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라마 보이 파노라마 걸>은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블루' 초청작으로 세타 나츠키(SETA natsuki)감독이 연출했다. 오사카 출생으로 도쿄예술대학 대학원 영상연구과를 졸업한 세타 나츠키 감독은 구로사와 기요시, 기타노 다케시의 지도 아래 졸업영화 <저편에서 온 편지>(2008)를 연출했다.
오카자키 쿄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지오라마 보이 파노라마 걸>은 소녀 시부야 하루코(야마다 안나)와 소년 카나가와 켄이치(스즈키 진)의 청춘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고등학생 하루코는 집에서 동생, 동생의 친구와 비디오 게임으로 내기를 했다가 패배하고, 승자가 요구한 물건들과 엄마가 심부름을 시킨 우유를 사러 편의점으로 향한다. 만화잡지 신간호와 쑥떡, 우유 등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던 하루코는, 켄이치가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하루코는 켄이치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도록 돕고, 얼떨결에 만화잡지와 쑥떡까지 줘버린다. 우유는 긴장한 하루코가 마셔버린다.
그리고 하루코는 그날 처음으로 본 켄이치를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켄이치는 다른 여성을 좋아하고 있다. 켄이치는 자신에게 학교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게 되어,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둬버린다. 그리고는 번화가에서 우연히 마유미(모리타 미사토)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매혹된다. 마유미는 매춘을 하고 있는데, 켄이치는 그녀를 소유하고 싶어하지만 그럴 수 없다. 마유미는 켄이치가 요구하는 대로 매춘을 그만둘 생각이 없으며 누군가와 사귀는 사이가 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켄이치는 이러한 사실에 절망한다.
<지오라마 보이 파노라마 걸>이 이야기하는 청춘에는 어떤 리듬감이 있다. 교실의 발코니에서 사랑을 이룰 수 있도록 '포스'를 달라며 친구들과 명랑하게 뛰어놀던 하루코는 시련을 경험하고 쓸쓸해졌다가, 다시 도쿄의 밤거리를 달리며 PARCO 백화점의 P를 언젠가 모두 자신의 이름과 같이 H로 바꾸겠다고 이야기하는 등 활발해진다. 역동적이었던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자, 하루코는 다시 차분해지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의 오르내림은 반복된다. 켄이치도 마찬가지이다. 호기롭게 학교를 그만두었던 켄이치는, 다음 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혼자서 눈물을 흘린다. 학교에 돌아가 다시 받아 달라고 빌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매혹적인 마유미를 만나 시간을 보내며 즐거워하다가, 그녀를 자신이 완전하게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에 우울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리듬은 <지오라마 보이 파노라마 걸>이 청춘에 대해 단편적인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지 않다고 느끼게 만든다.
<지오라마 보이 파노라마 걸>이 보여주는 청춘들의 모습은 도쿄의 화려한 번화가처럼 분명히 생동감이 넘치지만, 이들이 그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루코와 켄이치는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없다. 하루코는 켄이치를 마주친 후, 그와 사랑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시간이 지난 후 켄이치는 그녀를 기억하지도 못한다. 켄이치는 자신감에 차서 결정했던 선택을 후회하고 혼자서 눈물을 흘린다. 그가 사랑하는 마유미의 마음은 켄이치와는 너무나 다르다. 결국, 마유미는 지구 반대편으로 떠난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어 절망을 겪더라도 이들은 생명력이 넘치며, 주변에는 이것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코의 친구 카에데(타키자와 에리카)는 하루코가 실연을 한 이후에도 즐거울 수 있게 만들어 주며, 카에데의 누나 사카에(나루미 리코)는 카에데의 선택을 비난하지 않는다. <지오라마 보이 파노라마 걸>을 통해 밝은 낮이었다가, 화려한 밤이었다가, 조용한 새벽이 되기도 하는 도쿄의 청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