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th BIFAN]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25th BIFAN]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 선민혁
  • 승인 2021.07.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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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상상이 탁월한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블루' 초청작으로 야마구치 준타(YAMAGUCHI Junta) 감독이 연출했다. 2005년부터 극단 유로파기획에서 활동한 야마구치 준타 감독은 단편영화, 드라마, 광고, 다큐멘터리 등을 연출했는데,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첫 장편영화 연출작이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거울 속의 무한반복 이미지를 뜻하는 '드로스테 효과'를 아이디어로 하여 극을 전개한다. 주인공인 카토는 카페를 운영하며 기타 연주를 취미로 하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을 마친 그는 카페 위층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기타를 연주하려고 한다. 그때 갑자기 방에 놓인 모니터에 미래의 자신이 나타나 말을 건다. 미래의 자신은 카페에서 말을 하고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지는 모르겠지만, 카토의 방에 있는 모니터와 카페에 있는 모니터는 2분 차이로 연결되어 있다. 두 모니터에는 모두 캠이 달려 있어 카페에서 방을, 방에서 카페를 볼 수 있다. 카페에 있는 모니터가 2분 미래에, 방에 있는 모니터가 2분 과거에 있는 것이다.

카토는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고 혼란스러워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기도 전에, 카페에 지인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게 되고, 그들은 이러한 시차 모니터를 보고 흥분한다. 카페에 모인 이들은 카토의 방에 있는 모니터를 통하여 미래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카토는 미래를 아는 것은 무서우니 좋지 않다고 말하며 이들이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는 것을 말리지만 카토를 제외한 이들은 즐거워하며 카토의 방으로 올라가 2분뒤 미래를 마주한다. 이들은 알아낼 수 있는 미래가 고작 2분뒤라는 것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더 먼 미래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카토의 방에 있는 모니터를 카페로 가지고 내려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모니터를 서로 마주 보게 한다. 이렇게 하면 엘리베이터의 마주보고 있는 거울처럼, 모니터 속에 모니터가 끝없이 보이게 되어 4분, 6분, 8분, 10분, 12분··· 뒤의 미래까지 볼 수 있다. 카토는 계속 미래를 알아봐야 좋을 것이 없다며 이들을 말리지만, 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 같은 영화의 설정처럼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 이는 '과거로 돌아가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과 같을 것이다. 다른 전공을 선택하든, 크립토에셋을 매수하든, 무언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행동을 할 것이다. 영화 속의 인물들도 마찬가지로 미래를 알 수 있게 된 이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어쩐지, 자꾸만 미래에 끌려다니게 된다. 자신들이 본 미래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다. 그렇지 않으면 모순이 일어나 큰일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의 시간은 정해진 미래대로 흘러간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아는 것일 뿐, 다가올 미래를 바꾸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일관되게 유쾌함을 유지한다. 저녁의 카페에서 일과를 마친 이들이 '드로스테TV'를 발견하고 이것을 통해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과, 주인공 카토와 메구미(아사쿠라 아키)가 결국 자신들이 본 미래에 끌려가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함께 즐거워지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드로스테TV'가 있는 카페에 그들과 함께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제한된 공간을 핸드헬드 카메라를 이용해 원테이크로 촬영된 것처럼 보이게 담았는데, 이는 관객이 현장감을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오자와(사카이 요시후미)가 카토 방의 모니터를 카페로 가져와 두 모니터를 마주 보게 하여 '드로스테TV'를 만드는, 2분 전의 과거-현재-2분 후의 미래가 연결되는 장면에서는, SF적 상상력을 탁월하게 구현해낸. 잘 만든 SF영화의 한 장면을 볼 때와 같은 감탄을 할 수 있었다.

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설정을 영화는 적절한 장면들을 통해 설명하고, 사건과 갈등을 통해 극에 긴장감을 부여하면서도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한다. 잘 만든 SF영화이자 자연스럽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드라마이다. 영화가 끝나고 쿠키 영상이 나오면,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이 놀랍게도 스마트폰으로 촬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  EUROPE KIKAKU
영화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포스터 ⓒ EUROPE KIKAKU

 

선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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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것은 현실을 잊게 해주기도 하고, 더 자세히 보게 해주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부분들을 기억하고 공유하고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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