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 평범한 이야기로 풀어낸 특별한 사정
'코다' 평범한 이야기로 풀어낸 특별한 사정
  • 선민혁
  • 승인 2021.09.23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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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것이 적어도 '더 나은 선택'인 것은 분명하다"

<코다>의 서사는 기본에 충실하다. 주인공 루비(에밀리아 존스)는 이루고 싶은 것이 있고 지켜야만 하는 것이 있다. 지켜야만 하는 것은 이루고자 하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며, 루비는 딜레마를 겪는다. 이 영화는 또한 청춘 드라마로서도 정직하다. 하이스쿨 스튜던트인 루비는 깔끔한 이미지의 남학생을 짝사랑하며 설렘에 휩싸이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코다>는 전형적인 이야기로 읽히기도 한다.

소리를 들을 수 없고 말을 할 수 없는 부모와 오빠를 가진, 가족 중 유일하게 농아가 아닌 주인공 루비(에밀리아 존스)는 아이러니하게도 노래가 하고 싶다. 게다가 짝사랑하는 남학생이 합창부에 들어간다. 그래서 루비는 합창부에 들어가고, 담당 교사로부터 인정을 받아 버클리 음대 진학을 권유받는다. 루비도 교사가 제안한 도전을 하고 싶지만, 그녀의 현실은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하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가족의 곁을 떠나 도시로 간다는 결정을 하기가 어렵다. 가족의 생계에서 루비가 차지하는 역할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루비의 가족은 어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데, 그날 잡은 물고기를 도매업자에게 파는 과정에서 루비가 꼭 필요하다. 업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을 듣고, 흥정을 할 수 있는 것은 말을 할 수 있는 루비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비는 새벽 일찍 일어나 아빠, 오빠와 함께 고깃배를 탄다. 루비는 아빠, 오빠와 함께 조업을 하고, 그날 잡은 생선들을 판 후 비린내와 함께 등교한다.

 

ⓒ 판씨네마(주)

가족의 생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가족 중 유일한 비장애인인 루비의 상황은 일반적인 10대와는 다르다. 루비는 명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를 이유로 학교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코다>는 루비의 불행을 강조하여 관객이 그녀를 동정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루비가 가진 아름다운 재능, 청춘 남녀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희망적인 부분들을 이야기한다. 루비는 노래에 재능을 보이며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결국 짝사랑하던 마일스(퍼디아 월시-필로)와 교제하게 되며 가족들의 지지 속에 버클리 음대에 진학하게 된다. 루비가 생계에 참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가족들로 인해 힘들어하며 다투는 등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밝으며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대부분 유쾌한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다.

영화의 이러한 선택이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족 중 유일하게 농아가 아닌, 그래서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생계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십대라는 특별한 설정을 너무나 흔한 청춘 드라마로 풀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코다>의 서사 자체에 몰입이 되지는 않는다. 스토리 전개가 기대되지 않았고 인물들의 내면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것들에 특별한 무언가가 없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코다>는 인물의 불행한 상황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며 동정심을 유발하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영화가 한 더 나은 선택에도 불구하고 이 <코다>는 평범하다. 다른 청춘 드라마 대신 이 영화를 보아야 하는 이유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특별한 설정을 평범한 10대 소녀의 이야기로 풀어낸 영화의 선택을 '더 나은 선택'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는 있다. 강력하고 의미가 있는 한 장면 때문이다.

 

ⓒ 판씨네마(주)
ⓒ 판씨네마(주)

루비는 합창부 담당 교사 베르나르도(유제니오 데베즈)의 제안으로 인해 마일스와 함께 듀엣 공연을 준비한다. 마일스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베르나르도와 갈등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후, 공연 날이 다가오고 듣지 못하는 루비의 가족은 학교 음악회에 참석한다. 루비의 가족은 음악을 들을 수는 없지만 루비의 친구 거티(에이미 포사이스)의 도움으로 아주 조금이나마 공연을 즐긴다. 합창부의 단체 공연이 끝나고, 베르나르도는 루비와 마일스의 듀엣 무대를 소개한다. 무대의 막이 오르고, 루비와 마일스의 모습이 나타난다.

영화 밖의 관객들은 곧 클라이막스 장면이 나올 것이라고 인식하고, 루비와 마일스의 연습 장면에서 일부분만 들을 수 있었던 노래가 어떻게 표현될 것인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루비와 마일스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어떻게 연출될 것인가, 이를 바라보는 루비의 가족은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가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때, 루비와 마일스가 드디어 노래를 시작하려는 순간, 영화의 모든 사운드가 음소거된다.

영화는 갑작스럽게 우리를 딸이 주인공인 음악회에 참석했으나,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루비 가족의 입장에 세운다. 이 순간 우리에게는 이전의 러닝타임에서 피상적으로만 느낄 수 있었던 답답함과 낯섦이 직관적으로 다가오게 되고, 음악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후 루비의 아버지(트로이 코처)가 루비에게 수화로 묻는 어떤 내용의 노래였냐는 질문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갑작스러움은 꽤나 효율적이다. 자비에 돌란의 <마미>에서 주인공 스티브가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좁은 화면을 열어젖히는 장면에서 느꼈던 것과 유사한 영화적 재미를 이 장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 판씨네마(주)
ⓒ 판씨네마(주)

CoDA
코다
감독
션 헤이더
Sian Heder

 

출연
에밀리아 존스
Emilia Jones
퍼디아 월시-필로Ferdia Walsh-Peelo
트로이 코처Troy Kotsur
다니엘 듀런트Daniel Durant
말리 매트린Marlee Matlin
에우헤니오 데르베스Eugenio Derbez
에이미 포사이스Amy Forsyth

 

수입|배급 판씨네마(주)
제작연도 2021
상영시간 111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 202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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