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파이터, 자기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담은 성장 영화
[현장] 파이터, 자기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담은 성장 영화
  • 오세준
  • 승인 2021.03.05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뉴스1
윤재호 감독(왼쪽부터), 배우 백서빈, 임성미, 오광록 ⓒ 뉴스1

영화 '파이터'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이날 배우 임성미, 백서빈, 오광록, 윤재호 감독이 참석했다.

'파이터'는 복싱을 통해 자신의 삶과 처음 직면해 비로소 삶의 동력을 얻게 된 여성 진아의 성장 시간을 담은 영화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과 올해의 배우상을 거머쥐고,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았다.

주연배우 임성미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 이옥섭, 구교환 감독의 단편 '연애다큐'(2015) 등 영화와 연극 무대를 넘나들며 활약한 데뷔 13년 차 배우다. 여기에 '마담B'(2016), '뷰티풀 데이즈'(2017) 등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넘나드는 통찰과 따뜻한 시선의 카메라로 주목받은 감독 윤재호의 신작이어서 관객의 기대를 끌어올린다.

윤재호 감독은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 '히치하이커'(2016)와 제12회 취리히영화제 골든아이상, 제3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 수상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다큐멘터리 '마담B'(2016),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을 수상한 '파이터'(2021)까지 코리안 뉴 시네아스트로서 주목받고 있다.

'뷰티풀 데이즈'에 이어 두 번째 극 영화를 선보이는 윤재호 감독은 "2012년부터 기획한 작품이다. '뷰티풀 데이즈'가 이야기가 복잡하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면, '파이터'는 좀 더 간단하고 주인공을 항상 따라다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가족에 대해서 여러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고, 조금은 덜 무겁고 주인공을 젊은 층을 택하다 보니까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 보신 러브스토리를 적절한 무게감으로 잘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 인디스토리
ⓒ 인디스토리

극 중 탈북자로 복싱을 하며 삶의 동력을 얻은 진아를 맡은 임성미는 "복싱과 함께 탈북자의 말투 연습에 몰입했다"며, "복싱은 시간 투자를 많이 했다. 기술적으로도 조금 더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줄넘기, 원투 잽 연습을 진짜 많이 했다. 매일 촬영장에서 훈련하면서 연습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말투는 부동산 매니저 역할로 나오는 배우분께 직접 코칭을 받았는데, 사실 자연스러운 표현을 하기가 어려워서 악보처럼,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는 최대한 물 흐르듯 연습하려고 많이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진아의 성장을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는 태수로 분한 백서빈은 '진아의 복싱을 코치해주는 역할'에 대해 "코치로서 이끌어가는 방향이라 코칭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췄다"며, "여기 나오는 배우분들 다 같이 복싱 연습을 정말 많이 했고, 복서 역할들이라 연습을 더 많이 했다"라고 강조했다.

강렬한 눈빛 연기에 대해서 임성미는 "눈빛에 집중하려 했다"며, "깊은 몰입도를 통해 내면의 것들을 눈으로 잘 표현된 것 같다. 감독님께서 이를 잘 포착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백서빈은 "배우가 연기하고 끌어내 주시는 게 감독님이었는데 계속 촬영하다 보니까 이런 부분에서 눈빛이나 캐릭터가 보이는 표정을 담백하게 담아내려고 하셨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이 감독님 연출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 인디스토리
ⓒ 인디스토리
ⓒ 인디스토리
ⓒ 인디스토리

진아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복싱 체육관 관장 역을 맡은 오광록은 극 중 자신의 대사에 대해 "관장이 '울어줘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하는데, 진아의 분노,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처럼 끝없이 일어나는 어떤 저항과 분노가 있는데 분노라는 그 화 끝에는 저마다 어떤 어둡고 깊은 응어리를 꾹꾹 눌러놓은 설움이 있다는 거로 기억하고 이해했다"며, "그게 각자 어떤 내용이든 줄거리든 사연을 갖고 있든 간에 누구든 그런 설움을 누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재호 감독은 탈북자를 영화에서 다룬 이유에 대해서 "탈북하신 분들이 한국에서 정착을 하고 있는데, 제가 아는 분들은 대부분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어떤 매체에서 긍정적으로 보이기 위해 표현을 하지만, 결국 집에 돌아가면 보이지 않는 벽, 소외 계층이라고 보통 얘기가 된다. 그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갖고 살아가는지는 우리 사회가 크게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과 제가 얘기를 듣고, 그렇게 진아라는 캐릭터가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벽, 편견과 맞서는 한 인물이 됐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진아의 성장을 돕는 소재로 '복싱'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 "이 작품을 기획할 때 즈음에 시나리오 작업을 프랑스에서 시작했다. 프랑스에는 복싱을 활용해서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그런 것에서 선택이 됐다"며, "캐릭터 설정하면서 복싱을 하다 보면 많은 코치분들이 얘기하는 게 복싱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하고, 스스로 절제하면서 싸워야 하는 스포츠라고 하더라. 자기와의 싸움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진아와 잘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링에서 싸우는 장면, 링 위에서 쓰러졌을 때도, 주위에서 어떻게 얘기를 하든, 결국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는 게 진아가 살아가는 점과 비슷하다고 느껴서 복싱을 통해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윤 감독은 "탈북 여성, 복싱에 대한 영화, 성장 이야기로 보셔도 되고, 가장 본질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관계에서 결핍됐을 때 인간에게 결국 필요한 건 사랑인 것 같다"고 밝혔다. 백서빈은 "인생은 싸울만한 가치가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 인디스토리
ⓒ 인디스토리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오세준
《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