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 마망' 절제와 생략을 통해 전달하는 강렬한 감정
'쁘띠 마망' 절제와 생략을 통해 전달하는 강렬한 감정
  • 선민혁
  • 승인 2021.10.14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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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적인 무언가를 느꼈지만, 감동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어린 소녀 넬리(조세핀 산스)는 시골집을 방문한다. 엄마가 유년시절을 보낸 그곳에서, 엄마는 어떤 이유에선지 도시로 먼저 떠나고, 넬리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혼자 놀다가 또래 친구를 만나게 된다. 친구의 이름은 '마리옹'인데, 넬리의 엄마와 이름이 같다. 우연인 줄 알았으나, 친구의 집은 넬리가 머물고 있는 시골집과 똑같이 생겼다. 게다가 친구의 엄마는 돌아가신 넬리의 할머니와 이름 및 특징이 같다. 넬리가 만난 친구 마리옹(가브리엘 산스)은 엄마의 과거인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되지 않지만, 넬리와 마리옹은 친구로서, 그리고 미래의 모녀 사이로서 서로 교감한다.

 

ⓒ 찬란

영화를 보기 전에 이러한 줄거리를 본 이들은 <쁘띠 마망>이 다소 작위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딸과 어머니 사이의 감정에 대한 주제를 1차원적인 설정을 통해 풀어나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관객들이 이러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게 만드는 '강한 힘'이 있다.

우선, <쁘띠 마망>은 시각적으로 만족스럽다. 할머니의 병원 장면을 제외한 대부분 장면이 시골집과 그 주변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이러한 한정적인 로케이션에서도 셀런 시아마 감독은 다채로운 비주얼들을 만들어낸다. 이 다채로움에는 일관성이 있어 산만하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한다. 한 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에 기대한 것보다 더 풍요로운 화면을 영화는 관객들에게 남긴다. 청각적으로도 만족스럽다. 적절한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영화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면서도 노골적이지 않으며 엔딩 크레딧에 흘러나오는 음악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영화의 이미지가 훌륭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며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특별한 점은 이게 다가 아니다. <쁘띠 마망>은 이미지적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절제와 생략을 통해 감동을 준다. 슬픈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문장은 '나는 지금 슬프다'가 아니다. 어떤 사건에 대한 모든 정황을 자세하게 설명할수록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파악하기가 쉽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건에 포함된 인물에게 공감하기가 더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인물의 감정을 눈물이나 고백 등 단순한 한 가지의 행동으로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대신 사소한 여러 행동을 통해 돌려서 이야기한다.

 

ⓒ 찬란
ⓒ 찬란

넬리는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후회스럽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할머니가 살던 집을 정리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시골집을 찾았는데, 엄마는 넬리를 두고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이 도시로 먼저 떠나버린다. 아빠와 함께 있기는 하지만, 넬리는 아무런 설명 없이 자신을 두고 가버린 엄마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넬리는 부모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궁금해하곤 했는데, 부모는 넬리가 듣고 싶어하는 '중요한' 이야기를 잘 해주지 않는다.

그러던 중 넬리는 마리옹을 통해 엄마의 어린시절 그 자체를 만난다. 넬리는 마리옹과 시간을 보내며 즐거워하지만, 현재의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과거의 엄마인 마리옹과 곧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쉬워하기도 한다. 이러한 넬리의 마음은 관객들에게 전달되는데 영화는 이를 직설적이고 단순한 방법으로 하지 않는다. 단지 넬리가 일상을 보내며 아빠에게, 엄마에게, 마리옹에게, 과거의 할머니에게 하는 이야기와 행동들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넬리와 속한 세계의 모든 것을 구구절절이 설명하지는 않는다. 넬리의 아빠가 마리옹과 시간을 보내야 해서 도시로 돌아가는 것을 미루겠다는 넬리에게 자세한 것을 묻지 않는 것처럼, 적절한 여백을 남긴다.

 

ⓒ 찬란

넬리가 보내는 잔잔한 일상은 역동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이상하게도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감정은 너무나도 강하다. <쁘띠 마망>은 특정한 장면에서 울음을 터뜨리라고 관객에게 요청하지 않지만, 러닝타임이 흘러가는 동안 인물의 감정은 종이가 물에 젖듯 관객들에게 서서히 스며들어 영화가 끝난 후에 우리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무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지만 이 감정은 단지 슬프다는 것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내가 찾은 최선은 '감동을 받았다'였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쁘띠 마망
Petite Maman
감독
셀린 시아마
Celine Sciamma

 

출연
조세핀 산스
Josephine Sanz
가브리엘 산스Gabrielle Sanz
니나 뫼리스Nina Meurisse
마고 아바스칼Margot Abascal

 

배급|수입 찬란
제작연도 2021
상영시간 72분
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21.10.07

선민혁
선민혁
《코아르》 영화전문기자.
 영화를 보는 것은 현실을 잊게 해주기도 하고, 더 자세히 보게 해주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부분들을 기억하고 공유하고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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