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김종관 감독 '아무도 없는 곳', 차곡차곡 쌓인 이야기의 레이어드를 담은 영화
[현장] 김종관 감독 '아무도 없는 곳', 차곡차곡 쌓인 이야기의 레이어드를 담은 영화
  • 오세준
  • 승인 2021.03.18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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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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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무도 없는 곳'(감독 김종관) 언론시사회가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연우진 이주영 윤혜리 등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를 통해 공개된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가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누구나 있지만 아무도 없는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최악의 하루'(2016) '더 테이블'(2016) '조제'(2020)의 김종관 감독이 연출했다.

김종관 감독은 영화에 대해서 "두 사람간의 대화에 집중한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왔다. 형식적인 실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며, "전작에서도 조금씩 그런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서 이야기의 레이어드가 쌓였다. 그걸로 관객들이 여러층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작들과는 구성을 해서 만들어낸 이야기라 어느 부분에선 닮았지만, 한 인물이 여러 인물을 만나 심적 변화를 겪는다"며 "이야기를 생각할 때 영화라는 매체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것에 고민을 많이 했다. 저예산이라 녹록지 않았지만 극장에서 즐길 수 있도록 언어를 이용해 만든 영화"라면서 "또 빛과 어두움이 있다면 그림자까지 들여다보면서 그 영역을 관찰해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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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이야기를 쓰는 소설가 창석 역을 맡은 연우진은 출연 소감에 대해 "감독님과 작업하는 순간은 정말 너무 감동인 것 같다"며,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살아오는데 감독님과 만나 작품하는 순간은 제 인생에서 가만히 서서 그 시간과 순간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작업인 것 같다. 편안하게 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얻게 되는데 또 한 번 느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 테이블' 때 느꼈던 감동을 베풀어드리고자 노력했는데 이번에도 선물 받은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연기를 위해 노력한 점에 대해서는 "캐릭터는 제 마음 속을 많이 비우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쁘게 살며 꾸며낸 모습이 많았는데 없애고 지우고 비워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며 "그렇게 창석을 연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배우들과 연기한 것은 영광"이라며 "그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생각을 갖고 촬영에 임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하는 입장보다 들어주는 입장에 가까운데 리액션이 스스로 본연의 모습이 나올까 걱정하긴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의하면서 날것의 표현을 하고자 스스로를 다그쳤던 것 같다. 모든 것을 비우고 임했던 것 같다"면서 "이분들이 하는 이야기에 빠져들고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는 신기한 작업을 했던 경험인 것 같다"고 전했다.

 

ⓒ 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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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사는 바텐더 주인 역을 맡은 이주영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김종관 감독님께서 작업하신 영화와 연결이 되는 것 같았다"며, "그 세계관에 참여할 수 있겠다는 그런 마음이 들어 반가웠고 감사했다. 아픔이 있는 캐릭터인데 그 아픔에 대해서 빠져서 낙담하지 않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줘서 어떻게 보면 어린 아이 같기도 하고 강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연우진과 호흡에 대해서 "부드러운 힘이 있으신 분이시다. 다른 배우들과 다른 느낌의 매력이 있으시더라"며 "이런 배우가 이런 부드러운 힘이 있고 이런 매력이 있으시구나 했고, 이면의 것들도 궁금했던 배우였다. 저도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재밌게 촬영했다"고 애정을 보였다.

극 중 추억을 태우는 편집자 유진 역을 맡은 윤혜리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김종관 감독님의 '더 테이블'을 보고 느꼈던 특별한 말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시나리오에서도 유진 역할을 봤을 때 소위 말하는 젊은이들의 어투보다 조금 더 성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낯설다고 해서 배우로서 그 표현을 못하고 싶진 않았다"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많을 것 같은데 그런 사람 중 한명으로서 반갑게 참여했다"고 털어놨다. 연우진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상투적으로 들리실 수 있지만 정말 편안하게 해주시는 그런 분 같다"며 "몰입을 하기에 충분한 선배님이었다"고 전했다. 

 

ⓒ 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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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진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이 갖고 있는 세계관에 살포시 발을 얹는다는 생각이었다"며 "어떤 분은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아무도 없는 곳'이 종로구 3부작 아니냐 하시더라"면서 "감독님이 잘 알고 계신 익숙한 장소를 선택하면서 주제를 관통하는 영화의 형식과 글을 보면서 감독님께서 하고 싶으신 걸 다 자유롭게 표현하시겠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항상 작품 얘기를 깊게 한다기 보다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며 "어떤 위스키 바에 가서 단둘이 앉아있는데 거기서 감독님이 재즈를 들으며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에서 소설가를 이런 톤으로 잡으면 되겠다 했다"며 "당시 종로구 어딘가의 바였다. 적적함과 고독함이 큰 미장센으로 다가왔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김종관 감독은 "코로나 시국과 비교를 하자면 우리 영화는 철저히 거리두기를 하는 영화라 (이 시국에)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꿈도 현실도 아닌 어떤 경계에서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랑과 나이, 죽음에 대한 이야기, 늙음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죽음이든 늙음이든 사람이 때로는 그걸 정면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바라보면서 삶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고 창석의 입장에선 같이 늙어가는 게 동경이 될 수도 있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관객들이 희망과 위안, 영화 안에서의 어떤 가치를 얻어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출연한 아이유에 대해서 김종관 감독은 "아이유와는 '페르소나'에서 같이 작업을 했다"며, "'아무도 없는 곳'은 전작들의 형식적인 것에서 더 가보고 싶다는 욕구로 만들게 됐는데. '페르소나'의 '밤을 걷다' 이야기와도 연결돼 있다 생각한다. 비슷한 시기에 고민을 하면서 자매품 같은 느낌과 성격이 있어서 이지은 배우에게 의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작품과도 이어져있는 느낌이 있어서 영화적으로 재밌게 흘러가는 게 되지 않을까 해서 의논을 했다. 아이유가 좋은 의미를 보태준 것 같다. 같은 세계관의 같은 이야기라 생각해서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무도 없는 곳'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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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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