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th JIFF] '2021 전주 컨퍼런스', 한국의 영화제작과 OTT의 만남 ②
[22th JIFF] '2021 전주 컨퍼런스', 한국의 영화제작과 OTT의 만남 ②
  • 문건재
  • 승인 2021.05.1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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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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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프로젝트가 진행한 '전주컨퍼런스 세션2: 한국의 영화제작과 OTT의 만남'이 5월 4일 (화) 14시부터 한국전통문화전당 공연장과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컨퍼런스룸에서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김효정 영화 평론가, 원동연 리얼라이즈 픽쳐스 대표, 유정훈 메리크리스마스 대표, 조영욱 <고요의 바다>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세션 2 : 한국의 영화제작과 OTT의 만남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영상산업의 재편과 OTT를 주제로 OTT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을 둘러싼 제작사, 배급사, 정책 담당자의 고민을 풀어내며 으로 갖추어야 할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 한국영화산업 안팎으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특히, 극자의 미래에 대해서 암울한 시선을 가지는 의견이 많다. 지난 1년 동안 할리우드에서 쏟아져 나온 가사들을 보면 코로나19 종식 이후 극장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원동연 리얼라이즈 픽쳐스 대표 : 코로나19 장기화로 극장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우려하고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OTT가 극장에 대체재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과 달리, 오히려 보완재가 될 것 같다. 그 이유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OTT와 보는 것과 다른 정서적인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또 OTT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이, 극장도 많이 이용하는 것도 있다. 최근 중국을 보면 올해 춘절(중국의 설 연휴) 중국 영화시장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의 90% 수준으로 회복됐다. 다만, 한국영화 시장의 경우 다음 주에 개봉하는 영화가 이번 주에 개봉하는 영화를 잡아먹는 극장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았는데, 앞으로는 OTT용 영화와 극장용 영화가 조금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도 혹은 정서적인 보상을 주는 것, 백신 접종률 상향 등으로 사람들이 극장으로 많이 올 것이라 예상한다.

└유정훈 메리크리스마스 대표 : 비슷한 생각이다. 외부 시선과 달리 업계종사자들은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낙관적인 생각도 많다. '얼마나 바운스 백(bounce back)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1인당 평균 관람횟수나 극장 인프라 등 한국은 극장 중심의 영화비즈니스가 전 세계 탑이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극장이 가지고 있는 것들은 줄어들겠지만, OTT 등의 다른 플랫폼이 보완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라 본다. 이와 함께 영화의 상영시간이나 장르, 스토리 등이 많이 바뀔 것 같다. 블록버스터 같은 볼거리가 있는 영화들은 상당 부분 극장에 몰리겠지만, 이와 다른 영화들은 OTT 등의 다른 플랫폼에서 공개되면서 동시다발적인 하이브리드 유통이 생겨 새로운 유통개념이 생길 것 같다. 더 나아가 지금 극장 수급의 모델도 바뀌어야 한다. (영화가) 극장에 가기 전에 많은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 여러 상황이 호전됐을 때,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어야 극장에 좋은 영화가 떠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 업계에서 이 같은 고민을 하지 않고 유리한 조건만 찾아가다 보면 다수가 극장에서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줄어들 것이다. 극장 수급에 관련해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

 

김효정 영화 평론가 : 극장과 OTT 플랫폼 영화산업 전반에 대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어떻게 달라졌나.

└유정훈 메리크리스마스 대표 : 아무래도 제작‧투자‧유통을 모두 하는 입장이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이전의 단편적인 전략들과 달리 최근 다른 동향 중 하나가 글로벌 OTT의 활성화이다. 더는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들이 내수시장만 보고 있지 않다. 해외 플랫폼과 연계해 글로벌화를 지향하고 있다. 막대한 자급력 동원, IP 확보,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유통에 대한 전략을 가져간다. 제작만 붕 떠 있는 상황이다. 또 최근 여러 기업들이 콘텐츠 시장에 진출하면서 다양한 유통회사를 가져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영화제작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극단적으로 플랫폼에서 가지고 있는 IP를 가지고 제작이 하청화가 된다.

 

ⓒ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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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플랫폼의 시대다. 극장을 제외하고,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IP부터 투자까지 다 가능한 플랫폼이 밑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메가 스튜디오 모델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다양한 경험이 있는 스튜디오들이 하나의 큰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직접 제작부터 유통까지 완료하여 플랫폼과 거래를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거래를 하면 리스크가 없기 때문에 마진수수료가 높지 않고, 마진이 적다. 대표적으로 <승리호>의 경우가 그렇다. 코로나19가 끝나길 기다리기보다는 전략적인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구조를 고민하고 플랫폼과 거래할 수 있는 것을 만들고 리스크를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 지금이 IP부터 유통까지 책임질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시기적인 찬스라 생각한다.

└ 조영욱 프로듀서: 팬데믹 전에는 극장 개봉 후 많은 관객 끌어올지에 포커스를 맞혔다. 팬데믹 이후에 자연스럽게 바뀐 것은 극장 영화만을 목표하는 게 아니라 극장 개봉 혹은 완전 다른 플랫폼, OTT, 웹툰 등 여러 가지 플랫폼에 다양하게 접근해서 만들어 필요로 하는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작품 위주로 고민하게 됐다는 게 가장 크게 바뀐 변화다.

└ 원동연 리얼라이즈 픽쳐스 대표: 한국영화산업, 스토리 비즈니스, 엔터산업이 지난 2년간의 변화가 지난 산업화되기 시작한 20년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가 왔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영화제작사는 영화만, 드라마 제작사는 드라마만 제작했다.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경계가 없어졌다. 여기에 한국콘텐츠의 위상이 굉장히 올라갔기 때문에 종사자들에겐 큰 기회가 와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미래 대한민국의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냐 안 하냐'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 영화들은 감독들이 혼자 연출, 시나리오 감독중심의 산업으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맨 밑에 있는 웹소설이나 웹툰이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굉많은 작가지망생들이 집단청자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 한국 콘텐츠 비즈니스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산업화에 들어서는 초기 단계라고 본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고 산업 종사자들에 인식도 변화해야 하는 굉장히 중요한 기로에 있다고 생각한다.

 

김효정 영화 평론가 : 영화 현장에서는 어떻게 체감하는지 궁금하다.

ⓒ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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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욱 프로듀서 : 현장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편수 자체가 줄었다는 것이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스태프를 구하는 게 어렵다. 그 이유는 영화를 만드는 필름메이커들이 다른 플랫폼 스토리 비즈니스에 많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영화를 찍는 데 들어가는 시간보다 시리즈물을 찍는데 시간이 더 길다 보니 스태프 1명이 1년 동안 참여할 수 있는 작품 수가 줄어든다. 한 작품에 참여하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스태프를 구하기 어렵다.

 

김효정 영화 평론가 : 그렇다면 한국의 영화 제작모델이 어떻게 바뀌는 것이 이상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제작, 투자, 유통, 수입 분배 등 구체적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정훈 메리크리스마스 대표 : '메리크리스마스'는 영화를 직접 제작, 유통을 하는 메가 스튜디오에 준하는 회사다. 사실 요즘 IP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앞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IP 비즈니스가 중요한 키워드라 생각한다. 영화 한 편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 IP를 가지고 확장 후, 파생되는 수익을 다분화 시키는 게 필요하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 어떻게 유통시키는지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한계가 있다. IP중심의 콘텐츠 크리에이션이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

조영욱 프로듀서 : 하나의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웹툰도 될 수 있는 세상, 다양하게 기획하고 만들어 가야 하는 입장에서 영화 외의 다른 플랫폼에서 만들어지는 수익들을 어떤 식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은 앞으로 찾아가고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원동연 리얼라이즈 픽쳐스 대표 : '시즌제'에 대해서 필름메이커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에서 스무 편이 넘는 천만 영화들 중에 프렌차이즈 시리즈는 <신과 함께>밖에 없다. 쌍천만이라는 메가히트를 하기가 어려운데 한국영화 산업에서 단발성으로 끝났다는 게 비즈니스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다. 시즌제가 될 수 있는 아이템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본다.

 

ⓒ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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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영화 평론가 : 영화를 보는 것이 직업인 사람으로서 무서워지는 게 있다면, '콘텐츠의 변화가 장르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지'이다. '장르의 전반적인 변화에 대해 다양성이 소멸하지 않을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유정훈 메리크리스마스 대표 : 장르의 다양성은 훨씬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최근 부상되고 있는 OTT들은 각각 수급정책이 다르다.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다양한 답안지를 놓고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다고 보는 편이다.

 

ⓒ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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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연 리얼라이즈 픽쳐스 대표 : 극장용 콘텐츠의 경우, 장르의 파괴, 다양성의 침해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극장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개봉되는 것은 이제 이벤트화될 확률이 높다. 모든 장르를 수용하면서 극장 비즈니스를 유지하기 어렵워 보인다. 이벤트에 맞는 장르들 중심으로 콘텐츠가 나올 것 같다. 필름메이커 입장에서는 내가 만든 영화들이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나지 못하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비즈니스의 구조상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시도도 못 해봤고 생각도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OTT 쪽에서 다양하게 나올 것 같다. OTT는 알고리즘과 AI를 통해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다면, 혹은 기존 가입자의 신선도를 끌어낼 수 있다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다양성의 확보는 OTT쪽에서 밸런스를 만들어갈 가지 않을까.

 

김효정 영화 평론가 : 여러 OTT서비스가 계속 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경우 한 사람이 4개의 서비스를 한꺼번에 구독한다고 하는데, 한국의 한 사람이 몇 개까지 구독할 것이라 예상하는지 궁금하다.

└원동연 리얼라이즈 픽쳐스 대표 : 넷플릭스를 두고 경쟁 OTT들이 콘텐츠 장벽을 치고 있다. 자사의 콘텐츠를 넷플릭스로 공급을 하지 않고, 글로벌 OTT마다 패밀리 콘텐츠를 지향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의 경우,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는 기본으로 구독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HBO맥스나 애플TV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한국 콘텐츠가 티빙이나 웨이브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로 가는 상황에서, 과연 소비자가 국내 OTT에 대한 충성도가 얼마나 생길 것인지 걱정이 들지만, 적어도 3~4개 정도는 한국 소비자들이 구독하리라 생각한다.

└유정훈 메리크리스마스 대표 : 한국 사람들이 OTT플랫폼을 2개 이상 구독할 수 있을까. 'OTT가 어떤 차별점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지는 것 같다. 궁극적으로 OTT들이 늘어나면서 결국 자신들만의 색을 가지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여러 선택지에서 본인의 취향에 따라 2개 정도가 딱 맞지 않을까. 경쟁의 논리를 놓고 보면, 재밌는 일은 한국에서는 한 영화가 누적 관객이 600만 정도 넘어갈 경우, 그 영화를 보지 않으면 바보가 됐다. 지금은 본인의 취향에 맞춰서 영화를 보기 때문에 다변성이 커졌다.

한편, 2021 전주컨퍼런스는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다시 볼 수 있다.

[취재 문건재, ansrjswo@ccoart.com]

문건재
문건재
《코아르》 운영위원 및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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