니 이렇더라. 그러니 당신은 저렇게 하라'는 투로 말하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나. 내가 무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후회하며 않으려 노력하지만 낭비와 시행착오로 가득한 길을 걸어왔고, 여전히 총체적인 불확실성의 한복판에 있는데. 학교에서 '선생'이란 호칭으로 불릴 때조차 전달해야 하는 지식 외에 어떤 형태로든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사를 삼갔다. 그런 필자이기에 관객에게 메시지를 위화감 없이, 무척 재미있는 방식으로 전할 줄 아는 필름메이커에게 종종 매혹된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구사노 쇼고 감독처럼.

 

스스로에 대해 “계속 정색하고 있는 걸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하는 구사노 쇼고 감독. 유쾌하고 재치가 넘치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는 않은 인물이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스스로에 대해 "계속 정색하고 있는 걸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하는 구사노 쇼고 감독. 유쾌하고 재치가 넘치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는 않은 인물이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대학시절(와세다대 사회과학부) 자주영화로 일찍 감독데뷔의 꿈을 이룬 그는 고향인 군마 현 기류 시를 무대로 한 두 번째 장편 <텅빈>이 다카사키영화제, 오키나와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ㆍ관객 양쪽의 호평을 받으며 일찌감치 청춘영화와의 거장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잘 나가는' 동세대 감독들과 딱히 차이를 발견할 수 없을지 모른다. 허나 이게 다가 아니다. 확실히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는 '트렌디(trendy)'한 청춘영화의 스타일이 두드러지지만, 내용면에서는 성적소수자를 등장 시켜 채식주의에 대해 이야기한다든가(<러브 레시피>), 청년스스로의 입장에서 청년의 삶을 바라보는(<세상에서 가장 긴 사진>)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아울러 이 모든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풀어가는 희극적 재능은 구사노 쇼고를 더욱 빛나는 영화작가로 만들어준다. 웹 소설로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까지 만들어진 원작을 영화로 재해석, 부산국제영화제에까지 초청되는 개가를 올린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또한 이 연장선상에 있다.

내용은 이렇다. 준(카미오 후주 분)에게는 비밀이 있다. 여느 고교생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실은 성인남자친구를 둔 동성애자다. 이를 모른 채 준에게 호감을 느끼던 같은 반 사에(야마다 안나 분)는 우연히 BL물(남성의 동성애를 소재로 한 여성취향 만화ㆍ소설ㆍ게임 등. ※ 주) 마니아라는 '정체'를 들키게 되면서 오히려 강한 감정의 동요를 느낀 끝에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기세에 눌린 준은 엉겁결에 사에를 받아들이는데, 이를 기점으로 흔한 선남선녀 로맨스처럼 보이던 이야기는 돌연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동성애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거침없이 쏟아놓는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의 원작은 아사하라 나오토가 발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진 웹 소설. 한국에서도 지난 2019년 번역ㆍ출판되었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의 원작은 아사하라 나오토가 발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진 웹 소설. 한국에서도 지난 2019년 번역ㆍ출판되었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홍상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셨는데, 작품이 무려 야외상영까지 되었습니다.

구사노 쇼고
너무 기뻐요! (웃음) 이왕이면 현지에서 한국 관객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진짜 아쉽고요.

 

홍상현

다음은 "홍상현의 인터뷰"를 통해 뵙는 분들에게 매번 드리는 질문인데요.

평소 한국영화를 즐겨보시는지요. 혹은 좋아하시는 작품이나 감독, 배우가 계신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구사노 쇼고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 이창동 감독, 그 외에도 꼽아보면 끝이 없을 정도로 좋아하는 감독이 많아요. 수많은 영화들 가운데 특히 마음에 드는 작품은 <괴물>입니다. 최근에는 <극한직업>을 박장대소하면서 봤고요.

요즘 한국영화는 오락성과 예술성 모두를 포기하지 않고 대단히 높은 수준에서 양립시키는 작품이 부지기수죠. 이 모든 것이 성숙한 제작자와 관객이 존재하는 환경 덕분 아닐까 합니다.

 

홍상현

전작인 <러브 레시피>가 한국에서 공개되었지만(이번 초청작도 한국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감독에 대해 모르시는 관객이 많은데요.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구사노 쇼고

아, 물론이죠! (웃음)

안녕하세요! 구사노 쇼고입니다.

대학 시절부터 자주제작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 영화 만들기를 업으로 하고 있고요. 이번작품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과 전작 <세상에서 가장 긴 사진>에서는 직접 시나리오도 썼습니다.

커리어가 쌓이면서 TV드라마를 연출할 기회도 많아졌는데요. 가장 최근에 연출을 맡은 작품은 <사라진 첫사랑>이라는 8부작 미니시리즈였어요.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처럼 고교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청춘드라마인데요. 4편의 에피소드를 담당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초청을 계기로 한국 관객 여러분께 제 작품을 소개해드릴 기회가 점점 늘어났으면 좋겠네요.

 

‘서점’은 내내 평행을 이루던 준과 사에의 일상이 겹쳐지기 시작하는 공간. 사에는 바로 이곳에서 평소 호감을 느끼던 준에게 BL물 마니아라는 ‘정체’를 들키고 만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서점'은 내내 평행을 이루던 준과 사에의 일상이 겹쳐지기 시작하는 공간. 사에는 바로 이곳에서 평소 호감을 느끼던 준에게 BL물 마니아라는 '정체'를 들키고 만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홍상현

그간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게 활약해오셨지만, 특히 청춘영화와 코미디 등에서의 재능이 돋보이시는데요.

구사노 쇼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쁘고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청춘영화는 보는 것도 찍는 것도 아주 좋아해요. 다만, 장르상으로 청춘영화일지라도 리얼리티가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코미디의 경우, 보는 건 좋아하지만 찍는 것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두려움이 있습니다. 너무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어떻게든 영화의 표현에 있어 유머를 소중한 요소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어요. 일상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계속 정색하고 있는 걸 잘 못 하는 스타일이라서 말이죠. (웃음)

 

홍상현

네. 인터뷰어인 제가 보기에도 충분히 밝고 쾌활한 분이시라는 게 느껴집니다. (웃음) 그럼 슬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요?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은 한국에서도 번역ㆍ출판된 아사하라 나오토 씨의 동명 장편소설이 원작입니다. 이미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만큼 화제작이기도 한데요. 그런 원작으로 '구사노 쇼고 영화'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주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셨나요.

구사노 쇼고

영화를 만들 때 가장 마음이 쓰였던 부분은 주인공에게 반감을 가진 '오노(미우라 료타 분)'라는 인물을 어떻게 그리면 좋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소설이 준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 있는 까닭에 그와 관련해서는 이미 영화로 다 보여주기 힘들 정도의 정보나 감정이 존재하거든요, 따라서 소설에 나타나있는 캐릭터를 어느 정도 참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물설정이 가능했지만 같은 반 친구인 오노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어요. 그래서 동성애에 대해 올바른 지식이 없는 것에서 편견, 혹은 악의를 가진 현실 속 인물을 반영해봤습니다. 창작을 하되 관객이 '알고 있는 법한 개연성을 가진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얼핏 여느 고교생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준은, 성인남자친구를 둔 게이. 다소 위태롭지만 그럭저럭 평범한 모양새를 유지하던 그의 일상은 같은 반 친구, 사에의 개입으로 파란에 휩싸인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얼핏 여느 고교생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준은, 성인남자친구를 둔 게이. 다소 위태롭지만 그럭저럭 평범한 모양새를 유지하던 그의 일상은 같은 반 친구, 사에의 개입으로 파란에 휩싸인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홍상현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은 동성애와 그에 대한 편견이라는, 사회적으로 볼 때 결코 가볍지 않은, 아니, 자칫 무거운 사회파 영화가 되기 쉬운 제재에서 출발해 젊은 세대의 감성에 어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사노 쇼고

룩(look)도 내용도 무겁기만 하면 소구하고 싶은 타깃층에 다가가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서 무겁지 않은, 보고 난 뒤 상쾌함이 느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오락성과 예술성, 그리고 메시지가 서로 균형을 이루는 작품을 목표로요. 그런 맥락에서 방금 해 주신 말씀은 제 의도가 성공적으로 실현되었다는 평가이기도 한데요. 너무 기쁘고 감사하네요. (웃음)

현실에서도 설교자체는 사람들한테 큰 울림을 주지 못하잖아요. 감독으로서, 꽃을 건네주기보다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홍상현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은 아름다운 미장센 등 조형적인 면에서 무척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구사노 쇼고

원작을 읽는 내내 어떤 투명감이 느껴졌고, 유독 '물'의 이미지를 가진 장소가 많이 등장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비주얼 면에서도 투명감과 함께 물, 그리고 이를 연상시키는 하늘색의 컬러에 큰 비중을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울러, 이야기의 전반부에서는 준을 따라가기는 해도 지나치게 가까워지지 않는 시점을 유지했던 한편, 후반으로 넘어와서는 여러 인물에게 점층적으로 다가가 봤습니다. 이런 구상이 효과적으로 실현된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게이인 준에게 유난히 거부감을 드러내는 ‘오노(미우라 료타 분)’는 구사노 쇼고 감독이 가장 공을 들여 만들어 낸 인물. 창작을 하되 관객이 ‘알고 있는 법한 개연성을 가진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게이인 준에게 유난히 거부감을 드러내는 '오노(미우라 료타 분)'는 구사노 쇼고 감독이 가장 공을 들여 만들어 낸 인물. 창작을 하되 관객이 '알고 있는 법한 개연성을 가진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홍상현

최근 <은밀한 비밀 계정>이 한국에서 공개되기도 했던 카미오 후주 배우는 농밀한 러브신까지 소화하는 등 실로 헌신적인 열정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아역시절의 커리어야 있지만 이번 작품은 정말 대단한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요.

구사노 쇼고

그렇죠. (웃음) 하지만 정말 멋졌던 건 말씀처럼 카미오 배우 자신 본인이 "대단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을 저 또한 느끼게 하기보다, 첫 촬영부터 지극히 평온한 느낌으로, 줄곧 '준'의 모습이 되어 현장을 지켜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어딘가 모르게 그늘이 느껴지는 모습이라든가 표정 하나하나가 제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준의 이미지 그 자체였어요. 제 쪽에서 밀어붙인 게 아니라 카미오 배우 스스로 과함이나 부족함 없이 준을 그려냈다고 할까요.

촬영을 끝내면서 카미오 배우는 '감독님이 너무 아무 코멘트도 하지 않으셔서 불안했다'던데 (웃음) 저로서는 오히려 제가 불필요한 디렉션을 해서 완벽하게 준비한 연기를 망칠까 두려웠을 뿐입니다.

 

홍상현

카미오 배우와 훌륭한 캐미스트리를 보여준 야마다 안나 배우의 연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노루귀꽃>이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지오라마 보이 파노라마 걸> 등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에서의 모습은 특히 개성이 넘쳐서 좋았어요. 야마다 배우에게 어떤 디렉션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구사노 쇼고

'사에'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니까 전반부에서는 진지하기보다 좀 코믹한 느낌으로 풍부한 표정연기를 보여 달라고 부탁했어요. 준과 사에의 관계를 흡사 달과 태양 같은 관계로 설정해 시나리오를 썼다는 설명도 했고요. 그 밖에 사에는 심지가 강한 인물이지만 겉으로 그런 면모가 드러나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체의 움직임도 최대한 부드러운 느낌이면 좋겠다'는 주문을 덧붙였습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은 아름다운 미장센 등 조형적인 면이 돋보이는 작품. 구사노 쇼고 감독은 “원작을 읽는 내내 어떤 투명감이 느껴졌고, 유독 ‘물’의 이미지를 가진 장소가 많이 등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은 아름다운 미장센 등 조형적인 면이 돋보이는 작품. 구사노 쇼고 감독은 "원작을 읽는 내내 어떤 투명감이 느껴졌고, 유독 '물'의 이미지를 가진 장소가 많이 등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홍상현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에서 특히 새로웠던 건 클래스의 학생전원이 동성애에 대한 생각을 직접 이야기하는 시퀀스였습니다. 보통이라면 뭔가 어색한 느낌으로 오히려 작품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을지도 모르는 이 부분이 작품과 훌륭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구사노 쇼고

아, 그건 제가 영화를 만들면서 간혹 끼워 넣는 기법이기도 한데요. 클래스메이트 역의 오디션을 할 때 자원자들에게 동성애에 대해 실제로 토론을 해 주십사 부탁드렸어요. 그리고 난 뒤 토론에서 나온 말들을 대본에 반영했고요. 그 밖에 시나리오 준비를 위해 취재를 하던 과정에서 인상깊었던 내용들도 추가했죠.

무엇보다 캐스트 여러분이 무척 자연스럽게 연기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홍상현

지금도 충분히 멋진 감독이시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데요.

구사노 쇼고

감사합니다.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나 주제를 무겁지 않게, 유머를 곁들여 그리는 영화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또, 앞으로도 오랫동안 청춘영화를 만들고 싶은데요. 연령대를 고등학생으로 한정하지 않고 국적을 초월해서 여러 나라의 연기자들이 나오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음악에 관한 신작도 구상 중이고요.

 

구사노 쇼고 감독은 말한다. “현실에서도 설교 자체는 사람들한테 큰 울림을 주지 못하잖아요. 감독으로서, 꽃을 건네주기보다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구사노 쇼고 감독은 말한다. "현실에서도 설교 자체는 사람들한테 큰 울림을 주지 못하잖아요. 감독으로서, 꽃을 건네주기보다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C)2021 What She Likes Film Partners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는 남들 앞에서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기호를 가진 두 사람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털어놓기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해주죠.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 아닐까요? 여태껏 우리가 들을 수 없었던 건지, 혹은 들리는데 애써 들으려 하지 않았던 건지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구사노 감독의 어조에서 왜인지모를 설렘이 느껴졌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의 현지개봉이 확정되어 바쁜 스케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취재에 협조해준 관계자의 설명은 달랐다. '인터뷰를 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및 야외상영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의 벅찬 감정이 되살아난 모양'이라고. 역시나 이야기가 마무리될 즈음 '아무쪼록 작품을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며 덧붙이던 말에서도 절절함이 배어나왔다.

부디, 유쾌한 성품과, 못지않은 진정성이 균형을 이루는, 이 멋진 작가와 한국의 관객들이 함께 영화를 보고 맘껏 수다를 떨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분명 '상영 후 30분' 정도로는 부족할 테다.

홍상현
홍상현
《코아르》 운영위원, 다카사키영화제 시니어 프로듀서.
 정치학과 영상예술학 두 분야의 학위를 소지. 인문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으로 한ㆍ일 양국 매체에 분석 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시미즈 연구실 출신.
 프로듀서를 맡은 장편다큐멘터리영화 <포 디 아일랜더스>는 2008년 제주영화제 개막작이었다. 2013년부터 월간 《게이자이》에서 담당하는 경제평론 지면이 에히메대 와다 제미나르의 교재로 쓰인다.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소개해 온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선정하는 "새계의 영화인 7인" 중 1인이며 일본 TBS(채널 6)주최 디지콘6 아시아 심사위원, 《마이니치신문》 영화웹진 《히토시네마》 필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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