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미나리', 개인이 아닌 모두가 하나의 힘으로 이뤄낸 작품
[현장] '미나리', 개인이 아닌 모두가 하나의 힘으로 이뤄낸 작품
  • 오세준
  • 승인 2021.02.2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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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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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기자간담회가 지난 26일 오전 화상으로 열렸다. 이날 정이삭 감독과 함께 배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이 참석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 후작으로 꼽히는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특별한 여정을 담은 영화다. 제37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수상을 기점으로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및 미국배우조합상(SAG)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74관왕 157개 노미네이트를 기록했다.

'미나리'는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의 후보에 올랐던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스티븐연이 희망을 찾아 나선 아빠 제이콥 역할을, 한예리가 희망을 지켜내는 엄마 모니카 역할을 맡았다. 윤여정이 손주들을 봐주기 위해 미국으로 온 모니카의 엄마 순자를, 노엘 케이트 조가 큰딸 앤, 앨런 김이 막내아들 데이빗을 연기했다.

 

ⓒ '미나리' 기자간담회 화면 캡처
ⓒ '미나리' 기자간담회 화면 캡처

직접 각본을 쓴 정이삭 감독은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인데, 영화가 호평을 받는 사실 자체고 놀랍고 신기하고 겸허하게 한다"며 "영화가 공감대를 많이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보편적인 인간의 관계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헤쳐나가는 모습에 많은 관객들이 공감하는 게 아닐까. 특정 나라나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관객들이 스토리에 많이 교감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이삭 감독은 배우들이 배역에 스며들어 연기했다며 연기력을 칭찬했다. 그는 "배우들이 너무 훌륭했다. 깊이 있는 연기력을 보여줬다"며 "모든 배우가 열린 마음으로 배역에 임했고, 각자 역할을 잘 소화해줬다. 표정만 봐도 인간애가 잘 묻어나게 생생하게 표현해줬다"고 칭찬했다.

한국적 요소가 담긴 이민자의 삶과 당시의 미국 모습을 균형 있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정이삭 감독은 "이민자의 이야기와 당시 미국 농민의 삶의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했다"며 "미술감독님이 세밀하게 잘 살려주셨고, 배우들도 그 시절의 감정을 잘 표현해줬다. 개인이 아닌 모두가 하나의 힘으로 이뤄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미나리' 기자간담회 화면 캡처
ⓒ '미나리' 기자간담회 화면 캡처

이민 가정의 경험을 떠올리며 연기에 몰입했다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은 "부모님과 4살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2세대 이민자이지만, 영화를 통해 아버지 세대를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며, "'제이콥'이 제 아버지를 롤모델로 삼았다고 할 수 없지만, 연기하면서 '내가 내 아버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틀에 박힌 '아저씨' 모습을 연기하고 싶지 않았고, 그 시절의 '제이콥'을 있는 그대로 제가 공감하는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이해하며 연기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모든 걸 잘해나갈 수 있었던 건 훌륭한 동료 배우들이 함께했기 때문"이라며 "훌륭한 시나리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배우들이 최선을 다했다. 완벽한 시나리오에 적합한 배우들이 만났고, 모두가 합심해 위대한 것을 같이 만들어나간다는 생각으로 한 가족처럼 작업했다"고 밝혔다.

영화에 제작자로도 참여한 스티븐 연은 "감독님의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새롭고 신선했다, 스토리의 시선도 마음에 들었다"며 "미국에서 일하는 한국계 배우로 일하다 보면 소수인종 다루는 스크립트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그중에는 관객에게 그 인종의 문화를 설명하는 스크립트가 많다. 주 관객이 백인인 경우가 많아서, 주류의 시선으로 설명하려는 시나리오가 많다. 그런데 감독님의 이야기는 정말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고, 한국인이 쓴 매우 한국적인 스토리, 영화라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을 보면 프로듀서의 역할이 다르다, 프로듀서에게 거는 기대치도 다르다"며 "총괄 프로듀서도 있고 일반 제작자, 현장에서 직접 뛰는 제작자가 있다, 현장 제작자는 플랜B 소속 크리스티나 오였다. 나는 제작자로서 우리 영화에 목소리를 더하고 새로운, 미국에서 보지 못한 스토리인 만큼, 의도하거나 생각한 부분이 반영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이 모든 제작에 참여하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에서 당시의 시대상과 한국적인 문화를 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언급한 정이삭 감독은 "이민자의 이야기 농민들의 삶, 그 두 가지에서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했다고 생각이 들어서 당시 농민의 삶, 농업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며 "이용옥 미술 감독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그 당시 상황을 잘 살려주셨고 나도 내 시나리오에서 그 당시의 기억을 디테일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 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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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리 역시 "처음에는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에 모니카의 마음을 살필 여력이 없었다. 다 찍은 후에 뭔가 모니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벌어지는 상황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닮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도 스티븐과 마찬가지로 부모님 세대에 대한 이해들, 내가 연기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마음들이 조금 더 많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세대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조금 더 부모님과 그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갖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촬영할 당시 윤여정 선생님과 한집에서 지내며 밥을 먹고 시나리오 얘기를 하는 시간이 많았다. 번역본을 문어체에서 구어체로 바꾸고 촬영 전 대본을 수정하면서 깊이 있게 시나리오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영화 속 할머니 순자의 모델이 되기도 한 자신의 실제 할머니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힌 정이삭 감독은 "(과거)인천 송도에서 교수 생활을 했었다,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교수실에 앉아 밖을 보면 갯벌이 보였다"며, "사람들이 거기서 조개를 캐는 모습을 봤다. 주로 나이 있는 여성들이 조개를 캔다, 그러면서 저희 할머니가 더 생각났다. 내 조모는 한국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과부로 살면서 어머니를 키웠고, 생계를 위해 갯벌도 캤다. 사무실에 앉아서 할머니가 아니면 내가 여기 와서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내가 일부러 우는 줄 안다, 그게 아니라 할머니 생각만 하면 울컥하는 게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 '미나리' 기자간담회 화면 캡처
ⓒ '미나리' 기자간담회 화면 캡처

영화제와 각종 시상식에서 '26관왕'을 차지한 윤여정은 수상소감을 묻는 질문에 "축하해주셔서 감사한 데 상패는 한 개 받았다. 실감 못 한다. 말로만 전해 들었다"며 "내가 미국 할리우드 배우도 아니고 이런 경험이 없어서 나라가 넓어서 상이 많구나 이런 정도로 알고 있다"고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휘했다. 이어 '미나리'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는 놀라움을 준 작품'이라며, "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아이작, 예리와 다 같이하고, 일을 빨리 끝내고 빨리 시원한 데로 가야겠다 생각만 했고, 선댄스에서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그러고 미국 사람들이 좋아해서 조금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영화 볼 때 예리가 뭘 잘못했나, 스티븐이 뭘 잘못했나, 내가 뭘 잘못했나만 연구하지 영화를 즐기지 못한다"며, "'왜들 다 우니?' 이랬더니 '선생님만 안 울어요' 하더라. 사람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치는데 그때 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나이 많은 노배우다,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이 뭘 이뤄내는 걸 볼 때 장하고 젊은 사람들이 나보다 나은 걸볼 때 갑자기 애국심이 폭발한다"며 "나는 지금 상을 몇 개 받았다고 하는 것도 너무 놀라운 일이고 우리는 이런 걸 상상하고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경악스러울 뿐이다"고 덧붙였다.

정이삭 감독 역시 '미나리'에 대해 "내게 매우 특별한 영화다. 촬영 후에도 배우들과 좋은 관계 유지 중이고 즐거운 관람이 되길 바란다"며, "나는 우리 영화를 식탁에 비유하고 싶다, 우리 식탁이 항상 열려 있어서 관객들이 언제든 와서 맛있게 드실 수 있는 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윤여정은 "이 영화는 내가 왜 좋아했냐면 아무 조미료가 안 들어갔다, 그래서 굉장히 담백하고 순수한 맛이다, 나는 한국 사람 취향이라서 아는데 우리는 너무 양념이 센 음식을 먹어서 우리 밥을 안 먹을 수도 있다"며 "그게 걱정인데 건강하니까 잡숴보세요"라고 덧붙여 웃음을 줬다. 한편, '미나리'는 오는 3월 3일 개봉한다.

 

ⓒ 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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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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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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