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그래도' 잘 만든 상업영화
<모가디슈> '그래도' 잘 만든 상업영화
  • 선민혁
  • 승인 2021.08.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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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특별한 소재"

지루할 틈 없었다. 121분의 러닝타임은 짧게 느껴졌고, 결국 탈출에 성공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인물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긴장감을 가지고 <모가디슈>(2021)를 보게 되었다.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라고 생각했으며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신선한 한국영화라고 생각했다. 캐릭터들은 명확했고 서사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느꼈다. 관객들이 '신파'라고 부르며 피로감을 느끼는 감정이 과장된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과잉이 없는 깔끔한 영화라고 느꼈다. 스크린 앞에 앉아있는 시간 동안 현실을 잊고 다른 세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즐거운 영화, 꽤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자니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정말 나는 이 영화에 만족하는가, 이 영화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러한 의문의 원인은 '영화가 소재를 다루는 태도'에 있다.

UN가입을 위해 먼 이국인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외교활동을 펼치는 남북한의 외교관들. 그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데, 자신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소말리아에서 내전이 일어난 것이다. 자국의 본부에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이들은 제대로 된 정보조차도 확보하지 못한다. 알아서 생존하고,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와중에 반군은 각국의 대사관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남한 대사관은 참사관 강대진(조인성)의 개인기로 인해 현지 경찰에게 경비병력이라도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북한 대사관은 그럴 틈조차 없었다. 북한 참사관 태준기(구교환)가 정보원으로 활용하던 현지인은 그를 배신하고 북한 대사관을 약탈해간다. 약탈자는 태준기가 그동안 동네 사람들을 챙겨준 대가라며 북한 대사관 사람들의 목숨은 살려주는데, 곧이어 다른 무리가 찾아올 테니 이곳을 떠나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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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엔터테인먼트
ⓒ 롯데엔터테인먼트

북한 대사관 직원들과 가족들은 중국 대사관으로 피신하려 하지만 중국 대사관 일대는 이미 반군이 장악하고 있었고, 이동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 경비병력이 지키고 있는 남한 대사관을 발견한다. 림용수 북한 대사(허준호)를 비롯한 직원들은 결국 남한 대사관에 피신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남한의 한신성 대사(김윤석)는 처음에는 이들의 부탁을 거절하려 하나, 강대진 참사관은 이들을 전향자로 처리할 계획을 세우고, 한신성 대사를 설득하여 이들이 남한 대사관으로 들어오게 한다. 적대적인 관계였던 이들은 이렇게 동거를 시작하게 되고, 생존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함께 행동하게 된다.

서로 적이었던 사람들이 같은 목적을 함께 이루고자 한다는 스토리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이것이 펼쳐지는 무대가 내전이 발발한 모가디슈라는 땅이라는 점, 이 땅에서 이념으로 인해 분단된 남한과 북한 대사들이 UN가입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는 점은 일반적일 수 있는 '적과의 협력' '매우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남기'라는 스토리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러한 특별한 배경에 대한 질문을 영화가 관객들에게 던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류승완 감독의 전작 <군함도>(2017)에 대한 비판을 고려하여, 영화를 깔끔하게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둔 탓인지, <모가디슈>는 소재를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 국가에서 벌어지는 집단 간의 대립 속에서,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만 하는 대사관의 딜레마를 강조할 수도 있을 것이고 힘없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땅에서 가지고 있는 공권력을 총동원하여 자신들의 생존에만 집중해야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 그리고 그것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관객들의 마음을 통해 아이러니를 드러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프리즌 이스케이프>(2020, 감독 프란시스 아난)에서 느꼈던 것과 유사한 아쉬움이 <모가디슈>에서 느껴진다. <프리즌 이스케이프>는 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가 시행되던 시절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투쟁하다가 수감된 백인 주인공들이라는 특별한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탈출 스릴러 자체에 집중한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프리즌 이스케이프>의 선택을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가 탈출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를 확실하게 구현해 냈기 때문이었다.

<모가디슈>역시 관객이 시간을 잊게 하는 잘 만든 상업영화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것보다 스토리 자체에 집중한 영화의 선택을 충분히 지지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가디슈>에서의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이 영화가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참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고 있는 모가디슈의 사람들과 권력자들, 그리고 남북한의 외교관들을 담은 카메라의 시선과 인물들이 주고받는 몇몇 대사에서는 어떠한 의도가 있었다고 느껴졌으나, 영화는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글 선민혁 기자, sunpool2@ccoart.com]

 

ⓒ 롯데엔터테인먼트

모가디슈
Escape from Mogadishu
감독
류승완

 

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김재화
박경혜

 

제작 덱스터스튜디오, 외유내강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연도 2021
상영시간 121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1.07.28

선민혁
선민혁
영화를 보는 것은 현실을 잊게 해주기도 하고, 더 자세히 보게 해주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부분들을 기억하고 공유하고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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