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연상호, "담론을 생산해내는 작품이 되길"
'지옥' 연상호, "담론을 생산해내는 작품이 되길"
  • 오세준
  • 승인 2021.11.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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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연출 연상호) 제작발표회가 16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이 참석했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첫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초청, '서울역' '부산행' '반도' 연작을 통해 K좀비 신드롬을 일으켰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 넷플릭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지옥'에 대해서 "서울 한복판서 초자연적 현상이 일어나고 혼란해진 사회 여러 신념 가진 사람들이 충돌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최규석 작가와 함께 쓴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해서 넷플릭스 시리즈로 만들어지게 됐다"며, "배우분들이 연기해주신 캐릭터들이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는, 있을 법한 인간들이라 생각한다. 다들 각자 갖고 있는 신념이 있는 인물인데 그 신념들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 모습을 통해 사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으로 시리즈 연출에 도전한 소감에 대해서는 "이전 작업과 다르지 않았다. 영화를 연속으로 찍는 느낌이었다"며 "영화를 네 편을 찍는 느낌 같았다, 영화를 찍을 때와 마음가짐은 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아인은 극 중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 역을 맡은 유아인은 "극 중 정진수는 초자연적이고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는 세상에 의미와 질서를 부여하고 정의롭게 살 것을 사람들에게 권장하는 그런 인물이다. 스스로 교주라고 하지 않지 않지만 미스터리 현상을 쫓아서 밝히고 다니는, 스스로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많았던 대사량을 언급한 유아인은 "이번 작품 대사량이 최근 다섯 작품을 합친 정도의 양이었다"며, "아예 목소리를 내지 않은 작품도 있었는데 대사 부담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대사라기보다 인물에게는 말인데, 말을 실제로 내뱉는 순간 만들어지는 내면의 상태, 외부의 공기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순간순간 연기하면서 그 정도의 분량을 쌓아나가는 순간들이 굉장히 괴롭기도 하고 지나고 보니 흥미롭고 짜릿한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출연 이유에 대해 "제목 자체가 너무 생소했다. 지옥에 대한 콘셉트 이미지는 여러 작품에서 봤지만 지옥이라는 제목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을 처음 받게 돼서 그 자체로 끌림, 호기심이 생겼다"며, "연상호 감독님의 세계에 내가 들어가면 어떤 느낌일까 이런 게 궁금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캐릭터가 어떻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글이 워낙 잘 쓰여 있었고, 현장에 임하면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저를 풀어놨던 편인 것 같다. 감독님과 사전 협의가 있긴 했지만 사전에 그 인물에 대한 설계나 계획을 갖고 임했다기보다는 현장 속에서 그 인물이 어떻게 반응하고 어느 시점 나아갈지 스스로 열어뒀다"고 밝혔다.

새진리회에 맞서는 변호사 민혜진을 연기한 김현주는 "'지옥'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굉장하구나 처음 느껴봤다"며, "원작이 있거나 실존 인물을 표현하는 게 창작해낸 인물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해서 그런 도전을 꺼렸던 게 있었다. 그런데 웹툰을 봤을 때 사실적으로 표현된 인물이나 표정, 감정이 와닿았는데 '얼마큼 내가 표현할 수 있을까' 모험심이 있었다. 새로운 작업 현장에 참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옥'에 대해서는 "연상호 감독님 작품을 보면 비현실적인 초자연 현상 이야기를 해오셨는데 하고 싶은 얘기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이야기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다. 이상적인 캐릭터보다는 오히려 더 현실적인 인물, 더 흔들릴 수 있는 인물, 그게 오히려 더 힘든 캐릭터라 생각했다"며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가까운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민혜진은 정진수의 그 반대편에 있는 인물"이라며 "저는 김현주 배우의 아주 오랜 팬이기도 하다"며, "업계에서 오래 쌓아온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 그런 것들이 베이스가 된다 생각했다. 이것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김현주 배우 외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나의 드래곤볼을 모은 것"이라며 캐스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 넷플릭스

새진리회의 진실을 파고드는 방송국 PD 배영재로 등장한 박정민은 "원작 웹툰을 먼저 보게 됐는데 '이 초자연적 현상이 현실에 반영이 돼 있지 않을까' 했다. 이게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그 의미를 담은 작품을 드라마로 만든다고 해서 굉장히 뜻깊었다. 말씀하신 것처럼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은 많지만 웹툰을 만든 사람이 이런 시리즈로 만드는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에 발을 담글 수 있다는 게 의미가 깊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너무나 사랑했던 웹툰이 고스란히 영상화돼서 행복했다. 원작 웹툰의 의미와 메시지를 너무 깊이 공감하고 좋아하는 독자이자 관객"이라며 원작 웹툰의 추천사를 썼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연상호 감독은 박정민의 활약을 전했다. 그는 "4화가 새롭게 세팅이 되는 에피소드"라며 "배영재는 관객과 닮은 욕망을 가진 인물로 극을 끌어간다"며 "배영재가 새로워진 세계에 관객을 끌고 가는데 그런 과정에서 박정민 배우 본인의 계획이 있었다, 연기가 제가 생각한 것과 달랐는데 본인만의 계획이 있더라, 그런 계획 아래에 굉장히 치밀하게 움직이는 박정민 배우였다"고 칭찬했다.

믿을 수 없는 지옥행 고지에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마주한 배영재의 아내 송소현으로 활약한 원진아는 출연 이유에 대해 "책을 봤을 때 굉장히 비현실적인 배경 안에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며 "연상호 감독님의 세계관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같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지옥행 시연을 수사하는 형사 진경훈 역을 연기한 양익준은 "지옥이라는 세계가 지옥이라는 현실 안에 벌어지는 지옥 같은 감정의 세상"이라며 "그게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연상호 감독님의 애니메이션 목소리 녹음을 몇 번 했는데 감독님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어떤 부분이 독창적이더라"며 "그걸 영화에서 경험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지옥'은 제46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이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공식 초청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잇따라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의 초청 받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은 "소비되는 작품이 아니라 담론을 생산해내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유아인은 "스스로 느낌 그 자체에 집중하면서 즐겨 달라. 인생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했다. 원진아는 "숨어있는 다양한 역할이 있다. 그들도 눈여겨봐 달라"고 관심을 요청했다.

한편, '지옥'은 오는 1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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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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