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th BIFAN] <여보 미안해> 흥미로운 이야기
[25th BIFAN] <여보 미안해> 흥미로운 이야기
  • 선민혁
  • 승인 2021.07.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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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이 흥미로운 스토리를 전개한다"

<여보 미안해>는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레드' 초청작으로 카자흐스탄 감독 예르나르 누르갈리예프(Yernar NURGALIEV)가 연출했다. 카자흐스탄 국립예술아카데미에서 회화를 전공한 예르나르 누르갈리예프 감독은 편집자로 오랫동안 활동해왔으며 두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했다. <여보 미안해>는 연출, 각본, 편집, 제작까지 도맡은 그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영화의 주인공 '다스탄'은 일상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은행에서는 대출 상환을 촉구하는 전화가 오고, 첫 출산을 앞둔 아내와도 갈등한다. 아내의 잔소리 등 압박에 피로감을 느끼는 다스탄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성인용품 사업가 아르만, 지역 경찰 무랏, 그리고 다스탄 이 세 친구들은 봉고차를 타고 교외의 낚시터로 출발하는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했던 이 여행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서바이벌로 바뀐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예상치 못했던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이다. 강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낚시를 하던 세 친구들은 한 폭력조직이 살인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폭력조직은 세 친구들을 쫓고, 세 친구들은 도망친다. 그런데 이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한 인물이 더 엮이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복잡해진다. 폭력조직은 차를 타고 강가로 오던 중 개 한 마리를 로드킬한다. 하필 이 개의 주인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추격해왔던 것이다.

세 친구들은 폭력조직을 피해 도망치고, 개 주인은 폭력조직의 멤버들을 모두 살해하기 위해 그들을 쫓고, 이 와중에 다스탄은 아내의 양수가 터졌다는 연락을 받으며, 정신없이 달리다가 결혼반지를 잃어버리기까지 한다. 주유소에서 만났던 어딘가 무서운 부녀에게 다스탄이 납치를 당하는 일도 생긴다. 고통스러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해방감을 느끼고자 했던 다스탄은 훨씬 더 고통스러운 상황에 부닥치게 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갈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세 친구들은 싸우기도 했다가 화해하고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여보 미안해>가 일상의 소중함이나 친구들의 우정을 교훈으로 전달하는 뻔한 영화로 읽히지는 않는다. 이러한 주제가 드러나는 장면들이 있으나 과하게 강조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여보 미안해>는 무엇에 대한 영화인가?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누군가는 <여보 미안해>의 씬들과 서사에서 흥미롭고 철학적인 어떤 의미들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보 미안해>를 그냥 재미있고 즐거운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여보 미안해>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고, 스릴이 넘쳐 긴장감을 가지고 러닝타임 내내 몰입하게 되어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을 영화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이 영화는 분명히 매력이 있다. <여보 미안해>에는 꽤 많은 수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각자의 일관된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며 이 캐릭터들은 결정적인 순간에서 위트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스토리 전개에 대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또한 그냥 소비되는 인물이 없다.

잠깐 등장하고 마는 줄 알았던 인물도 그 존재를 잊고 있을 때쯤 다시 등장해 주어진 역할을 다한다. 영화의 주된 소재인 추격전 또한 관객에게 긴장감을 최대치로 선사하는 스토리라고 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전개를 가지고 있어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85분의 러닝타임은 금방 지나간다. <여보 미안해>의 생동하는 인물들은 상호작용하며 이들은 유머와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충분히 좋은 영화가 아닌가.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영화 '여보 미안해' 포스터 ⓒ Art Dealers

 

선민혁
선민혁
영화를 보는 것은 현실을 잊게 해주기도 하고, 더 자세히 보게 해주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부분들을 기억하고 공유하고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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