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th JIFF] '정글의 외침' 과연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
[22th JIFF] '정글의 외침' 과연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
  • 선민혁
  • 승인 2021.05.11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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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충실히 알리고,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정글의 외침>은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론트라인' 섹션 초청작으로 셀린 루제(Céline ROUZET)감독이 연출했다.

ⓒ 전주국제영화제

라디오 프랑스, 퓰리처 센터, 허핑턴포스트, 르몽드플루마티크에서 기사를 기고하다가 최근에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만들고 있는 '셀린 루제' 감독이 연출한 <정글의 외침>은 파푸아뉴기니의 한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축제가 열리고 있는 모습을 첫 장면으로 하여 시작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이는 파푸아뉴기니의 어느 장소에서, 현지인들은 그들 부족의 전통춤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 관람한 관광객들은 이것이 매우 인상적이고 그들이 현재까지 전통문화를 지켜왔다는 것이 근사하다고 인터뷰한다.

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 마을이 있다.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이곳에, 미국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은 공장을 세웠다. 마을 주민인 람비아위 가족은 마을의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석유 회사에 토지를 판매하는 데에 동의했는데, 이 오래된 토지들에는 토지대상이 없었고, 람비아위 가족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람비아위 가족의 일원 중 한 명인 호마이는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여러 차례 공장을 찾아가지만,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이 매일 같이 몰려들기 때문에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기조차 쉽지가 않다. 호마이는 마을 사람들이 차도 많이 가지게 될 것이고, 마을에 전기도 들어올 것이며 가스정이 많은 이곳이 대도시가 될 것이라는 회사의 말을 믿고 땅을 내주었다고 말한다.

 

ⓒ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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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고위공직자로 보이는 인물이 연설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철조망 밖의 군중들에게 연설을 하는 이들 중 하나는 자신이 변화를 위한 조언을 하겠다며 돈을 요구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이 땅에 건설을 못 하게 하면서, 개발을 바라면 안 된다며, 그는 경찰이 땅을 달라고 하면 '여기가 개발되려면 땅을 내줘야 해'라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또 다른 연설자는 별것도 아닌 걸로 욕심을 내지 말자고 말하며 땅을 공짜로 기부하면 개발은 다 되게 되어있다고 이야기한다.

호마이에 따르면, 마을의 이름인 하이즈는 1935년 마을이 있는 골짜기에 처음 들어온 백인의 이름인 '잭 하이즈'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액손모빌이 이 지역을 분할하여 하이즈4가 되었고 감독은 나레이션을 통해 이는 석유 개발 허가증 4호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 마을의 원래 이름은 원주민인 훌리족 언어로 '기기리아'라고 한다.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하이즈4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정글의 외침>은 엑손모빌과 고위공직자들이 이야기하는 개발과 현대화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마을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던 땅에, 그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자본, 그리고 자본주의가 유입되며 일어난 변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어느 순간 마을로 찾아온 변화는 갈등을 함께 가지고 왔는데, 이는 엑슨모빌, 원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넘어서, 원주민들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 전주국제영화제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가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마을 사람들이 땅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자본주의가 유입된 이후 그들이 원래의 삶을 잃어가는 모습 등은 그들이 전통춤을 추고 이를 감상한 관광객들이 이에 대해 근사함을 표현하는 영화의 첫 장면과 대비되며 아이러니를 형성한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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