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두 청년의 이야기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두 청년의 이야기
  • 선민혁
  • 승인 2021.04.29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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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물들로부터 느껴지는 두 가지 감동"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1965년 결성된 미국의 급진적인 흑인운동단체인 흑표당과 당을 이끈 인물 중 하나인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야)의 삶을 조명한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You can kill a revolutionary,

but you can't kill the revolution."

프레드가 아이스크림 절도죄라는 명목으로 수감되었다가 잠시 석방된 이후, 첫 연설을 하는 장면부터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근에 이렇게 강렬한 순간을 스크린에서 본 적이 있었는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장면은 압도적이었다. 다니엘 칼루야가 호연하는 프레드의 발음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다. 프레드를 따라 청중들이 "I am revolutionary."를 외칠 때에는 영화관 좌석이 아닌 연설 현장에 와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스크린 너머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분명한 울림이 느껴지는데, 정말 현장에서 프레드의 연설에 참여했던 이들은 어땠을까. 자신이 혁명가임을 외치는 이들 사이에서, 카메라는 빌 오닐(러키스 스탠필드)을 비춘다. 그의 눈빛에서 확신과 불안이 동시에 보이는 듯하다.

전혀 지루하지 않은 126분의 러닝타임이 끝나고 영화관을 나온 직후에, '감동적이다'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서 두 가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자신이 믿는 공동체의 가치를 위해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고 정진하는 블랙 메시아, 프레드 햄프턴을 보면서 느끼는 경외심과도 같은 것이다. <동주>(2015), <암살>(2015), <밀정>(2016) 등의 영화에서 우리 민족의 독립에 기여하는 인물들을 보며 느꼈던 것과 매우 유사한 감동을 나와는 다른 민족, 다른 인종의 프레드를 보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지역 갱단 크라운, 백인 단체를 찾아가 연합을 제안하는 모습, 말도 안 되는 명목으로 감옥에 가고도 그 시간을 견뎌내는 모습, 그 감옥에서 나와 대의를 위한 장소로 가장 먼저 향하는 모습, 수많은 청중들 앞에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을 하는 모습들은 프레드의 삶에 경의를 표하게 만든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그의 삶을 영화를 통해 지켜보며 느껴지는 감동은 그의 다른 모습들을 통해 극대화된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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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위대한 혁명가인 프레드가, 평범한 청년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모습들이다. 청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연설을 위해 끊임없이 연습하고, 다른 이의 조언에 당황하기도 하며 사랑 앞에서 수줍어하기도 하는, 동료들과 농담을 하며 즐거워하는 프레드가 지닌 평범한 청년의 가벼운 모습들은 오히려 그가 행한 혁명에 무게를 더하며 그의 삶을 담은 영화가 전하는 감동에 여운이 생기게 한다.

첫 번째 감동이 블랙 메시아, 프레드 햄프턴에게서 나온다면, 두 번째 감동은 유다 빌 오닐을 통해서 나온다. 빌 또한 프레드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청년이다. 공권력을 사칭하여 차량 절도를 하던 빌은 FBI에게 체포되고, 형을 받지 않는 대가로 흑표당의 스파이가 되는 거래를 한다. 빌은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데, <무간도>(2003)나 <신세계>(2013)에서 그러한 것처럼, 오닐은 점차 흑표당의 사상에 매료된다(실제 인물은 한번도 흑표당에게 공감이나 동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프레드의 연설이 이뤄지는 장소에서 빌을 지켜본 FBI요원 로이 미첼(제시 플레몬스)은 이후 빌에게, '당신은 연기를 아주 잘하거나, 정말로 흑표당에 동화되었거나 둘 중 하나다'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스파이 활동을 위해 프레드를 비롯한 당의 주축 인물들과 가까이 지낸 빌은 정말로 흑표당의 사상에 일정부분 매료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빌 오닐이라는 캐릭터가 잘 보이게 하는 것은, 그가 흑표당 동료들에게 '별명'을 얻게 되는 장면이다. 크라운 지도부와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프레드와 빌을 포함한 핵심당원들은 크라운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술집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크라운 조직원들이 흑표당원들에게 위협을 가하는데, 이 장소에서 차량 절도를 저지른 적이 있는 빌은 흥분하여 당구 큐대를 휘두르며 공격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그 이후 빌은 동료들에게 '상남자 빌'로 번역되는 'Wild Bill'이라고 불리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빌은 'Wild Bill'을 스스로 발음하며 즐거워한다. 희대의 배신자라고 할 수 있는 이 인물을 마음 놓고 비난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그가 그래도 흑표당을 위해서 어떤 행동이든 하긴 했음이 아닌, 그가 그저 평범한 청년이었음을 드러내는 이러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거대 권력에 의해 힘없이 조종당하며 외줄타기를 하는 듯한 위태로움 속에, 결국에는 항상 자신의 생존을 선택하는 빌 오닐이이라는 캐릭터에게서, 프레드 햄프턴에게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강렬함을 느낄 수 있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Judas and the Black Messiah
감독
샤카 킹
Shaka King

 

출연
다니엘 칼루야
Daniel Kaluuya
키스 스탠필드Keith Stanfield
마틴 쉰Martin Sheen
제시 플레먼스Jesse Plemons
에쉬튼 샌더스Ashton Sanders
알지 스미스Algee Smith
도미닉 피시백Dominique Fishback

 

수입|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작연도 2021
상영시간 126분
등급 15세이상 관람가
개봉 202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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